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정신 길들이기

잭 구디
3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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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양식의 차이를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와 결부시킴으로써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야생 정신 길들이기>. 그렇다면 책에서 말하는 야생 정신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야생 정신이란 바로 클로드 레비스토르스(1908~ )가 1962년에 출간한 <야생 정신>을 가리킨다. 구디는, 레비스트로스가 인간 정신(사고)을, ‘야생 사고’와 ‘길든 사고’나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으로 나누는 2분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 레비스토로스가 비(比)서양 사회를 서양 사회와 대등하게 바라보도록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지만, <야생 정신>이 “두 가지의 독특한 과학적 사고 양식”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인간 정신을 ‘야생 정신’과 ‘길든 정신’으로 대별하여 파악함으로써 사고 양식의 차이나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레비스트로스의 ‘야생 정신’ 개념이 2분법과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구디는 2분법적 사고방식 대신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로 사고 양식의 차이나,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을 해명하려고 한다. 즉 그는 서양 사회만이 아니라 비서양 사회에서도 고유한 의사소통 수단을 발달시켰으며 이로 인해 사고 양식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구디가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이 언어를 익히고 언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다종다기한 과정이 모든 사회제도와 인간의 규범적 행동의 토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구디의 2분법적 인식론에 대한 비판 및 ‘과정’을 중시하는 인식론은,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뿐만 오늘날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데 유익한 가르침을 준다. 시대 간, 공간 간, 문화 간 차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그 차이점과 대비되는 그 유사점 또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치즘과 같은 근거 없는 구분론이나 차이론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는 인식론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저자/역자

목차

1 진화와 소통 2 전前독필 사회에 존재한 지식인들? 3 읽기.쓰기 능력, 비판 정신, 지식 발달 4 도표를 발달시킨 문자 체계와 분류 체계 5 리스트에 무엇이 기록되는가? 6 공식 추종하기 7 조리법, 처방전, 실험 8 대2분법에 대한 재고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잭 구디는 누구인가 잭 구디(1919~ )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결혼풍습 엿보기≫ (중앙M&B, 1999) 한 권만 출간된 실정이다. 하지만 역사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을 인터뷰한 ≪탐사≫(푸른역사, 2007)를 보면, 잭 구디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다. 구디의 저작에 대해 프랑스의 뛰어난 역사가 조르주 뒤비(1919~1996)는 독자를 당혹하게 만들지만 ‘완결성’과 예리함이란 측면에서 ‘최고의 본보기’라고 평했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1933~ )은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왜곡된 견해를 교정할 수 있는 치유책이라고 극찬했다. 구디는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는데, 포로수용소에서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와 고든 차일드의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를 읽고 전공을 인류학으로 바꾸게 된다. 전쟁 포로가 되어 여러 지역을 전전했던 경험과 마르크스와 베버를 읽은 독서 체험은, 본래 사회적 측면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로 하여금 “어떤 일이 왜 한 곳에서는 일어나는데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고, 전공을 바꾸어 자연스럽게 역사인류학 분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특히 구디는 아프리카나 아시리아 등 전통 사회에서 사람들이 얼마만큼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는가 하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한 사회에 문자가 도입됨으로써 불어오는 사회 변화의 중요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구디는 1835년 브라질의 바이아주州 살바도르에서 일어난 노예 봉기에 관해 관심을 가졌는데, 그 이유는 노예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에 조직을 만들어 봉기를 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구디는 ≪탐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살바도르 봉기에 참여한 노예와 자유민들의 다수가 요루바 출신의 이슬람교도입니다만,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여행 경험이 많은 편인데다 아랍어에 능통할 정도로 교육받은 아프리카인들이었어요. 반도叛徒들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지시 내용을 담은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요. …… 이 봉기가 실패한 다음 흑인 공동체로부터 위험한 요소들을 제거한다는 목적하에 아주 가혹한 조처가 취해졌습니다. 400명의 식자층 흑인들이 서아프리카로 축출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그들은 장래의 봉기에서 더 이상 아무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지요. 당신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문자해득력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나의 초기 관심은 이 극적인 사건 때문에 촉발된 셈이었어요. 하여튼 이 사건은 일단 사람들이 아랍어를 습득하고 난 뒤 이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2분법적 사고방식 깨뜨리기 구디의 다채로운 학문 여정에서 그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문제들을 제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역사인류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서양의 독창성’이라는 신화를 깨뜨리고자 한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지역을 비교 연구하여 유럽(서양)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 있을 뿐 아니라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이런 ‘서양의 독창성’이라는 개념은 연구 범주를 ‘우리’와 ‘그들’로 대별하는 2분법적 사고방식으로부터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구디는 2분법적 사고방식 일반에 대한 신화를 깨뜨리는 작업으로 나아간다. 이 책은, 구디가 2분법적 인식론을 비판함과 동시에 지나친 상대주의도 경계하며 사고 양식의 차이를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와 결부시킴으로써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을 설명한 그의 대표작이자 역작이다. 그의 주된 문제의식 및 인식론과 역사인류학적 방법론의 묘미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역사는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잭 구디를 소개하는 한편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2분법적 사고방식을 독자들이 회의해보고 독자들의 사고의 지평 및 인식론이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야생 정신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야생 정신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야생 정신이란 바로 클로드 레비스토르스(1908~ )가 1962년에 출간한 ≪야생 정신≫을 가리킨다. 구디는, 레비스트로스가 인간 정신(사고)을, ‘야생 사고’와 ‘길든 사고’나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으로 나누는 2분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 ≪야생 정신≫의 출발점은 ‘사고’나 ‘정신’을 야생(또는 선사先史) 사고와 길든 사고로 구분하는 2분법이다. 그러나 이런 대립적 구분법은, 비록 레비스트로스가 그것이 함유한 의미들 가운데 일부를 배제하려고 노력했을지언정, 원시적인 것과 진보한 것으로 이행된 초기의 ‘우리/그들’ 식 2분법과 많은 성격을 공유한다. 그는 ‘야생’ 지식을 신석기 시대의 특성으로 간주하고 길든 지식을 현대를 지배하는 특성으로 간주함으로써 새로운 2분법에 더욱 특수한 역사적 근거를 부여하고자 했다. 예컨대 레비스트로스는 신석기 혁명(농경의 시작)과 근대과학 사이에 왜 수천 년의 침체기가 지속되었는지 그 경위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해 “두 가지 독특한 과학적 사고 양식”이 존재한다고 답함으로써 그의 2분법적 인식론을 분명히 드러냈다. 따라서 구디는, 레비스토로스가 비比서양 사회를 서양 사회와 대등하게 바라보도록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지만, ≪야생 정신≫이 “두 가지의 독특한 과학적 사고 양식”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인간 정신을 ‘야생 정신’과 ‘길든 정신’으로 대별하여 파악함으로써 사고 양식의 차이나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레비스트로스의 ‘야생 정신’ 개념이 2분법과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왜 야생 정신 길들이기인가 구디는 2분법적 사고방식 대신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로 사고 양식의 차이나,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을 해명하려고 한다. 즉 그는 서양 사회만이 아니라 비서양 사회에서도 고유한 의사소통 수단을 발달시켰으며 이로 인해 사고 양식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구디가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이 언어를 익히고 언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다종다기한 과정이 모든 사회제도와 인간의 규범적 행동의 토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관료제의 발달은 문서를 통한 의사소통 행위에 기반을 두지 않고서는 오늘날과 같이 발달할 수 없었다. 따라서 구디는 글쓰기(기록) 문화의 발달, 언어적 도식 및 축약이 가능해진 뒤에 탄생한 알파벳의 등장, 학교 교육을 통한 독필讀筆 문화의 발달, 인쇄술의 발명 등과 같은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를 주목하는 것이다. ≪탐사≫를 보면, 구디가 이렇게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두 가지 계기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포로가 되어 오랫동안 책을 접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과 아프리카 현지연구에서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로 인해 야생 정신이 길들여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경험이 그것이다. 물론 구디가 순진하게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가 사고 양식의 차이나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단일한 요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만큼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한다. 구디는 ≪탐사≫에서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제목을 ≪야생 정신 길들이기≫로 붙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다루려는 주제가 단지 이분법적인 것인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목을 그렇게 붙였습니다. 순치의 과정, 그러한 이행 안에는 어떤 것이 내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 겁니다. 왜냐하면 레비스트로스가 뜨거운 사회와 차가운 사회의 속성으로 인식했던 것들 중 일부는―전부는 아니겠지만―의사소통 방식상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잘 설명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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