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의 왕정문처럼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감탄한 홍콩의 야경에 취하고
<무간도> 보스들의 회식 장소에서 훠궈를 맛보는 홍콩의 낮과 밤
<중경삼림> 양조위의 대사처럼 홍콩영화 촬영지 중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줄 홍콩 여행서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가 출간되었다. 이 환상적인 여행의 안내자는 홍콩, 하면 찾게 되는 자타공인 열성적인 ‘홍콩영화 팬보이’, <방구석 1열>의 주성철 영화평론가이다.
영화여행자 주성철의 영화 속을 걷는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중경삼림> <아비정전> 왕가위 영화를 빛낸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중경빌딩, 캐슬 로드를 지나, <영웅본색> <무간도> 누아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황후상 광장, 훠궈집 홍복, 포린사, 마지막으로 이소룡, 장국영의 집과 단골 맛집까지. 그저 유명한 장소로만 지나칠 수 있는 곳에 ‘이야기’를 더해 진짜 영화 같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성철 여행의 묘미다. 다양한 영화 스틸컷과 그가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 보는 일도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노천의 명당자리에 앉아 요리사의 불쇼와 함께 요리를 즐기는 순간부터 맥주는 평소 주량을 훌쩍 뛰어넘어 술술 들어가기 시작한다. 돈이 없어 언제나 가맥집에서 땅콩 안주만 먹던 <첩혈가두>의 양조위에게는 살짝 미안했지만.” _본문에서
예비 영화여행자들을 위한
깊고 섬세한 홍콩 가이드
홍콩에 관한 한 AI처럼 모든 정보를 가슴으로 기억하는 주성철 기자의 시선에서 홍콩은, 사랑받는 피사체가 그러하듯 반짝반짝 빛난다. 장소마다 술술 풀어내는 풍부한 영화 지식도 놀랍지만, 함께 둘러보기 좋은 맛집과 관광명소, 호텔 정보까지 두루 소개하여 여행자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장소를 찾아가는 법, 여행 동선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각종 영화촬영지가 표시된 ‘MTR 지하철 영화 지도’와 ‘구글 지도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마련하여 홍콩여행을 원하는 독자에게 섬세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코즈웨이베이, 센트럴, 침사추이 등 홍콩의 중심지부터 ‘힙한 곳’으로 급부상한 틴하우와 타이항, 시골마을 샤로퉁, 란타우섬, 마카오까지 홍콩의 거리를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아무리 변해간다 해도
영화가 있는 한 홍콩은 영원한 홍콩이다
한 시대를 진하게 풍미했고, 지금은 새로운 OTT 플랫폼을 만나며 MZ세대를 소환하는 홍콩영화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주성철 기자는 홍콩영화를 통해 홍콩이 지나온 길을 하나씩 짚어나가며 자연스럽게 우리를 현재의 홍콩으로 데려다 놓는다. 서로 다른 영화가 같은 곳에 잠시 머무르며 만남과 헤어짐의 사연을 쓰고, 딸랑거리는 트램 소리와 연기로 자욱한 골목에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홍콩의 거리를 이 책에서 다시 걸어보자. 아무리 변해간다 해도, 홍콩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한 홍콩은 영원한 홍콩이다.
“주성철의 여행 깃발을 따라가면 장만옥과 양조위 그리고 여전히 청년일 장국영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길 것 같다.” _변영주(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