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길에 떨어져 있는 빈 깡통을 줍는 일은 누구의 의무도 아닙니다. 자기가 버린 게 아니니까요. 그런 일은 모두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이’입니다. ‘어른’이란 그럴 때 선뜻 깡통을 주워서는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자기 집으로 가져가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품 수거일에 내다놓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시스템 보전이 모두의 일이므로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은 시스템 보전은 모두의 일이므로 곧 자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어른은 딱 이만큼의 차이입니다. _본문 가운데 혼자 살기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함께 사는 기술을 말하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의 등장’은 고도성장기를 거친 모든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민소득은 높아졌지만 삶의 리스크도 덩달아 높아졌다.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절감하게 되는 현실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저마다 독립적인 소비자가 되기를 부추기는 이 시대, 혼밥, 혼술이 유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역설하는 우치다의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비칠지도 모르지만, 각자도생 시대에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생의 기술이야말로 생존의 기술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생태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생명력을 북돋는 방법을 평생에 걸쳐 몸으로 수련한 무도인으로서 ‘신체성’에 근거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합기도를 수련하며 몸으로 터득한 관계성과 레비나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십 년 동안 공부한 ‘관계의 철학’이 일맥상통함을, 십여 년 넘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체험적으로 깨달았다고 말한다. 우치다의 사상은 삶과 신체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이처럼 무성한 가지를 뻗는 것이 아닐까. 지난 20여 년 동안 저자는 100권이 넘는 책을 펴냈는데, 모든 책의 바탕에는 일관된 철학이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어쩌면 그의 모든 저서들은 결국 ‘레비나스 철학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유아는 ‘과거의 나’ 노인은 ‘미래의 나’ _ 어른과 젊은이의 ‘종적 연대’가 필요하다 2011년 대학을 떠난 우치다는 개풍관이라는 합기도 도장을 열어 철학과 무도를 전수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어른으로서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발아래 유리조각을 줍는 심정으로 묵묵히 그 일을 해나가면서 유쾌함을 잃지 않는 선생의 모습은 ‘어른’이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2014년에 나온 이 책의 원제는 <거리의 공동체론>이다. ‘리버럴한 보수’ ‘사회수선론자’를 자처하는 우치다는 자본주의 세례를 받으면서 와해된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나부터 어른이 되어보면” 세상이 조금씩조금씩 바뀔 거라는 믿음을 전파하면서, 세대간의 종적 연대가 인류사적으로 언제나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한다. 기성세대에게는 미래세대의 성장을 도울 책임이 있고, 또한 미래세대는 기성세대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불행히도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한 한구 사회에서는 청년들끼리라도 횡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다행히 이미 그 길을 발견해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셰어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셰어하면서 공유경제를 구축하는 길이 생활의 질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는 길임을 체득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자본주의 이후를 좀더 낙관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이런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자각하는 ‘어른’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좀더 살 만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