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

무코다 구니코
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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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은근히 신경 쓰이는 녀석 오늘은 잘 쓰긴 틀렸어요 아는 얼굴 무화과의 맛 살모사의 자존심 배달되면 곤란한 마음 안전핀도 핀이다 소리 내어 울 만큼 원하는 것 객지에서 잠자기 비행기 날다 2부 태풍 오는 날 혼자서 웃었다 뻔한 인사말 요즘 한창 빠져 있는 말 판탈롱 바지 속 팬티스타킹 밍크 된장 돈가스 앗, 당했다 이제 슬슬 반대쪽 손으로 신문지 사용법 3부 벌레의 계절 불순한 마음 엄마의 도박 나오키상을 받다 인생, 가는 곳마다 바람기 있음 합창단 세월의 바느질 ‘듬뿍’이면 좋은 것들 도둑 4부 새삼 자세를 고쳐 앉는 일 슬리퍼 내가 졌소 뺄셈을 좋아하세요? 소년 여자의 변성기 베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 미지의 나날 해설 ‘조심스러운 상승’의 미학 옮긴이의 말 인간 vs 동물, 두 세계의 유쾌한 줄다리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나오키상 수상작가 ‘무코다 구니코’의 절정의 에세이집 ―예리한 통찰력과 유쾌함이 만난 영장류 인간과科 이야기 나오키상 수상작가 무코다 구니코의 절정의 에세이집『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무코다가 작가로서 정점에 오른 시기에 쓴 것으로,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던 저자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무코다 구니코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그녀의 이력은 실로 화려하다. 1천여 편이 넘는 드라마를 쓴 일본 최고의 드라마 작가이자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가, 내놓는 에세이 작품마다 독자와 평론가 모두를 사로잡았던 탁월한 에세이스트. 글 솜씨뿐 아니라 요리 솜씨도 뛰어나 여러 권의 요리책을 집필했으며, 남다른 패션 스타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며 활발히 활동하던 그녀는 1981년, 거짓말처럼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집필을 위해 떠난 대만 여행길에서였는데, 평소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 사고 직후에 출간된 책이 바로 이『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이다. 무코다 구니코는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을 가장 잘 표현했던 작가이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무코다가 세상을 떠난 다음해인 1982년 ‘무코다구니코상’이 제정되어 매년 최고의 드라마 각본에 상을 수여해오고 있으며, 해마다 작품과 관련된 전시가 열리는 등 무코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가장 정직하게 답해주는 것은 이제 새로운 고전이 된 무코다의 작품이다. 작가의 인품이 그대로 녹아든 글들은 기성세대에게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미지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쇼와시대(1926~1989) 당시로서는 선구적이던 세련된 문화적 삶을 살았던 것과는 달리 무코다의 글에는 보통 사람들의 서민적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독자들에게 서로 상충하는 이중의 매력으로 다가와 글에 대한 공감에 깊이를 더한다. 자신의 허물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과 의외의 웃음을 자아내는 엉뚱함은 모든 면에서 완벽할 것이라는 독자의 예상을 전복시키며 무코다를 더욱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 세계로 한 발 더 깊숙이 이끈다. 이렇듯 독자를 매료시키는 무코다의 작품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인간을 꿰뚫어보는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이다. 이번에 출간된『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은 무코다의 여러 작품 가운데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 vs 동물, 두 세계의 유쾌한 줄다리기 ―웃다가도 가슴 찡한 무코다표 인간관찰기 ‘유쾌한 인간관찰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잘 살아 있는 에세이집이다.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경에 대한 무코다만의 감성과 사색을 통해 우리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상을 발견하는 한편, 시간의 저편에 머물고 있는 추억과 정겹게 재회한다. 무코다는 첫 에세이집『아버지의 사과편지』로 “추억의 장인”이란 찬사를 받았을 만큼 과거의 기억을 솜씨 좋게 길어내는데, 특히 가족과의 일화를 담은 글들은 웃으며 읽다가도 순간 가슴이 찡하게 한다. 일본 작가 사와치 히사에는 무코다의 글을 ‘소설적 에세이’라고 평했는데, 이는 그녀의 에세이가 소설과 같은 선명한 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집필 당시의 에피소드와 과거의 추억 사이를 오가며 완성한 소설과도 같은 40여 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무코다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세밀하게 읽어낸 인간을 유쾌한 필치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 기록의 페이지마다 우리가 기꺼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면면을 펼쳐 보인다. 정말로 거북한 건 플랫폼에서 기차가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자리에 앉으면 플랫폼에 서 있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경제잡지를 열심히 읽는다. 그런 척을 한다.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아버지가 앉은 좌석 유리창 아래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잡지에서 눈을 떼며 마치 닭을 쫓아내듯 손짓을 했다. 물론 훠이 훠이 하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됐으니까 그만 돌아가라는 손짓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뜻밖에도 불편한 심기로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구니코는 여자애치고 너무 인정이 없어. 내가 돌아가도 좋다고 하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가지 뭐야.” 그렇게 옆에 있어주길 원한다면 사람을 닭 쫓듯 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말대답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잠자코 있었다. 다음번 아버지를 배웅할 때 나는 차창에서 조금 떨어진 플랫폼 기둥 뒤에 모른 척하고 서 있었다. 아버지도 화난 얼굴로 경제잡지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기적이 울렸다. 아버지는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쪽을 돌아보았다. “뭐야, 너. 아직도 거기 있었냐?” 하는 얼굴이었다. 나도 뾰로통한 얼굴로 아버지를 보았다. 전쟁 전의 일이니 물론 손을 흔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슬쩍 쳐다보았을 뿐이다. 홈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이 부분을 쓰고 보니, 이 아버지와 딸 사이에는 뭔가 갈등이 있는 게 틀림 없어 보였다. ―본문에서 미안합니다, 내가 틀렸습니다, 하며 사과하는 게 억울해서 이치에 맞지도 않는 억지를 부리는 버릇이 있다. (…) 어떤 프로듀서가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본을 다 쓰지 못했을 때 내가 늘어놓는 핑계를 세어서 알려주었다. 스물몇 개가 된다는 사실에 우선 깜짝 놀랐는데, 그중에는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것도 있었다. “머리가 가려워서.” 머리가 가려울 때 대본을 쓰면 등장인물 전원이 머리가 가려운 것 같은 대사를 읊어버리기 때문에, 이럴 때는 과감하게 중단하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감고 와야 제대로 좋은 글이 써진다고 했다는 것이다. “오늘은 굴뚝이 보이질 않으니 잘 쓰긴 틀렸어요.” “옆집에서 또 미나미 하루오의 레코드판을 걸어놓았어요.” “판탈롱 바지 고무줄이 꼭 끼어서 쓸 수가 없다고요.” 아무리 마감에 쫓긴다 하더라도 이 무슨 부끄럽기 짝이 없는 핑계를 지껄였단 말인가. ―본문에서 무코다가 관찰한 인간과科는 참 재미있다. 만물의 영장이라 우쭐대지만 어떨 때는 염치 불고에 미련하기 짝이 없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한 경우 인사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주인은 머릿속으로 손님이 들고 온 선물 꾸러미 안에 든 것을 가늠하기 바쁘다. 길을 걷다 아는 얼굴과 마주치면 반가워 알은체를 하는 대신 당황해하며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라 한다. 어릴 적에는 작은 장난감 하나를 얻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세상이 끝날 것처럼 서럽게 울지만, 어느 순간 더이상 울지를 않는다. 이 책『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은 뛰어난 ‘인간관찰자’ 무코다 구니코가 유머를 잃지 않는 가운데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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