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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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의 길은 '산 넘어 산' 그러나 그 길을 가는 건 나의 선택이다 매년 2월이면 대학에서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공인회계사 시험을 본다. 최근에는 법학, 인문학 등 비상경 계열 전공 학생들도 그 행렬에 합류하여 경쟁률이 행정고시, 사법고시 못지않다. 그래서인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들 중에는 학벌이 좋거나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유독 많다. 소위 좋은 대학 나와 공부 많이 해서 어려운 시험에까지 통과했으니 이제 좀 편히 직장 생활을 하려나 싶지만, 회계사들의 업무 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97년 IMF 이전까지만 해도 회계사는 감사 시즌(보통 1∼3월)에만 정신없이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IMF를 기점으로 회계사의 업무가 세무, 감사 외 컨설팅 영역으로 크게 확장되고 감사 방식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 년 열두 달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3개월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주중에는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업무를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때 나는 회사원임과 동시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대학생이기도 했는데, 내가 곧 군대를 간다고 하자 선배 회계사들이 하나같이 부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아, 나도 너처럼 입대나 했으면 좋겠다." _서준혁, 금융회사 '감사 시즌보다 군대'라니…. 하지만 신출내기 회계사들이 진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이다. 업무가 집중되는 연초(1∼3월)에는 항상 심야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했는데, 그때 택시 안에서 본 창문 밖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회계사 시험을 통과했다고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같이 실감했다. 모든 전문 직종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회계사 또한 실무와 경험을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야만 전문가에 근접할 수 있다. 따라서 초과 근무(야근)는 회계사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_양우정, 한국예탁결제원 사실 회계법인에서 밤을 새워 가며 일하는 것은 1, 2년차 사회 초년생일 때나 가능하지, 그 시절을 지나온 회계사들은 반복되는 야근과 업무 부담에 한 번쯤은 이직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우스갯소리지만, 회계사들의 야근과 주말 근무는 가족, 친지, 친구 들을 멀어지게 하고 급기야는 이성 친구와도 결별하게 만들어 결국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인간관계가 단절돼 더욱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국 유능한 회계사가 되고 만다는, 어찌 보면 슬픈 성장 스토리이다. _박서욱, 한성회계법인 회계사의 장점은 다양한 회사,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고강도의 업무에도 불구하고 회계사들을 회계사로 남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 대해 강경모 회계사는 "'여의도에서 가장 비싼 건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다', '높은 연봉을 받고 남들에게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다' 등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이점은 많이 있지만, 내가 회계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회사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회계사의 주 업무는 고객 회사에서 감사와 컨설팅을 하는 것이고,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다양한 업종의 고객 회사를 확보하고 있기에 회계사들은 자연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즐겁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대형 회계법인에서는 파트너들 말고는 고정된 자기 자리를 갖고 있는 회계사가 거의 없다. 특히 신입 회계사 때는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며 감사, 컨설팅 업무를 하거나 재고실사를 많이 하는데, 이 재고실사 때에는 정말이지 온갖 일을 다 겪는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석유화합물 가루를 담은 자루를 계측하기도 하고, 호텔 식재료 창고에서 영하 40도 추위와도 싸우고, 20미터짜리 석유화합물 저장탱크 위에도 올라가고, 아주 가끔은 낯익은 화장품 재고들을 헤아리는 호사도 누리기도 하는가 하면 심지어 유치원 때 하던 돼지 숫자 세기에 나서야 할 때도 있다. 돼지 축사들이 넓게 자리한 농장은 입구에서부터 전해 오는 그 향기가 범상치 않았다. 머릿속에는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재고실사에 착수했다. 귀여운 새끼 돼지들은 재고 리스트상에서 생후 일수에 따라 '재공품', '반제품', '완제품'으로 구분돼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재고 리스트에 기재된 20여 개의 축사 중 3개를 샘플링했다. 아뿔싸, 운이 없었던 건지, 그중 하나가 이 농장에서 돼지가 제일 많은 축사였다. _강경모,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때로 회계사들은 암행어사 노릇도 해야 한다. 물론 마패도 없고 곁에서 시중 들어주는 대리도 없고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치지도 못한다. 하지만 역할만은 분명히 어사또 나리이다. 펀드판매 검사란 '암행검사' 또는 '미스터리 쇼핑'이라 불리는 검사로,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현장에 나가서 펀드판매회사가 투자자들에게 펀드와 관련된 위험을 잘 고지하고 판매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검사 첫날의 미션은 마치 일반 투자자인 양 펀드를 판매하는 창구에 가서 상담을 받고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다. 2007년 ○월 ○일 오전 11시, 나는 청바지 차림에 머리를 질끈 묶고서 모 증권회사 모 지점에서 대기 번호표를 뽑았다. 딩동∼. 내 번호가 전광판에 뜨자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창구로 갔다. "펀드에 가입하고 싶어서 왔어요."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나 심장이 쿵쾅거리는지, '암행어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군.'에서부터 별별 생각을 다 해 가며 30여 분간 상담을 받았다. _추현옥, 금융감독원 그중 로컬 회계법인이나 세무회계사무소에서는 때로 소소하고 잡다하게 생각될 수 있는 업무도 많지만, 그 업무들 모두 회계사들을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도하기도 하고 삶의 지혜가 되기도 한다. 우리와 거래하는 회사들의 대부분은 우리를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사'로 여길 때가 많다. 노사 문제와 관련하여 노무사가 담당해야 할 일도, 법적 문제와 관련하여 변호사에게 문의할 내용도, 업종 허가와 관련하여 구청이나 시청에 문의해야 할 일도 일단은 무조건 우리에게 전화를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내게 묻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 '수수료도 코딱지만큼 주면서….'라는 생각에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래도 그들에게는 우리가 뭔가를 의논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상대인 걸까.' 싶어서 우리를 좋게 봐주는 그들이 고맙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의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꼼꼼히 잘 알아보고 설명해 준다. 사실 그 덕에 다른 분야의 일에 대해 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게 되었다. _신원철, 신원철세무회계사무소 FTA 시대, 회계사도 노력하는 전문가만 살아남는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회계법인에서만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회계사를 평생 직업으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회계법인 회계사로 평생을 살 수 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회계사 자격은 다양한 회계전문가로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공인회계사 우대" "회계 전공자는 공인회계사 자격자에 한함" 이 말은 기업의 회계부서 인력 채용 공고에 붙는 말이 아니다. 회계학 교수 채용 공고의 비고란 내용이다. 실제로 현직 회계학 교수들 중 많은 이들이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공인회계사 자격이 없었다면, 또 회계법인에서 25년이 넘는 업무 경력이 없었다면 늦은 나이에 대학교수로의 전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_이재은, 홍익대학교 물론 이 정도의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