“억만장자 거리의 초고층 빌딩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뉴욕의 부동산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월스트리트 저널 부동산 전문기자가 전하는
뉴욕 ‘억만장자의 거리’ 현장 취재기
억만장자 켄 그리핀, 빌 애크먼, 마이클 델, 인기 가수이자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과 억만장자가 모여 사는 동네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라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센트럴파크 인근 ‘억만장자의 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다. 얇고 높은 저 건물은 무슨 건물일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얼마에 집을 사고팔았을까? 부동산 전문지 『리얼 딜』과「뉴욕 데일리 뉴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캐서린 클라크는 2011년 뉴욕 부동산에 관한 기사를 쓰다가 ‘억만장자 거리’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이 주제에 관해 1백여 명에 이르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끝에 『억만장자의 거리』를 펴냈다. 저자는 배짱 없이는 발을 디딜 수 없는 세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뉴욕 부동산 거물(개리 바넷, 해리 맥클로우, 스티븐 로스, 마이클 스턴)의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그들이 지은 다섯 건물(원 57, 432 파크 애비뉴, 111 웨스트 57번가, 센트럴파크 타워,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에 집중해 소개한다. 이 책은 억만장자 거리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 뉴욕 부동산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3년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상 최종 후보작과 2023년 『CEO 매거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아마존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낡은 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가 되기까지
‘억만장자 거리’에 숨겨진 이야기
부동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억만장자의 거리’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각 나라의 비싼 거리 앞에는 이 수식어가 별명처럼 붙는다. 억만장자 거리의 핵심인 뉴욕 맨해튼 57번가의 길이는 1.6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주변에는 3백 미터 이상 높이 솟은 건물이 쭉 늘어서 있다. 길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어가다 보면 지난 1백 년간 뉴욕 부동산 개발과 건축의 진화 흔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1858년에 초대형 도심 공원인 센트럴파크가 개장한 이래 농지로 둘러싸여 있던 57번가 주변으로 뉴욕의 부유한 가문들이 몰려들며 초부유층의 메카가 되었고, 20세기로 접어들자 주거 지역은 점차 상업 지구로 변모했다. 1970년대 뉴욕 부동산 시장은 뉴욕 상류층 대신 돈을 가진 전 세계 제트족의 관심을 끈다. 세계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몰려든 부유층은 콘도를 구매했고, 이 성공에 힘입어 이들을 모방한 고층 타워가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점점 쇠퇴한 57번가에는 초호화 상점, 기념품 가게, 갤러리, 역사적인 아파트가 현대적인 사무실 빌딩과 주거용 빌딩 사이에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그리고 2010년에 306미터 높이의 원 57 공사를 시작으로, 더 높고, 더 얇고, 더 비싸고, 더 호화로운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며, 이 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저자는 미국 뉴욕 스카이라인을 바꾼 사람들과 그들이 지은 건물을 통해 뉴욕의 역사, 정치, 금융 등 관련 정보를 다채롭게 전달하며, 시대적․사회적 흐름을 들여다본다.
아직 아무도 건물을 짓지 않은 새로운 땅,
하늘을 향해 경쟁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점점 건물을 더 높이 지으려 할까? 뉴욕은 오랫동안 마천루의 본고장으로 알려졌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아시아와 중동에 자리를 내주었다. 높은 인건비, 비싼 건축 비용, 엄격한 규정, 점점 부족해지는 토지… 크고 작은 건물이 블록마다 꽉 찬 맨해튼에 개발되지 않은 땅은 드물었다. 맨해튼 개발업자들은 토지 합병으로 이를 해결하다가 마침내 새로운 땅을 발견한다. 1961년 뉴욕시 토지 용도 지정법에 따라 건물 연면적을 땅의 넓이로 나눈 비율인 ‘용적률(FAR)’과 이웃 건물 소유주로부터 기존 건물 위의 공간인 ‘공중권(air rights)’을 매입할 수 있는 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빈 하늘은 ‘아직 아무도 건물을 짓지 않은 땅’이었다. 특히 57번가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용적률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빈 땅이었다. 이때부터 좁은 땅에 온갖 건축 기술을 활용한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건물에 틈을 만들고, 거대한 콘크리트 추를 달로 건물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등 최신 미적․공학적 기술을 총동원한 끝에 미국의 여느 평범한 가정집 뒷마당만 한 크기의 부지에 4백 미터가 넘는 마천루가 지어졌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설 기술에 더해 성공과 야망을 열망하는 이들의 경쟁으로 건물은 점점 더 하늘에 가까워졌다.
마천루를 둘러싼 보존과 개발, 부의 불평등 논쟁…
21세기 뉴욕과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억만장자 거리에는 호기심과 비판 어린 시선이 교차한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이는 그림자 문제로 이어졌다. 고층 빌딩으로 인해 센트럴파크에 그림자가 드리우자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고층 건물로 인해 한낮의 햇빛을 차단당했다고 지적하면서 1천여 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인 일도 있었다. 사실 이 논쟁은 단순히 그림자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새롭게 건설한 초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사방으로 열린 창으로 센트럴파크나 맨해튼 전망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그 건물에 평범한 뉴요커는 들어갈 수 없다. 고층 전망대나 식당처럼 대중에게 공개된 공공 공간이 점점 개발 계획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 거리의 초고층 빌딩은 유명인, 금융업자, 러시아 올리가르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세계 초부유층의 집인 동시에 세계 최부유층의 투자 수단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억만장자 거리의 권력 구조를 파놉티콘에 비유하고, 불평등 시대의 대차대조표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돈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경외하며 올려다보는 마천루의 눈부신 외관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천루를 통해 21세기 뉴욕,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깊이 있고 날카롭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