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가장 어려운 것은 적당한 선을 찾는 것
‘적당하다’라는 형용사에는 두 가지 이상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일정한 수준을 채워 ‘이만하면 적당하다’고 할 때의 적당함, 그리고 모든 것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가장 완벽하게 알맞을 때의 적당함. 저자 이창섭이 도달하고 싶은 적당함은 역시 후자에 가깝다.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 한 선배가 해준 조언 중 하나는 ‘그냥 해’였다. ‘그냥 한다’는 말은 그냥 받아들이면 쉽게 느껴지겠지만, 결코 그 의미는 아니었다. 저자가 깨달은 ‘그냥 해’의 의미는 모든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자유이다. 무언가를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떤 것이 ‘적당한’ 상태에 닿을 때까지 수없이 반복해야 했던 연습과 인내의 시절이 지금의 나날들을 만들었다. 이 책은 적당하기 위해서 치열했던 이창섭의 시간과 노력의 기록이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은 어떠세요?’
저자는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선뜻 자신의 가장 일상적인 순간들까지 우리에게 공유한다. 구리와의 첫 만남, 최근에 본 영화, 나이트 루틴, 새벽에 하는 생각들, 심지어는 난데없이 집 안에 출몰한 메뚜기 이야기까지.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떤 장소에 가는 등 의식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저자는 오히려 차창 밖으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뒷배경 같은 자연과 일상에서 영감의 씨앗을 발견하곤 한다. 비 내리는 길거리의 가로수, 구름 사이로 쨍하고 고개를 내민 해, 바다 수영을 한참 하고 들이키는 맥주의 청량한 첫 모금 같은 것들이다. 그냥 흘려보내면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 것들을 그는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것에 자신을 비추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일과 연결해보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풍경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걱정거리나 일에 매몰되어 그럴 수도 있다. 저자 또한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연을 하기 전에는 매번 긴장되고, 어쩌다 노래가 잘 불리지 않을 때는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의 노래를 내가 가장 불러내야 한다는 마음이, 일상의 틈틈이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작은 기쁨의 순간이,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이 또 다음 하루를 살아내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크고 작은 보폭으로 걸어가는 그의 하루하루를 읽어 내려가면서, 잊고 있던 귀중한 일상의 가치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