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드디어 개정신판 출간!
2006년 첫 출간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가 개정신판으로 출간되었다. 작가 자신의 문학 인생에 있어서도 큰 의미가 있었던 산문집이었던 만큼 남다른 애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금의 공지영표 문학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 그리고 작가가 꿈꾸는 문학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공지영 작가의 경우 소설만큼이나 그녀의 산문집을 찾는 독자들이 많은데, 그것은 아마 신비주의에 둘러싸인 여느 작가들과는 달리 대중들과 여러 모습으로 소통해온 작가가 가진 친밀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6월, 초여름의 훈풍을 맞으며 천천히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속에 면면히 녹아 있는 작가의 삶과 문학적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이 책은 산문이면서 'J'라는 익명의 존재를 향한 서간체의 형식을 띠고 있다. ‘J'가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나’의 과오를 감싸주고 다독이며 사랑하는 존재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J’를 통해 ‘나’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누그러뜨리게 되고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간다. 지독한 상처만을 남기고 떠난 사람도, 홀로 세상에 던져진 듯한 처절한 외로움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던 부조리한 현실도, 이제 조금은 포용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마음도 아늑해진 것이다.
첫 번째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을 발간할 당시만 해도 들이닥치는 고통 앞에서 어찌할 줄 몰랐다는 작가는 십 년 후에 발표한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집필하면서 그러한 고통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로하기 이전에 작가 자신이 위로받고 희망을 얻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 아이의 엄마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공지영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의 기록을 보고 있자면 어느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듯하지만 어느 문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진정이 어려 있다. 그 마다마다에 담겨져 있는 내면의 고백과 성찰은 흡사 고해성사와도 같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세상과 삶에 상처받은 모두를 껴안으며 이제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들을 용서하고 화해할 때라고 말한다.
문학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작가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제목은 이라크의 저항시인 압둘 와합 알바야티의 〈외로움〉이라는 시에서 인용한 문구다. 이 책에서 작가의 내면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시(詩)다. 책 속에는 무려 40편에 가까운 시가 소개되고 있다. 학창 시절에 작가는 시인이 되기를 꿈꿨다. 그래서 여전히 수많은 시인들을 흠모하고 그들의 시를 읽으며 안식을 찾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는 기형도의 〈빈 집〉, 김남주의 〈지금은 다만 그대 사랑만이〉, 존 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시공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시들을 함께 담아냈다. 자신이 고른 시와 그에 관해 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위안과 힘을 얻기를, 작가는 희망할 것이다.
'작가'를 업으로 삼은 사람답게 공지영은 글을 읽고 쓰면서 혹독한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그렇게 치유된 마음으로 다시 글을 써 타인의 상처를 치유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공지영의 문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