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다

고종석 · 에세이/인문학
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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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탐구해 온 고종석이 이번엔 '우리말의 에로스'를 풀어낸다. 입술, 감추다, 가냘프다, 속삭임 등 저자가 골라내는 '사랑의 말들'은 결코 일상어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말들의 '속살'은 다시 일상에 돌아와 우리의 언어를 더욱 풍부하고 맛깔나게 한다. “한데 왜 하필 주제가 사랑이고, 더구나 주제어들이 고유어냐?” 하고 물을 수 있겠다.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저자는 “사랑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고, 고유어는 그 원초적 감정들의 우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탐구한 ‘사랑의 말들’, 즉 표제어(주제어)는 40개에 달한다. 1) 입술, 2) 감추다, 3) 메아리, 4) 미끈하다, 5) 혀놀림, 6) 가냘프다, 7) 발가락, 8) 손톱, 9) 잇바디, 10) 꽃값, 11) 모름지기, 12) 바람벽, 13) 그네, 14) 무지개, 15) 미리내, 16) 누이, 17) 엇갈리다, 18) 궂기다, 19) 어둑새벽, 20) 켤레, 21) 간지럼, 22) 밴대질, 23) 눈물, 24) 딸내미, 25) 속삭임, 26) 스스럼, 27) 술, 28) 한숨, 29) 보름, 30) 그믐, 31) 거품, 32) 춤, 33) 그대, 34) 구슬, 35) 어루만지다, 36) 서랍, 37) 버금, 38) 비탈, 39) 엿보다, 40) 주름 모두 토박이말들로, 저자가 1996년에 펴낸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에서 지킨 원칙―표제어를 토박이말에서만 고른다는―이 이 책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부피나 깊이 면에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보다 더욱 심화된, 이 책 <어루만지다>는 진즉부터 우리말의 에로스에 탐닉한 저자의 말마따나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자매서이되, 온전한 독립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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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책머리에 입술ㆍ사랑의 기슭 또는 봉우리 감추다ㆍ품거나 담거나 가두거나 메아리ㆍ자기애와 교감 사이 미끈하다ㆍ점액질의 미끄러움 혀놀림ㆍ공감각共感覺의 물리학 가냘프다ㆍ몸의 뉘앙스, 마음의 실루엣 발가락ㆍ꼼지락거리는 관능 손톱ㆍ시샘하는 사랑 잇바디ㆍ눈 속의 매화 꽃값ㆍ사랑, 사랑의 꽃이로구나! 모름지기ㆍ당위로서의 무지無知 바람벽ㆍ허깨비가 노는 스크린 그네ㆍ자유와 사랑의 비행선飛行船 무지개ㆍ사랑이라는 이념 미리내ㆍ그리움, 또는 부재不在의 사랑 누이ㆍ우애와 연애 사이 엇갈리다ㆍ결정론의 감옥 안에서 궂기다ㆍ삶과 사랑의 궂은 그늘 어둑새벽ㆍ열정의 추억 둘 켤레ㆍ온전함을 향한 짝짓기 간지럼ㆍ성적性的인, 슬며시 성적인 밴대질ㆍ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눈물ㆍ액화液化한 보석 딸내미ㆍ어떤 ‘가족로맨스’ 속삭임ㆍ아리따운 은밀함 스스럼ㆍ청춘의 순정, 노년의 기품 술ㆍ불꽃으로 타오르는 물 한숨ㆍ깨어진 사랑, 되돌아온 사랑 보름ㆍ더 붉게, 더 불룩하게 그믐ㆍ신생新生을 꾀하는 그윽함 거품ㆍ사랑의 유토피아 춤ㆍ가상의 섹스, 또는 미적 쾌락과 성적 쾌락 그대ㆍ노래 속에 갇힌 정인情人 구슬ㆍ유년의 황홀 어루만지다ㆍ사랑의 처음과 끝 서랍ㆍ깊숙이 묻어둔 편지들 버금ㆍ정인情人 앞에만 서면 비탈ㆍ사랑의 포물선 엿보다ㆍ사랑의 뒤틀림 또는 시동始動 주름ㆍ바로크의 무늬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독립 언어학자가 섬세하게 탐구한 ‘우리말의 에로스’ 글 40편으로 구성된 『어루만지다』에서 저자는 손수 고른 ‘사랑의 말들’을 거점으로 삼아, 그 말들을 연관어聯關語(=관련어關聯語), 그리고 인접어隣接語와 견주고, 때로 뜻빛깔(뉘앙스)과 어원語原까지 더듬어가며 여러 맥락에서 ‘말들의 사랑’을 통찰한다. 이와 더불어 표제어와 관련된 국어사전 뜻풀이의 제시에서 여러 글과 문학작품, 노래가사 등을 통한 의미맥락 파악하기, 그리고 한자, 영어, 로망어roman語, 중세 한국어 등과 표제어의 비교 고찰도 저자가 ‘사랑의 말들’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데 자주 활용하는 방편들 중에 하나다. ‘어루만지다’와 ‘애무하다’는 그 어감도 썩 다르다. ‘어루만짐’은 쓰다듬으며 만지는 행위 일반을 가리키지만, ‘애무’는 그 행위에 성적 뉘앙스를 포개는 것 같다. ‘애무’의 본디 뜻이 그렇다기보다, 성애 소설 작가들이 성행위를 묘사하며 이 말을 하도 남용해서 그리 된 듯하다. “철수가 딸내미의 볼을 조몰락조몰락 애무하고 있네!” 같은 말은 가령 철수가 추위에 언 아이의 볼을 녹여주려고 어루만진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으련만,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대뜸 ‘근친상간’, ‘소아 성애’, ‘성적 아동학대’ 같은 상황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어루만지다’는 이와 다르다. “딸내미의 발바닥을 어루만지는 아빠” 같은 표현에서는 앞의 불쾌한 상황들이 연상되지 않는다. 이 아빠는 오직 딸내미의 발바닥이 너무 귀엽고 정겨워서, 또는 먼 걸음 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쓰다듬어 만져주는 것이다.(「어루만지다―사랑의 처음과 끝」에서, 232쪽) ‘사랑의 말들’, 표제어 40개는 모두 토박이말 “한데 왜 하필 주제가 사랑이고, 더구나 주제어들이 고유어냐?” 하고 물을 수 있겠다.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저자는 “사랑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고, 고유어는 그 원초적 감정들의 우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탐구한 ‘사랑의 말들’, 즉 표제어(주제어)는 40개에 달한다. 1) 입술, 2) 감추다, 3) 메아리, 4) 미끈하다, 5) 혀놀림, 6) 가냘프다, 7) 발가락, 8) 손톱, 9) 잇바디, 10) 꽃값, 11) 모름지기, 12) 바람벽, 13) 그네, 14) 무지개, 15) 미리내, 16) 누이, 17) 엇갈리다, 18) 궂기다, 19) 어둑새벽, 20) 켤레, 21) 간지럼, 22) 밴대질, 23) 눈물, 24) 딸내미, 25) 속삭임, 26) 스스럼, 27) 술, 28) 한숨, 29) 보름, 30) 그믐, 31) 거품, 32) 춤, 33) 그대, 34) 구슬, 35) 어루만지다, 36) 서랍, 37) 버금, 38) 비탈, 39) 엿보다, 40) 주름 모두 토박이말들로, 저자가 1996년에 펴낸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에서 지킨 원칙―표제어를 토박이말에서만 고른다는―이 이 책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부피나 깊이 면에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보다 더욱 심화된, 이 책 『어루만지다』는 진즉부터 우리말의 에로스에 탐닉한 저자의 말마따나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자매서姉妹書이되, 온전한 독립서獨立書다.” 한국적 호모로퀜스Homo loquens와 호모에로스Homo eros를 위한 사랑사전 인간은 도구, 놀이, 생각의 인간이면서, 언어의 인간Homo loquens이자 사랑(성애性愛)의 인간Homo eros일 수밖에 없다. 말과 몸을 나누고 섞어야 주체가 유지되는 숙명의 존재이기에 그렇다. 이러한 명제들을 바탕에 두고 저자는 말과 몸을 동시에 탐구한다. 공감이 모든 사랑의 밑절미라면, 메아리는 온전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방향을 바꾼 소리의 물결이 메아리라면, 메아리는 대화의 언어다. 그 대화가 사랑의 시작이다. 공감하며 대화하는 마음들의 파동은 진폭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정서적 맥놀이를 만들어내는데, 은은히 울려 퍼지는 이 마음의 맥놀이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맥놀이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두 파동의 진동수가 비슷하되 똑같지는 않아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너무 다른 마음들은, 똑같은 마음들이 그렇듯, 사랑이라는 맥놀이를 낳기 어렵다.(「메아리―자기애와 교감 사이」에서, 33~34쪽) 구애의 중요한 기술 하나는 말솜씨다. 참이든 참으로 꾸민 거짓이든, 신실함이든 신실함으로 위장한 허장성세든, 그럴싸해 보이는 말에 사람들은 자주 홀린다. 말주변은 사랑의 무기다. 태고 이래 노래꾼들이 읊은 시들의 태반이 사랑노래였던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 혀놀림의 기술은 유혹의 기술이고 사랑의 기술이다. 혀놀림이 사랑에 개입하는 다른 층위는 대놓고 육체적이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혀를 놀리는 행위다. 언어로서의 혀놀림이 들려주기 위한 것이라면, 행위로서의 혀놀림은 보여주거나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행위로서의 혀놀림은 다시 둘로 나뉜다. 그 하나, 보여주는 혀놀림은 저 혼자 혀를 놀리는 것이다. 이 혀놀림은 아직 섹스에는 이르지 않은 행위지만, 섹스로 가기 위한(또는 그저 보는 이들에게 성욕을 불어넣기 위한) 노골적 유혹이거나 도발 행위다.(「혀놀림―공감각共感覺의 물리학」에서, 43쪽) 이처럼 『어루만지다』는 일종의 말과 몸을 위한 ‘사랑사전’인 셈이다. 특히 모든 한국어 사용자를 위한 사랑사전이라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말들의 지혜, 한국어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독자는 뭔가를 얻어낼 것이다. 그 말들이, 그 모국어 낱말들이 서로 수줍게 사랑하고 사납게 질투하며 격렬히 춤추는 모양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쩌다 사랑 자체의 지혜도 덤으로 엿살필 수 있을지 모르지”라며 출간 의의를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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