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작가에 있어서 ‘연애’는 일종의 센세이셔널한 의미를 갖는다. 어떤 의미로는 ‘연애’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다 소진시키고 죽음까지도 수용하려는 극단적인 태도? ‘정염(情炎)’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정열적인 연애는 반드시 작가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가에 있어서 그들의 연애 내지는 정사(情事)의 경험은 커다란 상흔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것이 인생관이나 애정관, 여성관 등을 일변시켜 나아가 걸작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케다 다이쥰(武田泰淳, 1912~1976)은 『여자에 대해서(女について)』라는 수필에서 ‘작가들의 성격은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에 적확(的確)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 속 여성상의 소묘는, 작가 자신이 체험했거나 동경했던 연애, 여성과의 관계 등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작가 개인적 ‘시점(~觀)’에서 형성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작가에 있어서 ‘연애’ 체험은 그들의 문학 창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론이나 작품론은 이것을 무시하고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사견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의 연애 체험을 검증·참고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사생활이나 비사(秘事) 등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학사(文學史)상의 조사(調査)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본 역서는 저자의 저널리스트다운 정보력, 관찰력을 바탕으로 자연주의 전성기부터 다이쇼문학 말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연애 체험을 가능한 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사실에 의거하여 기록한 것이다. 이 역서의 흥미로운 점은, 메이지기의 관념적인 연애관이 무참하게 무너지고, 현실적인 연애관과 퇴폐적인 기풍이 다이쇼기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서 전반에는 기독교 사상, 유럽 낭만주의의 여성숭배(존중) 등의 영향에 의한 연애상을 도코쿠(透谷), 돗포(??), 도손(藤村) 등의 연애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근대화가 보여준 반봉건적(半封建的) 과도기 현상은, 구시대와의 충돌과 갈등을 심화시켜 연애에 있어서도 어중간하고 불완전한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본 역서는 역설(力?說)하고 있다. 후반에는 전반의 낭만적 분위기로부터 일변하여 너무나도 인간적인 연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퇴폐적 상상력이 풍부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之介)의 여성관계와 죄의식의 문제, 부르주아(bourgeois)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없었던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의 고뇌와 비극적 정사(情死), 위로와 공감으로 맺어진 히구치 이치요(?口一葉)와 나카라이 도스이(半井桃水)의 은근한 사랑 등도 사실에 의거하여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공감과 더불어 애잔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