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훈이네 담장 위에 앉아 햇볕을 쬐던 고양이가 생선을 발견한다. 훈이가 먹으려 아껴 두었던 생선을. 다급해진 훈이는 고양이에게 경고를 하고, 나른한 고양이는 기지개 한번 쭉 켠 뒤 훈이에게 다가와 훈이가 아닌 자기가 바로 그 생선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가 먹은 생선은 고양이가 되고, 훈이가 먹은 생선은 훈이가 된다는 것. 그리고 생선은 훈이가 되는 것보다 고양이가 되는 게 훨씬 행복할 거라고 한다. 매일 공부만 해야 하는 훈이 보다는, 빨랫줄 아래서 종일 햇볕도 쬘 수 있고 노을도 볼 수 있는 고양이가 더 좋다는 그 말이 퍽이나 와닿는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생선을 사랑한다는 훈이의 말에, 고양이는 조금 생각한 뒤 생선에게 묻고 훈이에게 양보한다.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훈훈한 이야기. 아름답지만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언제나처럼 조금 두텁고 거친 듯한 초 신타의 그림이 멋지게 어울린다. 생선을 놓고 나누는 고양이와 훈이의 대화가 정겨운 그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