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완득이>작가 김려령이 뛰어난 재치와 유머로 그려낸
아파트와 사람들의 정 깊은 이야기!
■ 재건축을 눈앞에 둔 아파트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교감
2007년과 2008년 올해 <기억을 가져온 아이>(제3회 마해송문학상),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제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완득이>(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로 각종 어린이 · 청소년 문학상을 거머쥐며 돌풍을 일으킨 작가 김려령의 따뜻하면서 위트 넘치는 동화가 출간됐다. 오래 된 아파트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이 그저 건물이 아니라 우리와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는 가족 같은 존재임을 때로는 짠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에서는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무생물인 건물(아파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순간, 그 건물은 너무나도 생생한 생명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생명은 건물이 사람들 옆에서 무뚝뚝한 조연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동반자 역할을 하게 해 준다. 사람은 사람대로, 집은 집대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지만 그 안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가 녹아 있다. 서로를 보듬어 주고 보살펴 주는 그런 사랑 말이다.
작가가 재건축 아파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의 주된 시각과는 아주 다르다. 요즘도 뉴스나 신문의 주요 머리기사가 되곤 하는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경제 논리를 떠나 ‘생명을 지닌’ 집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강퍅하고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진정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 사십 년 된 우정을 자랑하는 푸른아파트에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어진 지 사십 년 된 5층짜리 푸른아파트는 네 동이 옹기종기 모여 시시콜콜 다투기도 하지만 오래 된 우정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듬직한 아파트에도 신도시 개발이라는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이 되면 집값도 오르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역풍이 되어 다른 지역과의 마찰 때문에 재개발이 취소가 되고 만다.
갑작스러운 재개발 취소 소식에 푸른아파트들과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다른 건물들이 무참히 철거되는 것을 지켜보아 온 푸른아파트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깨끗하고 좋은 아파트에서 살날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푸른아파트는 황량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불만의 표시로 ‘이제 와서 재건축 반대 웬 말이냐!’ ‘우리도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더니 급기야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파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 기다란 검정 띠를 두르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 푸른아파트들은 하루도 맘이 편할 날이 없다. 지금껏 데리고 살던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재건축을 염원하는 일들을 꾀하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2동에 혼자 사는 할머니네 기동이라는 사내아이가 오고부터 푸른아파트들은 더욱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기동이는 엄마 아빠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할머니네 자신만 맡겨 두고 간 것도 못마땅하고 좁디좁은 할머니 집에 자기만의 방이 없는 것도 불만스럽다. 그런 맘을 풀 길이 없던 기동이는 아파트 동마다 다니며 ‘이 아파트를 보는 사람은 다 죽는다’ 등의 낙서를 해대서 아파트들 속을 썩이지만, 그래도 2동은 자기가 데리고 사는 아이라고 끝까지 기동이 편을 들어 주어 다른 아파트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갖가지 좌충우돌을 겪으며 결국 푸른아파트는 재건축 허가를 받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들떠서 이삿짐을 꾸리지만 기동이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2동 벽을 손으로 문지르며 아파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세상에 나는 것들은 다 지 헐 몫을 가지고 나는 것이여. 허투루 나는 게 한나 없다니께. 고 단단하던 것들이 이렇게 제 몸 다 낡도록 사람들 지켜 주느라 얼마나 고생혔냐. 인자 지 헐 일 다 허고, 저 세상 간다 생각허니, 짠허다.”
할멈은 2동 벽을 손으로 문질렀다.
“할멈은 착해서 어딜 가든 잘 살 거야. 잘 가……”
“그 동안 편하게 잘 살고 간다.”
할멈은 한 번 더 102호를 보고 밖으로 나왔다.
_본문 168쪽에서
■ 아파트와 사람들,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해 주는 것이 바로 캐릭터다. 이 작품에서도 아파트의 이야기가 더욱 진솔하게 다가오는 것은 작가가 빚어 놓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파트에도 각자 개성과 성품과 특징을 부여해 하나의 인격체로 창조해 냈다. 이렇듯 살아 있는 캐릭터들은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흡인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성에도 울림을 준다.
훈훈하게 빚어 놓은 아파트들의 특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생생함이 한결 가깝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냥 건물이 아니라 가족처럼 친구처럼 느껴진다. 이야기 속에서 건물은 건물끼리, 사람은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누지만 말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 탄생한 아파트들의 성격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1동>
벼락을 맞아 좀 이상하게 변했지만,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자신이 집이라는 것과 집은 사람들을 잘 지켜 줘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음.
<2동>
데리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이 깊고, 버릇없는 일이 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싫어함. 아홉 살인데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된 기동이가 오고부터는 더욱 정이 깊어짐.
<3동>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 검정 띠를 몸에 두르고 있는 것도 힘겨운데 기동이가 써 놓은 ‘이 아파트를 보는 사람은 다 죽는다’라는 낙서 때문에 더 기운이 빠져 있음.
<4동>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데다가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밤마다 몸을 비틀어 대는 바람에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퍼짐. 그래서 제일 싸구려 동이 됨.
<상가>
계산이 빠름. 내색은 안 하지만 밤만 되면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 속이 텅 비어 쓸쓸해함. 무슨 일만 생기면 푸른아파트들끼리 편들어 주는 것 같아 야속하게 여김.
이 산뜻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왠지 정말 우리 모르게 아파트들끼리 자신들이 품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 집을 들고날 때마다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집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동반자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감싸주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