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삶과 사유를 이해하기 위한, 단 한 권의 책!
한겨레출판이 올해 1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펴낸 데 이어, 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묶은 『나는 왜 쓰는가』를 출간한다. 오웰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동물농장』(1945)과 『1984』(1948)이지만,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간 오웰은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고래 뱃속에서』(1940)와 『사자와 유니콘』(1941) 두 권의 에세이집을 출간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일부였다. 생전에 다 묶이지 못했던 그의 에세이를 모은 책으로는 소설과 르포 이외의 중요한 글을 4권으로 엮은 저작집 『The Collected Essays, Journalism, and Letters of George Orwell』이 가장 정통한 것으로 꼽히는데,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그 모든 텍스트가 번역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엔 비교적 짧은 산문을 모아 놓은 단 한 권의 산문집이 있을 뿐이다. 『이번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그간 소문으로만, 혹은 일부 발췌 번역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좀더 풍부한 오웰의 명문(名文)들을 한국어 텍스트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왜 쓰는가』에서는 모두 29편의 에세이를 골랐는데, 그 가운데 21편이 국내 초역이다.
남과 다른 길을 감으로써 남과 다른 눈을 얻다
오웰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감으로써 남들이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열 살 전후 무렵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예비기숙학교에서 학비 일부 면제 장학생 신분으로 교장 부부의 차별을 경험했고,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했으나, 대학생 대신 피식민지 버마의 경찰간부가 되었다. 유럽에 돌아와서는 런던과 파리를 떠돌며 부랑자 생활을 경험한다. 탄광 지역에 들어가 광부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 조건을 취재하기도 하고, 프랑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의용군으로 스페인내전에 참전한다. 그 자신 사회주의자를 자처했으나, 책상머리 좌파들과 그가 보기에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러시아 편향의 주류 사회주의자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문단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시골에 살면서 식료품 가게를 하거나, 2차대전 후 명사가 된 다음에도 한적한 섬에서의 은거를 택했다.
역자 이한중 씨가 오웰에 대해 “자신의 이력을 통해 패턴과 인습을 거부한 작가”라고 표현했듯이 그는 전 생애에 걸쳐 항상 조금씩 비켜나 있었고, 과감히 남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선택을 감행했으며, 그럼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가지게 된다. 이번 에세이 선집은 오웰이 맨처음 발표한 글인 부랑생활 체험기 「스파이크」에서부터 마지막 집필 원고인 「간디에 대한 소견」까지 오웰이 글을 쓴 순서대로 엮었으며 29편의 에세이를 통해 오웰 삶의 각 국면에 대한 세세한 이해, 정치적 입장, 현실에 대한 작가로서의 태도 등 인간 오웰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이해자, 조지 오웰
몸으로 세상을 겪은 오웰이 여타의 작가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타고난 영민함과 밑바닥 삶과 극한의 전쟁 체험 등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묶인 적잖은 에세이들이 오웰의 자전적 요소를 띠고 있는데, 그렇게 인간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 사건들, 오웰 자신이 삶의 전환적 순간이라 했던 사건들이 이 책 곳곳에 담겨져 있다.
자신을 차별한 예비학교 교장 부부를 통해,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그들의 인정과 총애를 받으려 했던 인간의 이중성을 어린 시절 이미 깨닫기도 하고, 식민지 경찰간부 생활을 통해 민족?인종 사이에 놓여진 위계와 그걸 공고히 하는 제도의 폐해를 절감했다. 게다가 계급을 막론해 젠체하기와 위선, 허영과 속물근성은 인간이 벗어던질 수 없는 숙명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모순적이고 비이성적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직시함으로써, 자신 작품의 인물 속에 그러한 인간을 표현해냈다. 그가 좌파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냈던 까닭도, 적잖은 당시 좌파들이 “자본주의만 전복하면 사회주의가 도래할 것이라” 생각하거나 “진실이 알려지면 박해는 절로 패퇴하리라는” 혹은 “인간은 본래 선량하며 외부 환경 때문에 부패하는 것일 뿐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웰은 과연 왜 썼을까?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오웰은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자신의 명확한 작가적 입장을 밝힌다.
문학이나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향한 이 똑부러진 일침은, 결코 정치적 신념에 복무하는 문학 작품을 쓰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글에서 그는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며, 『동물농장』이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보려고 한 최초의 책이었다”고 선언한다.
오웰은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모든 형태에 대한 반대” 입장에 서 있으며, 피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피억압자의 정서를 글로 표현했다. 한때 파시즘에 맞선 스페인 혁명에 도움이 되고자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가 택한 것은 글과 문학이었다. 그는 모든 형태 전체주의(나치의 파시즘과 스탈린식 공산주의, 자본주의)에 반대했다. 혁명가로서 전체주의와 싸운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의 폐해를 문학으로 표현함으로써 전체주의에 맞섰다. 그리고 50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전세계 독자들은 오웰이 던진 성찰의 ‘현실성’에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오웰의 문학적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옮긴이 : 이한중
* 이 책은 오웰의 에세이 전작(全作) 가운데 일부를 옮긴이가 선별하여 묶었기에 ‘편역’(編譯) 및 ‘편역자’라고 해야 오해가 없겠지만, 요즘 잘 쓰지 않는 용어라 편의상 ‘옮김’ 및 ‘역자’라 적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