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그리스. 적국의 장교를 사랑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
세계적인 거장 루이스 드 베르니에의 대표작이자 국내 데뷔작!
한 여인의 드라마를 통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2차 대전의 처절한 현장 속에서도 사랑의 불씨는 마치 폐허 속의 장미처럼 수줍게, 하지만 선명하게 피어난다. 정복군 이탈리아 장교와 나라를 피탈당한 그리스의 여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마치 또 다른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사랑 이야기로 위장된 이 이야기로 저자가 우리에게 사랑과 삶에 대한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라, 이 작가?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세계적인 거장 루이스 드 베르니에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힘겹게 사랑을 이어가는 한 여인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독자는 전쟁과 사랑, 삶과 죽음, 믿음과 배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이 책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마치 매력적인 미소가 아름다워 만나게 된 이성이, 알고 보니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고나 할까. 거기다 유머감각까지 있다면?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소설이다.
비극적인 역사 속 사건에서 탄생한 이야기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터닝 포인트는 바로 독일의 이탈리아군 학살이다. 여주인공 펠라기아는 한때 친구였던 독일군에게 처형당할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사지死地로 향해야했던 연인 코렐리를 애달프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그리스의 풍광 속에 조금씩 피어나는 주인공들의 사랑은 이 역사적인 비극의 현장으로 위태롭게 다가간다.
때는 2차 세계대전.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의 연합국에 속해있던 그리스는 적은 병력으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주축이 된 추축국에 맞서고 있었다. 1940년 10월 28일 이탈리아는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지휘 아래 제국확장을 꿈꾸며 그리스를 침공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강렬한 반격에 밀려 결국 독일의 지원으로 그리스 국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1944년 8월 소비에트 군대가 그리스로 진격하자 그리스에 주둔하던 독일군은 주변국인 알바니아와 유고슬라비아로 철수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 그리스의 한 작은 섬 케팔로니아에서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독일군이 무솔리니가 몰락하며 동맹이 깨지자 배신당했다고 판단해 혼란 속에 갈 곳을 잃어버린 이탈리아군 5천여 명을 학살한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사건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조심스레 사랑을 이어나가던 펠라기아와 코렐리의 상황이 이 사건으로 급반전되며 이야기의 전환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작가는 실제 일어났던 이 유명한 역사적 사건에 주인공들을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가도록 한다. 그 시간, 그 공간 속에 분명히 살았음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독자들은 그들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묘사, 무게감 있지만 유머러스한 문체
장대한 서사와 섬세한 감성이 공존하는 이 소설을 단 하나의 흐름으로 치밀하게 엮어내는 힘은 바로 작가의 탄탄한 문체에 있다. 비극적인 순간엔 낮은 목소리로 독자의 심장을 짓누르는가하면 사랑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엔 모든 비극적인 장면에 대한 보상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힘이다.
펠라기아의 약혼녀 만드라스가 전쟁의 강렬한 인상을 떠올리며 다시 그곳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162p.)은 마치 랭보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비장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주인공 코렐리와 펠라기아가 가시덤불 속에서 서로에게 이끌려 은밀한 키스에 빠져드는 장면(277p.)은 서로를 원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들의 몸짓을 애달프게 표현하고 있다. 코렐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군인들과 우정을 나눈 독일군 장교 귄터 베버가 그들을 처형해야만 했을 때(366p.) 에는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나라를 위해 그들을 처형하는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귄터를 이해하는 코렐리와 자신을 이해하는 그에 대해 끝없는 죄책감과 비통함을 느끼는 귄터의 감정이 작가의 탁월한 감정 묘사를 통해 가감 없이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 독자가 손뼉을 칠만한 위트 있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별을 앞둔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애절한 장면에서도 시실리와 그리스 사람들의 농담을 이용해 마음을 전하는(397p.) 등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작가는 가끔 톡톡 튀는 유머러스한 필체로 환기시킨다.
또한 소설에서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는 만돌린 연주 장면을 공감각적으로 묘사해 독자들이 음악을 이미지로서 그릴 수 있게 한 솜씨 또한 탁월하다.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현대의 고전!
고전의 가치는 수많은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나갈 수 있는 생명력에 있다. 시대가 변해도 공감을 주는 작품이 바로 고전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보편성이라고나 할까?
이 순수한 문학적 감성을 가진 소설이 현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보편성에 있다. 이 책은 1995년 출간된 후 15년 동안 34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여인 펠라기아와 매력적인 코렐리 대위의 사랑 이야기에, 그리고 그들 주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현대의 고전으로 오래도록 널리 읽힐만하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거장이 온다.
국내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가는 영미권 그리고 세계 주요 문단에서 주목하는 작가다. 그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언론에서 앞 다퉈 그의 책을 다루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근래에는 《게릴라의 딸A Partisan's Daugter》이 2008년 출간되어 영국의 코스타 문학상을 수상했고, 근작 《날개 없는 새Birds Without Wings》(2004)는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이코노미스트>, <인디펜던트>, <아이리시 타임즈>, <시드니 모닝 헤럴드>, <뉴질랜드 헤럴드> 등 세계 주요 언론에서 그의 작품에 대한 평을 쏟아냈다.
이미 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문단에서도 주목하는 거장과의 만남은 국내 독자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