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파주 용주골,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 한국 집창촌, 지워진 100년의 역사
"오빠, 어디가? 잠깐 놀다가~."
야릇한 불빛 속에서 윙크와 함께 달콤한 말을 꺼내며 남자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그녀들이 있는 거리. 우리는 그곳을 ‘집창촌’이라고 불렀다. 지역마다 집창골목으로 유명한 거리가 하나씩 있을 만큼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집창촌이지만 도대체 그곳이 언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니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옳은 말일 것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이렇게 철저하게 무시된 집창촌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전국의 집창촌을 탐방하며 그 역사의 원류를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이전의 조선에도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이 있기는 했지만 요새와 같이 ‘전업형’ 성매매를 하지는 않았으며 그들이 모여 영업을 하는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이 조선을 점거하면서 자국민을 위해 자국의 독특한 문화인 유곽을 들여다 앉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일본의 도입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집창촌 문화는 굴곡진 한국사의 흐름과 함께 시기마다 변모해가며 그 역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사회는 집창촌을 이용하는 동시에 부정하고, 비난함과 동시에 요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타자화된 ‘그들의’ 역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모른 척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100년간의 끊임없는 변태(變態)기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스스로의 역사를 써온 집창촌의 숨겨진 이야기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라는 폭탄을 견뎌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