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가장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교직을 희망하고
또 교사가 되는 나라, 한국
우리는 어떤 교사들을 길러 내고 있는가
한국의 교직과 교사 교육을 돌아보다
한국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교직에 입문한다. 하지만 국제 비교 조사에서 한국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좁은 벽장에 갇힌 거인들’이라는 은유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다양한 국내외 문헌과 법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교사 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중등 교사로서의 경험과 교육대학교에서 예비 교사들을 양성하는 ‘교사 교육자’로서 저자의 고민이 투영된 성찰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과 실증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대안이 돋보인다.
한국 교직의 보편성과 특수성
많은 청소년들이 교직을 희망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교사에 대한 처우가 낮고 교사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다른 나라와 한국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한국의 교직은 어떤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을까.
〈1장 : ‘교사, 청소년들의 직업 희망 1순위’가 의미하는 것〉에서는 몇몇 국내외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직이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 1순위가 된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액체 근대’의 시대에 가장 안정적인 직업인인 교사가 새로운 세대를 교육해야 하는 역설에 대해서 말한다. 〈2장 : 미국은 지금 ‘무능한 교사’와의 전쟁 중, 한국은?〉은 미국 공교육의 역사와 교사라는 직업의 변화를 소개한다. ‘가장 논쟁적인 직업’으로 표상되는 미국의 교직과 한국의 교직은 어떤 유사점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접근이다. 한국의 교사와 교사 교육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저자는 교육과 관련된 법체계를 해부하는 시도도 한다. 〈3장 : 교사와 교사 교육의 제도적 기반에 대하여〉와 〈4장 : 왜 우리 헌법은 ‘교원의 지위 보장’을 언급하고 있을까?〉는 헌법과 법령 등을 중심으로 교원의 지위와 교사 교육 기관의 위상에 대해서 살펴본다. 교사 교육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시사점도 제공한다.
교원 양성 제도와 교사로서 성장은 왜 중요한가
그렇다면 교원 양성 제도는 왜 중요할까. 교사는 다른 직업군과 어떤 차별성이 있기 때문일까. 저자는 교원 양성 문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교원의 질이 국민의 교육받을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5장 : 교사 성장 없는 한국의 교장 승진 제도〉에서는 교장을 정점으로 하는 한국의 교원 승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장이 되기 위한 경쟁이 교직 사회와 학교교육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 비판한다. 교원 승진 제도라는 좁은 범위를 넘어서서 교사 전체의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교사로서 성장에 대한 강조는 〈6장 : 사회적 통념을 넘어 교사 전문성 다시 생각하기〉에서도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짚어 보고 공교육 교사들에게 주어진 책무와 교사로서 가져야 할 특별한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사 전문성의 핵심 요소로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교실과 학습자의 상황에 맞게 교수학적으로 변환하여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7장 : 국가 교육과정 개정 방식의 문제와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서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잘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에도 지혜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교원 양성 제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역점을 두어 기술하는 것은 교원 양성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다. 〈8장 : 교육대학교가 걸어온 길, 목적형 교원 양성 제도를 위한 변론〉과 〈9장 : 교사 교육의 유전자(gene)가 부족한 중등 교원 양성 체제〉를 통해 초등과 중등의 교원 양성 제도의 역사와 문제점, 개혁 방향에 대해 두루 짚는다. 현재 초등과 중등 교원 양성 제도는 각자 나름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대학교가 작은 규모로 인해 주기적으로 통합의 위협을 받는다면 사범대학의 교원 양성 교육은 교사 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무엇보다 중등 교원 양성 교육은 초기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모순을 몇십 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등 교원 양성 대학 교수들에게 교사를 양성한다는 목적의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교원 양성의 측면에서 교육대학교가 사범대학보다 낫지만 상대적인 비교 우위에 불과하다. 출생률 감소로 인한 교원 수 감축과 임용 경쟁률 심화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책 후반부의 글들에서 저자는 구체적인 개혁 방법을 제안한다. 〈11장 : 패러다임 전환에 기반한 교사 교육 개혁 방안〉에서는 패러다임 변화에 기초한 교사 교육의 재정립과 교사 교육자의 역할 변화를 주문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교사 교육 모델은 이론과 실천, 성찰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상호 협력의 네트워크이다. 이어지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정책 제안들〉과 〈특별 개혁 과제 - 학부 5년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며〉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한다. 정책 제안에서는 ‘교육 실습 제도’와 ‘임용 시험’, ‘상치 교사’ 등 교원 양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그리고 지방 소멸 등의 시대적 과제 앞에서의 교육과 교사의 역할도 성찰한다. 〈특별 개혁 과제〉에서는 교육전문대학원 설립과 관련된 논쟁의 역사를 정리하고 저자의 방안도 제시한다. 석사 수준의 6년제 교육대학원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학부 5년제 모델이다. 두 글 모두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담당자들이라면 꼭 숙독해야 하는 내용이다.
제도적 차원을 넘어서 교사들의 실천과 문화를 통한 변화를 강조한 〈10장 : 한국 교사의 자기 효능감은 왜 낮은가?〉와 본문 사이사이에 들어간 11개의 돋보기도 일독을 권한다. 특히 돋보기는 ‘교과 이기주의’, ‘중등에 의한 초등 교육과정의 식민화’, ‘교육과정 대강화와 상세화 문제’ 등 그간 교육계에서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을 논쟁의 장으로 불러온다.
가르치는 일을 가르치는 ‘교사 교육자(teacher educator)’를 다시 생각하다
이 책에서 견지하고 있는 관점 중 하나는 ‘교사 교육자(teacher educator)’의 중요성이다. 한국에는 ‘교사 교육자’라는 개념도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에 의존하듯이 교사 교육의 질은 교사 교육자의 질에 의존한다며 교원 양성 대학 교수의 역할이 바뀌지 않는 한 교원 양성 교육 기관의 개혁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가르치는 일을 가르치는’ 교사 교육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사범대학 출신으로 현재 교육대학교 총장으로 재임 중인 저자의 이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에 대한 애정과 교사 교육자로서의 책무감에서 출발한 이 책의 제안들은 그래서 더 통렬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