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그후
“관객들이여, 인생도 음악도, 영 따분하고 재미없는가?
세상이 내게 감동을 주길 기다리지 말고,
이제 감동을 쟁취하라!”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강의와 책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클래식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이 감동하는 삶과 감동을 창조하는 법 그리고 클래식음악의 비밀스럽고 압도적인 감동에 대한 새 책을 펴냈다.
그는 진짜 ‘감동’이란 무언가에 의해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동하는’ 것이며, 따라서 수동적으로 감동을 기다리기보다는 감동을 ‘쟁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무대 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생’의 예술가들이며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말고 ‘나는 왜 감동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되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유의 유머러스한 입담과 번뜩이는 재치로 클래식음악의 청중과 독자들을 매혹한 파격과 도전의 아이콘 조윤범.『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서 불멸의 클래식음악을 남긴 역사적인 음악가들의 인생과 희로애락에 대해 썼던 그가 이번 책 『나는 왜 감동하는가』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생활 속의 예술가’들이다. 지금 이 시대에 예술가로 산다는 것, 그리고 관객들은 전혀 몰랐던 오케스트라와 예술가의 사생활에서부터 어렵게만 생각했던 클래식에서 감동과 재미를 발굴하고 나아가 지지부진한 일상 속에서 감동을 쟁취해내는 법까지― 조윤범이 생각하고 체험한 ‘감동’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오케스트라’라는 조직생활, 예술가의 노동과 사생활에 관한
가장 신랄하고 파격적인 기록
그리고 ‘무대 뒤의 감동과 눈물’에 관한 가장 감동적인 일기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테마로 나뉜다. 먼저 제1부 ‘연주자의 삶’은 예술가 조윤범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대학 4학년 때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을 자퇴하고, 디자인회사와 악보 출판사를 차리는가 하면 현재의 콰르텟엑스의 모태가 된 ‘연주회를 열지 않고 무조건 연습만 하는 현악사중주단’을 창단하는 등 독특한 행보와 일탈을 거듭한 괴짜 조윤범의 일기, 그리고 화려하고 우아한 클래식의 외피에 숨어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예술가의 자화상과 고민들을 보여준다.
이어 제2부 ‘무대 밖의 예술가들’에서는 그가 감탄하고 감동한 ‘생활 속의 예술가’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사진으로 인생을 노래하고, 또 누군가는 팟캐스트로 자신의 신념을 전파한다. 조윤범의 세계에서 이들은 모두 예술가들이며, 게임과 만화 또한 신나고 의미 있는 ‘현대의 예술’이다.
이러한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단연 감동적인 대목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클래식 연주자들의 무대 뒤편 모습과 생활인으로서의 고뇌를 담은 글들이다. 이제 조윤범은 세계 각국으로 연주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공연 준비로 늘 바쁜 클래식계의 별이 되었지만, 그는 지금도 연주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그리고 대기실에서 클래식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기까지 치러야 했던 수많은 어려움들을 떠올린다. 무명 클래식 연주자들의 아르바이트라 할 수 있는 주말의 ‘결혼식장’에서 수없이 결혼행진곡을 연주하던 시절의 고단함, 그리고 그다지 교육자로서의 꿈과 비전이 없음에도 아이들에게 입시용 연주 과외를 할 때의 심정들. 예술가들이 그 팍팍하고 고된 일들을 묵묵히 견디는 것은, 언젠가 무대에 올라 관객 속에서 느낄 전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인들의 직장’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면 이 모든 고민은 과거형이 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이 회사에 입사한 후부터 ‘진짜 어른’으로서의 전쟁 같은 삶을 겪기 시작하듯이, 연주자들 역시 오케스트라에서 자의식 넘치는 연주자들 속에서 경쟁하고 보대끼면서, 음악가들의 사회에 적응해간다. 그러나 이를 묘사하는 조윤범의 시선은 결코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이지 않으며,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조윤범은 ‘오케스트라’라는 음악가들의 사회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들과 미묘하게 닮아 있는 연주자들의 캐릭터를 꼼꼼하게 분석해, 클래식 연주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슬며시 공개한다.
§조윤범이 들려주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비밀과 진실§
오케스트라에 무리지어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들, 무대나 연습실에서 선호하는 ‘명당’이 있을까?
보통은 실력순. 회사로 말하자면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앞쪽에 앉는다. 무대에 가까이 앉는 사람이 오디션 점수가 더 높은 사람이다.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좌석은 제1바이올린 세번째 풀트(Pult) 무대 쪽이라고. 객석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인데다, 연습중에 소위 ‘삑사리’가 나면 악장이나 지휘자가 매섭게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 시선을 피하기에 매우 유리한 사각지대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악기, 첼로 연주자, 중후한 소리처럼 정말 성격도 푸근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주 좋거나, 아주 그렇지 않거나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항상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고 늘 악기를 감싸 안고 연주하기 때문에 성격이 안정적이고 배려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거만한 사람들도 많다고. 악기가 너무 커서 어릴 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사람이 별로 없어서 버릇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플룻 연주자들에 대한 환상
사람들은 여자 플룻 연주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내에서 예쁜 플룻 연주자 옆에 앉는 제2바이올린 주자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 그 자리는 플룻 끝에서 떨어지는 걸쭉한 침을 맞기 쉬운 자리이면서, 가끔 플룻 주자가 피콜로(작은 고음 플룻)라도 연주하는 날에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자리라고. 역시 환상은 깨지기 마련.
트럼펫 연주자 왜 튀는가?
트럼펫 연주자들은 매우 직설적이다. 하고 싶은 말은 참 솔직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비판도 잘하지만 밉지는 않다. 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은 매우 강렬한 볼륨으로 혼자, 혹은 몇 명이서 다른 악기 소리를 뚫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은 겁이 없다. 그들의 거칠 것 없는 성격엔 군악대나 밴드부 출신으로서의 군기가 한몫하는지도 모르겠다.
트롬본 주자들은 성격이 좋다?
트롬본 연주자들은 매우 털털하다. 트롬본은 음악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나 어린이를 위한 교육방송에서 자주 등장한다. 커다란 피스톤을 늘였다 당겼다 하면 음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재미있는 소리를 내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푸근한 성격이 많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 트럼펫 주자가 그렇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튜바 연주자는 달팽이
튜바는 워낙 거대해서 덩치가 작은 연주자가 악기를 들고 들어오면 마치 집을 메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보인다. 항상 5분씩 늦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는데, 튜바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안 나오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연습시간에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심벌즈 주자는 명이 짧다?!
심벌즈는 소리를 잘 울리게 하기 위해 완벽한 테크닉이 필요하고, 또 그 울림을 제 박자에 다시 막아야 하는데 심벌즈 주자들은 그것을 몸으로 막는다. 온몸으로 악기의 전율이 통과할 때도 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 명이 가장 짧은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계에 내려온 하프 연주자
아름답지만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등장하는 악기가 아니기 때문에 앙상블 능력이 서툴다. 마치 요정처럼 인간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