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위계와 교환가치에서 해방된 사물들의 정감어린 대화 계간 『에세이피아』 주간과 발행인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일현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최장순 수필가가 에세이집 『유쾌한 사물들』을 출간했다. 최장순의 에세이는 교환가치의 제국에 갇혀 있던 사물들을 호출하여 그것에 다시 인간의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해서 상품의 세계로 넘어가 있던 수많은 사물들이 다시 인간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가 사물들을 소환하는 방식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사물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 그는 단 한번도 사물들을 떠나보낸 적이 없으며, 그의 사물들 역시 그를 뿌리친 적이 없다. 사물들이 그에게 “은밀한 저항”을 하지 않는 것은 그가 사물들을 교환가치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쾌한 사물들』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물신의 노예였던 사물들이 아니라, 인간의 정동과 정감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한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인간화된’ 사물들이다. 최장순의 세계에서 인간 주체와 사물들은 서로 ‘사랑’하므로, 위계가 필요 없다. 그것들은 지배와 저항이 아니라 소통과 환대와 공감의 관계 속에 있다. 최장순이 이렇게 사물들을 불러내는 것은 그가 사물들과 ‘인간적’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물에 기록된 서사들을 들추어내고 재배열함으로써 ‘사물(死物)’을 ‘생물(生物)’로 바꾼다. 사물이 생물로 전화될 때, 사물은 비로소 인간과의 대화적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최장순의 에세이 『유쾌한 사물들』 속의 ‘사물론’들은 이렇게 하여 그가 사물들과 나눈 대화들이다. 사물들 중에서도 오래된 것일수록 더욱 많은 서사들을 담고 있으므로, 그는 낡은 것, 오래 묵은 것들을 건드리기를 더 좋아한다. 최장순의 산문들은 모든 차이들의 고유성에 대한 인정, 그리고 그것들 상호 간의 대립성과 의존성을 향해 있다. 충돌하는 모든 것들의 화학반응은 그 자체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그 차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늘 따뜻하고, 깊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에세이집 『유쾌한 사물들』은 이렇게 해서 위계와 교환가치에서 해방된 사물들의 정감어린 대화로 가득 차 있다. 최장순 수필가는 「책을 펴내며」에서 “이번 작품들은 대체로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을 대상으로 하였다. 산책길, 도심의 거리, 숲, 잠시 스쳐간 작은 사건과 소소한 대상들이다. 보잘것없는 나의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았을 때, 그들은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나는 그런 대상들을 보고, 읽고, 쓰며 이해하려 했고 사랑하였다. 대상에 몰입하여 잠시 나를 비워냈을 때, 사물은 내게 기쁨을 선물로 채워주었다. 사려 깊은 통찰과 이해심이 부족한 나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으로 엮고 보니, 가난한 농사였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내게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남용했는지도 모른다. 사물에 빚진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