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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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부커 상을 2회 휩쓴 현대 영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걸작 단편선!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하고,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등 스트리밍 드라마로 만들어져 전 세계 독자들에게 새롭게 찬사를 얻은 걸작들을 탄생시킨 캐나다 출신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 소설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각각의 단편이 독립성을 띠고 있으나,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단편 소설집이다. ■ 한 여성의 삶 전체를 스냅 사진처럼 순간순간 포착한 걸작! 소설은 노부부인 듯 보이는 한 쌍의 커플이 아침에 눈을 뜨고 식탁에 앉으면서 시작된다. 화자인 ‘나’는 노년의 여성이고 그녀의 반려자인 남성은 티그이다. 그들은 별 불만 없이 평온한 노후를 보내는 듯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쁜 소식, 불길한 예감은 평온한 아침 식탁을 예고 없이 덮친다.(「나쁜 소식」) 곧이어 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단편 소설이 이어진다. 우리는 화자인 소녀가 앞서 등장한 노년의 화자와 동일한 ‘넬’임을 알게 된다. 열한 살의 어린 소녀 넬은 중년의 나이에 노산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와 외딴 시골집에 단둘이 남겨져 있다. 소녀는 어머니가 아무 사고 없이 동생을 낳을 수 있을지,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해하며 어머니의 수발을 들고, 태어날 동생에게 입힐 옷을 뜨개질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자기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된 소녀는 이를 통해 일찌감치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요리와 접대의 기술」) 넬의 여동생은 무사히 태어나지만, 남다른 점이 있다.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넬은 핼러윈을 맞아 열한 살 차이가 나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가장 놀이를 하기 위해 ‘머리 없는 기수’ 코스튬을 만드는데, 동생은 이 옷 때문에 공포에 질린다. 나이에 비해 눈치가 빠르고 조숙한 언니와 한없이 예민하고 연약한 여동생.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적 갈등과 애정은 평생에 걸쳐 이어지게 된다.(「머리 없는 기수」) 여성이 결혼을 피하려면 대학에 가야 했던 시절, 이제 수험생이 된 넬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에 몰두한다. 학교의 벳시 선생님은 이런 넬을 남다른 태도와 관점을 통해 영문학의 길로 이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문학이란 유용하지도, 이해되지도 않을 것일 뿐이다. 넬은 이제 진로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가게 된다.(「나의 전 공작 부인」) 영문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단기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젊은 전문직 여성이 된 넬. 하지만 1960년대는 스스로 생계를 꾸리며 홀로 살아가는 여성에게 그리 편치 않은 시절이다. 넬은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생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며 절대적 고독에 시달린다.(「다른 날」) 어느 날 넬은 티그와 오나 부부를 알게 되고, 둘 사이에서 원치 않았던 형태로 관계를 맺게 된다. 자유를 원했던 오나는 남편인 티그와 넬을 짝지어주고, 티그와 넬은 오나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시골 농장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중년의 문턱에 접어든 넬은 이후 티그와 남은 나날들을 보내게 되는데, 시골에서의 일상은 넬에게 낯선 결단과 깨달음의 순간을 준다.(「도덕적 혼란」, 「흰 말」) 그리고 서서히 노년이 찾아온다.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넬은 가족 안에 뿌리 내린 과거와 마주하며 생의 황혼을 맞이한다.(「래브라도의 대실패」, 「실험실의 소년들」) ■ 여성으로서 당신과 나, 우리의 이야기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가장 자전적 소설 『도덕적 혼란』에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실제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게 하는 자전적 요소가 여러 모로 반영돼 있다. 곤충학자로 가족들을 이끌고 캐나다 외딴 험지에 정착한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의 어머니, 오빠와 어린 여동생으로 이뤄진 애트우드의 가족은 실제로 『도덕적 혼란』 속의 배경과 꽤 흡사한 삶을 살았다. 애트우드는 도시와 오지를 오가는 가족의 생활 패턴으로 인해 열두 살까지 학교에 정규적으로 다니지 못했으나 책을 벗 삼아 고독을 이겨냈고, 열여섯 살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다. 그러니까 만약 애트우드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소설 속의 넬과 어느 정도 흡사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애트우드는 자신의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면서, 모든 여성이 생의 일정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떤 불안, 나쁜 선택, 그로 인한 겪는 잔잔한 불행과 ‘도덕적 혼란’에 대해 말한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목도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한다. 환경운동가로서 그녀의 사려 깊은 면모는 주인공 넬이 티그와 함께 시골 농장에 정착하여 닭, 고양이, 개, 소, 양, 말 같은 동물들을 우연히 거둬들이며 일어나는 해프닝 속에 냉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드러나며, 넬의 부모에 관한 기억 속에는 20세기 초중반, 여전히 광대한 황야였던 캐나다의 자연 속에서 삶을 위해 투쟁한 프런티어들의 감동적인 역사도 깃들어 있다. 이 자전적 소설을 통해 애트우드는 그녀가 평생 천착해 온 주제인 여성의 삶과 그 앞에 놓인 역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결코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고, 여성이라는 주제를 담은 『시녀 이야기』 같은 다른 작품에 비하면 매우 온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울림과 여운은 길다. 이는 한 여성의 삶을 유년부터 노년에 걸쳐 스냅 사진처럼 순간 포착하여 파편화하면서도 이를 온전하게 하나의 실로 관통하여 엮은 작가적 역량과, 제각각 다르지만 같기도 한 여성들의 삶을 객관화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 통찰력 덕분일 것이다. 대가라는 명칭이 걸맞은 작가의 실로 무르익은 역량을 드러내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