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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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전은 없었다. 누구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이중 삼중의 트릭, 스릴 만점의 심리전. “스포일러 금지!” 외딴 산장에 여덟 명의 남녀가 모인 가운데 한밤중 은행 강도범이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은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강도범과 인질들 사이에 숨 막히는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인질 한 명이 살해된 체 발견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로 특이할 것 없는 미스터리 소설의 흔한 소재와 줄거리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쓰면 다르다. “대단한 충격. 읽은 뒤 머리가 저렸다.”(by yop) “경악의 라스트. 다 읽은 다음 ‘당했다~~!’라고 외쳤다.”(by peki 223) “속아서 쇼크!”(레이) 작품을 먼저 접한 일본 독자들이 아마존 저팬 사이트에 남긴 서평은 한결같이 ‘충격’과 ‘경악’, 그리고 ‘속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잘 짜인 무대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연극과도 같은 이 소설의 전개를 그저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독자들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에 가서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반전과 맞닥뜨리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설가 오리하라 이치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가리켜 “여러 종류의 서랍을 다양하게 가진 작가”라고 일컬었듯이 그는 본격 미스터리에서 범죄 심리 소설, 서스펜스, 심지어 SF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주 매력적인 서랍 하나를 독자들에게 열어 보인다.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꿈이었던 도모미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식장으로 예정된 교회에 다녀오다가 운전 부주의로 인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얼마 후, 그녀의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카유키는 기꺼이 초대에 응해 도모미의 부모와 오빠를 비롯한 7명의 친인척과 함께 별장에서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다카유키가 별장에 도착한 날 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그곳에 모여 있던 8명을 감금하고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인질과 강도 사이에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질 중 한 사람이 등에 칼이 꽂힌 시체로 발견된다.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은 강도가 아닌 인질 중 한 사람. 나머지 7명의 인질은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패닉에 빠지는데……. 스토리는 명료하고 전개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초대된 손님과 2인조 은행 강도 사이에 긴장과 서스펜스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대반전이 전개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가 ‘은행 강도의 손아귀에서 인질들이 어떻게 풀려날 것인가’ 또는 ‘은행 강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쏠려 있을 때 작가는 커다란 함정을 파 놓은 채 미소를 띠며 독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린다. 이러한 소설적 기법은 소위 ‘서술 트릭’이라고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추리 소설에서의 트릭은 작품 중 범인이 경찰이나 탐정의 추적을 피하고 자신이 범인임을 감추기 위해 장치하는 트릭임에 반해 서술 트릭은 작가가 독자의 선입견이나 일반 상식의 허점을 이용해 고의로 정보를 오인하도록 만듦으로써 독자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큰 충격과 반전을 느끼도록 하는 미스터리 작법이다. 즉, 작가는 독자를 속이기 위해 고의로 오해할 만한 정보를 흘리거나 혹은 일부 정보를 감추며, 그러한 작가의 트릭을 눈치채지 못하고 범인의 거짓말이나 트릭을 찾아내기에 급급한 독자는 결말에 가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과 같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뭔가 부자연스럽거나 허술하다고 생각했던 설정이나 사건이 모두 독자를 마지막까지 작가가 설치해 놓은 덫으로 끌고 가기 위한 교묘한 장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가면 산장 살인 사건』에서 작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 독자가 트릭을 눈치 챌 수 있을 만한 정보를 간간히 흘리며 독자와의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 그러면서도 독자를 쉽게 트릭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끌고 간다. 작가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 끝에 클라이맥스까지 쫓아간 독자는 작가의 이러한 악의에 분노와 통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