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더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 당신을 만나러 와야 했어요.” 김보영 배명훈 이다혜 정보라 정소연 추천 반짝이는 슬픔, 경계 없는 사랑을 발견하는 김초엽 4년 만의 세 번째 소설집 경계 밖을 이해하고자 갈망하고,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어서 고군분투하는 한계가 우리가 지닌 희미한 빛이자 가능성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여기 담긴 소설들은 그 한계와 가능성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애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초엽 인터뷰 중에서) 2010년대 한국 SF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작가 김초엽이 데뷔 8년 차를 맞는 2025년 여름 신작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로 우리를 찾아왔다. ‘매번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친숙하게 황홀한 맛’이라는 어느 독자의 말처럼, 김초엽은 소설적 실험을 꾸준히 감행하면서도 성실한 자료 조사와 더불어 인간과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내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실패하지 않는 독서 경험을 선사해왔다. 데뷔 후 지난 8년간 작가는 트랜스휴먼, 비인간 등 정상 규범에서 벗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사회적 소외와 배제에 주목하고 개인적 극복을 넘어 사회적 전복으로 향하는 강력한 상상력을 펼쳐 보였다. 또한 극단적 재난이나 닿을 수 없는 시공, 이질적 존재의 감각, 불완전한 소통과 변형된 신체 등 일상인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와 존재를 그려내며 끊임없는 소설적 실험을 감행해왔다. 낯선 세계 속에서 벌어질 작은 기적들, 매일의 다정한 우정과 긴 시간에도 바래지 않는 사랑을 통해 읽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기술 또한 탁월했다. 김초엽의 소설 궤적을 따라가며 우리는 오늘도 그가 이룰 문학적 개성과 성취를 알아가고 있다. 이번 책에는 인간성의 본질에 관해 다각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총 7편의 중단편소설이 담겼다. “인간의 재료가 달라진다면 인간과 세계의 상호작용도 바뀌지 않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과 함께 욕망과 의지의 문제를 다루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한 몸에 존재하는 두 인격체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여주는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사회의 ‘정상성’ 규범 밖에 존재했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탐색 연작’이라고 불릴 만한 〈고요와 소란〉 〈달고 미지근한 슬픔〉 〈비구름을 따라서〉는 SF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고차원적 존재, 서버로 이주한 인류, 평행 세계 등을 다루면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 해석의 한계나, 기존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아 형식, 얽힘으로써 고정되는 존재 등 여러 시각이 중첩된 문제들을 탐구하여 소설의 깊이와 재미를 더한다. 촉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문명을 다룬 〈진동새와 손편지〉, “한 번은 돌아와야 한다. 알겠지? 그래야 다시 나아갈 수도 있다”라는 할머니의 당부 아래 길 잃은 고래와 도시로 떠났던 청년의 귀향이 겹쳐지는 〈소금물 주파수〉 또한 흥미로운 전개 끝에 눈물의 펀치라인이 준비되어 있는 작품들이다. 일곱 가지 색으로 빛나는 김초엽 신작 소설집 우리가 기다려온 가장 정확한 온도 김초엽이 창조하는 것은 이야기인 동시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감각적 경험 그 자체다._정소연(소설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겪더라도 근본적인 인간성을 언제나 간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김초엽의 주인공들은 아주 평범하고 다정하면서도 가장 강인하다._정보라(소설가) 김초엽이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다. 관찰의 마술사가 우리에게 남긴 고요와 소란의 문장을 따라 함께 지도를 완성해간다._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이 시대 한국인이 삶과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김초엽의 소설을 찾아 읽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_배명훈(소설가) 네 갈망과 나아감, 변화를 격려한다고. 깨어지고 망가지는 과정 또한 변화라고. 네 삶 전체를 응원한다고._김보영(소설가) 이번 소설집은 그간 김초엽 소설이 제시했던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질문들, 다채로운 자아와 언어의 탐색 등과 연결되면서도 인간과 존재의 문제에 무게중심을 둔다. 소설가 정보라는 추천사를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이 “시뮬레이션 안에서 살아가더라도, 안드로이드로 태어나 인공의 하드웨어가 씌워졌더라도, 어떤 존재 방식 속에서든 자신의 필멸을 바라보며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간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인간을 정의하는 방식을 시대에 따라 변화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 부여하고 싶은 고유성, 끝내 붙들고 싶은 어떤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 그건 오히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한계에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항상 엇갈리면서도, 불완전한 대화 끝에 오해하고 돌아서더라도, 끝까지 놓지 않는 작은 믿음이 김초엽의 소설에 남아 있다. 언제나처럼, 아주 작은 가능성의 빛으로. 편협과 오해를 넘어, 세계의 가장자리 너머 작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의 틈새 전 아직도 가끔 솜 인간이 되는 상상을 해요. 마음이 무거울 땐 펑펑 울어서 물먹은 솜이 되고 기분 좋은 날은 햇볕에 바짝 마른 보송한 솜이 되는 거예요. 화가 날 땐 나 자신을 마구 때려도 되겠죠. 솜 인간에게는 자해든 자기 파괴든 조금은 덜 위험하고 더 보송한 일이 될 거예요. 축축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마를 거예요. 다시 산뜻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검푸른 물의 세계가 우리를 압도한다. 광활한 공간 속에서 오직 우리만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나는 이 거대한 외로움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레몬은 진작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외로운 세계가, 그렇기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양면의 조개껍데기〉) 전반부에 배치된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와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우리가 ‘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것, 으레 당연하게 여기고 모두에게 강요하는 익숙한 욕망들에 물음을 던진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려는 열망에,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과의 부조화 감정에, 비독점적인 애정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에 특별한 이유가 필요할까. 김초엽의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데, 소설의 수용자는 일방적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여러 입장에 자신을 대입하고 공감하고 진동하는 공간을 제공받는다. 사랑과 질투, 소유, 증오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경유하면서 이야기는 생동감을 부여받고, 모든 인물은 자신만의 입체적인 색감으로 반짝인다. 나와 세계를 이해하려는 부단한 노력 프레임을 깨고 관념을 뒤집는 첨단의 소설 실험실 “빙하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녹음한다고 했을 때조차도, 그 소리에는 듣는 나의 의도와 관점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물의 영혼이라는 개념은 목적 소리와 완전히 분리할 수 없었던 인간의 ‘관점’의 흔적이겠지요.” (〈고요와 소란〉) “이젠 이 세계와 나와 당신이 큐비트로 구성된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얼마 전부터 감각이 겉돌기 시작했어. (…) 빨강이 빨강 같지 않고, 단맛이 단맛 같지 않아. 긴장하면 땀이 나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기이하게 느껴지고.” (〈달고 미지근한 슬픔〉) 수없이 많은 세계를 상상하는데, 왜 그런 세계들에 매료된 걸까? 그곳들은 유토피아도 아니고, 이곳보다 더 아름답거나 더 낭만적이지도 않고, 약한 사람들에게 특별히 더 상냥하지도 않고, 여기와 같은 고통과 억압과 불행이 존재하는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세계 역시 벗어나고 싶은 새장일 텐데. 단지 지금 이곳이 아니기만 하면 되는 건가? (〈비구름을 따라서〉) 이번 소설집에서 〈고요와 소란〉 〈달고 미지근한 슬픔〉 〈비구름을 따라서〉는 인간 존재와 그 기반의 우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