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슬로우

강성은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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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20년을 맞은 강성은 시인은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 불가해한 감각과 이미지를 길어 올리며 익숙한 세계를 흔들고 낯설게 해온 시를 꾸준히 써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간의 여정을 응축하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악몽 같은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면서도 끝내 함께 있으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를 이은 다섯 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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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시인의 말 1부 소리 나는 시 미니멀라이프 낮잠 내 곁에 있어줘 세계가 불타는데 Knocking on Heaven’s Door 피 묻은 빵 물물교환 세탁실 미친 개가 온다 과거가 없는 사람들 재생 반복 뭇국의 맛 출국 자두가 너무 많다 불행 중 다행 2부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큐브 소우주 F/W 안녕히 가세요 F/W 예외 없음 대기실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 놀이공원 겨울에 갇힌 한 남자에 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모든 것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설명서 없음 말년 운은 말년이 되어야 알 수 있다 미귀가 병원 당신 집의 모든 것 3부 혼자 사는 집 흰 냄새가 나는 식탁 그것 네 집으로 가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태풍의 눈 지붕 없는 집 물속의 여름 밤의 가시광선 동전의 빛 매립지 구덩이 창가의 유령 과수원 눈보라 발문 「이토록 하염없이 반복되는 꿈속에서」 (황인찬)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강성은이 걸어온 스무 해의 길 멈추어 들을 수밖에 없는 깊고 넓은 음역(音域)의 시 강성은의 다섯 번째 시집 『슬로우 슬로우』가 출간됐다.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은 시인은, 네 권의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 불가해한 감각과 이미지를 길어 올리며 익숙한 세계를 흔들고 낯설게 해왔다. 세월호 참사와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재난을 응시하며 쓴 『Lo-fi』는 제26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며 “암울하고 불안한 세계를 경쾌하게 횡단하며 끔찍한 세계를 투명한 언어로 번역해낸 점”을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그 궤적의 연장선에서 이번 시집은 더욱 힘있게 목소리를 낸다. 비평가들이 지적하였듯 그가 쓴 시를 읽는 일은 “이편의 세계에서 저편의 세계로 건너가는 일”이 아닌 “그동안 살아오던 세계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일”(장은정 문학평론가)임을 떠올린다. 그렇게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목소리, 즉 “불안과 슬픔과 불면의 밤”에 거듭 쓰인 이야기가 “어떤 위안과 안심과 깊은 잠의 세계”(김나영 문학평론가)로 우리를 이끌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슬로우 슬로우』는 그간의 여정을 응축하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악몽 같은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면서도 끝내 함께 있으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여름밤 선풍기 소리 겨울 유리창이 어는 소리 잠의 문이 열리는 소리 밤이 흰 상복을 입는 소리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 스물이었을 때 서른일곱이었을 때 다시 아홉 살 마음으로 돌아가던 소리 시에도 소리가 있다면 이런 것일까 당근을 씹는 고요한 밤 가만히 들어보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_ 「소리 나는 시」 부분 시집의 문을 두드린다. 수록된 50편의 시에서 제각기 다른 소리가 난다. 「소리 나는 시」로 시작해 「눈보라」에 이르기까지, 강성은의 시는 깊고 넓은 음역(音域)으로 연주된다. 단순히 아름답게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흘려들을 수 없는, 반드시 귀 기울이게 만드는 소리이다. 그것은 “꿈을 통해 현실을 끌어올리고, 불분명한 세계를 그 불명확성 자체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일견 모순되는 말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강성은의 시가 가장 잘하는 일”(황인찬 시인, 발문에서)이다. 이토록 반복되는 꿈, 참혹한 세계의 기록 『슬로우 슬로우』의 시들은 반복되는 악몽의 이미지를 거느린다. 여름인데 눈이 내리고, 시계가 가도 내일이 오지 않는다. 나무에 매달린 과일은 영영 익지 않는다. “공포와 불안과 절망이 제멋대로 건반을 두드린다”(「큐브」). 그 세계는 불길로 가득하다. 어느 해에는 사람들이 여자들의 머리채에 불을 질렀고 다음 해에는 여자들이 스스로의 머리채에 불을 질렀다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불은 여자들을 태우고 그다음 해에는 모두를 태웠다 그래도 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에 타 죽은 줄 모르고 자꾸만 자기 머리채에 불을 질렀다 _ 「세계가 불타는데」 부분 여자들의 머리채에서 시작된 불은 곧 세계 전체로 번져간다. “세계가 불타는데 아직도 너무 춥다”(「세계가 불타는데」). 「물물교환」에서도 “굶은 불이 겨울 내내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출국」에서도 “밀밭과 콩밭이 산과 언덕과 계곡과 바다가/ 집들과 빌딩과 공장과 병원이/ 불타고 있”다. 어서 오세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천막 속으로 들어간다 줄은 길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고 어서 오세요 재난과 안전이 번갈아 수신되고 (…) 어서 오세요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나는 얼음처럼 녹는다 _ 「안녕히 가세요」 부분 악몽은 또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 재난 속에서 사람들이 쓰러진다. 우리 삶을 휩쓴 팬데믹의 풍경이 겹쳐진다. 이제는 다 지나간 심란한 꿈일까. 다음 세계가 시작된 걸까. 그러나 시인은 본다. “울음이 쏟아지기 직전의 뒷모습”으로 약국 앞에 선 사람들을(「낮잠」), “폭격으로 가자 지구의 병원에 있던 모두가 죽었다”는 뉴스를(「예외 없음」), “사람들이 멍하니 기계적으로 시간을 한 장씩 넘기고 있”는 장면을(「대기실」), 세계의 일부가 “사라지고 나서도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과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모든 것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악몽의 이미지는 반복되고 변주되며 현실을 직접 지시하거나 은유한다. 옆 사람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전화기 너머에서 별일 없냐는 목소리가 들려도 입을 떼기 어렵다. 별일 없다고.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것밖에. 그러나 이 모든 악몽이, 이 모든 참사가 어떻게 우리와 무관한 일이겠는가. 정직하게 응시하는 느린 시선 이토록 참혹한 불길을 번지지 않게 하는 건 멈추지 않는 기도뿐이다. 시인은 무거운 먹구름을 머리에 이고 천천히 걷는다. 걷고 또 걷다가 발이 사라져 무릎으로 걷는다. 고통의 자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빛 같은 것이 눈 같은 것이/ 골목 안 그늘에 서 있는 아주 작은 사람 위로 떨어”지면 그것은 여자 같고 눈사람 같고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 계속 본다/ 자세히 본다”(「창가의 유령」). 강성은의 시는 타자를 홀로 두지 않으려는 응시로부터 출발한다. 반복되는 악몽의 이미지와 기도의 언어는 “현실 개변의 불가능성을 반증하는 슬픈 거울”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슬로우 슬로우』가 남기는 아름다운 반향은 강성은의 시가 도저(到底)한 정직성과 정확함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서 꿈은 허구의 장치가 아니라 현실의 언어가 포섭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내는 통로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현실을 가까스로 감각하기 위해” 꿈은 개입한다(황인찬 시인, 발문에서). 그러나 아무리 세계가 끔찍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세계 속에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바람, 그 마음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으려는 저 태도를 아름답다고 부르지 않을 수 없겠지. 자꾸 애를 쓰는 사람,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하는 사람, 부서지고 깨진 언어로라도 말하고자 하는 사람, 차라리 함께 참담함 속에 놓이자고 기꺼이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우리가 강성은의 시를, 그리고 시인을 힘껏 사랑하는 까닭 또한 거기에 있다. _ 황인찬 시인, 발문 「이토록 하염없이 반복되는 꿈속에서」 부분 우리를 함께이도록 하는 시적 환대 『슬로우 슬로우』를 관통하는 움직임은 다름 아닌 ‘멈춤’이다. 첫 시 「소리가 나는 시」의 “가만히 들어보다가/ 멈추었다가 다시”라는 구절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자장가처럼 내리는 눈을 듣는 순간, 시는 참았다가 터트리는 숨처럼 긴장과 해방의 순간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마지막 시 「눈보라」는 도로 한가운데 정지한 자동차들을 그린다. 모두가 달려가던 채로 멈추어 선 장면에서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절망과 무력감 속에서도 우리를 함께이도록 만드는 시적 환대다. 느림과 멈춤은 단순한 휴지(休止)가 아니다. ‘없는 것’과 ‘있는 것’ 사이를 오가며 사라진 존재와 부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태도이다. 그 틈에서 기억나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재생된다. 잊힌 것들이 꿈의 궤도를 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이 방과 저 방 사이를 오간다. 사라진 세계는 사라진 줄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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