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여전히 요리는 무엇인지,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답은 알아낼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는 2018년 《재료의 산책》 출간 이후, 요나가 차분하게 산책해 온 숱한 계절을 다시 한번 매만지며 제철로 안내하는 책이다. 긴 시간 요리와 곁 해왔지만 “여전히 요리는 무엇인지,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요나는 “어쩌면 답은 알아낼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로 우리를 사계의 신비에 빠뜨린다.
계절이란 선명한 네 조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물감이 도화지에 그러데이션을 그리듯 물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한 요나가 안내하는 유순한 사계. 누군가의 사계는 여름으로부터, 또 누군가의 사계는 가을로부터 시작될 터, 시작점이 어디든 우리는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한 계절의 가장 싱싱하고 완연한 재료의 모습을 때를 놓치지 않고 만끽하게 될 테다.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에는 계절의 순환을 비롯해 자연의 결과물을 보듬는 요나의 손길, 조리의 과정과 결과물이 선명하고 감각적인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요리 과정에서 들리는 소리를 읽을 수도,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도, 계절의 레시피를 따라 부엌 앞에 서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계가 흐르고 다시 사계가 찾아오고, 또 다시 사계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요나가 길어 올린 ‘제철에 알맞은 재료’의 면면을 성실히 관찰해 보자. 영상이 흘러가듯 편안히 넘어가는 에세이와 더불어 직접 제철 재료를 모험할 수 있도록 돕는 레시피까지. 아름다운 자연의 결과물을 성실히 마주하는 요나의 시선을 통해 제철 재료 고유의 맛과 색을 읽고, 듣고, 접하길 권한다. 별다른 시의 없이 언제나의 사계에 머물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를 지금부터 살포시 펼쳐 보인다.
"저는 기본적으로 저는 맛있음을 추구하지 않아요. 제가 추구하는 건… 조화로움이려나요. 요리를 맛의 완성도로 따지면 요리하기가 힘들어져요. 목표를 두면 실패가 생기기 때문에 만족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사실 모든 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괜찮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몸에 잘 흡수시키고자 익히고, 요리해서 먹는 거니까 전 그저 잘 익혀서 몸에 넣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요리해요. '입에 넣고 씹어서 몸의 일부로 만든다.'의 마음으로요.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도 별 다섯 개짜리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모든 재료는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재료인데 맛있는 요리, 맛없는 요리로 치부해 버리는 건 아쉬워요. 사실 제철에 난 재료라면 어떤 조리법을 입히더라도 맛이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요. 제철 재료들은 그때 가장 자연스럽게 맛이 좋은 상태거든요. 저는 요리할 때 제철 재료들을 구해서 '어떻게 먹고 싶지?' 하고 상상해요. 그러다 보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메뉴도 생기는데요. 그런 것도 거르지 않고 책에 담았어요. 독자들이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를 보면서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에 실린 레시피 그대로 요리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보기를 바라요. 저는 작업할 당시 제 주변에 맴도는 애들을 잡아다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리한 걸 기록해 놓은 거니까, 독자들은 자기 주변에 맴도는 제철 재료들로 원하는 조리를 곁들여 보셨으면 해요."
- AROUND vol.99 <흙과 인간을 관찰하고 잇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