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지역 갈등과 이념적 균열을 넘어 국민 통합을
이뤄낼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걸 버릴 수 있다.”
지역주의 악연과 싸워온 20년 정치 역정을 말한다
‘김부겸’ 하면 ‘독수리 5형제’ 또는 “김부‘결’”로 회자된 바 있는 소신의 정치로 기억된다. 그는 2003년 한나라당이 밀어붙인 대북송금특별검사법안을 놓고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져 김부‘결’로 낙인찍히며 당내에서 ‘왕따’를 당한 바 있다. 이후 한나라당의 대북관계 경색화, 지역주의 심화 정책에 반발하며 이부영, 이우재, 안영근, 김영춘 등 개혁파 의원 5명과 함께 탈당,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의 이런 행보 이면에는 지역주의 타파, 소신의 정치라는 신념이 깔려 있다. “나는 민주당이다”라는 제목도 이러한 깊은 고민을 반영한다.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초기에는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고 보수 노선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냉대를 받아야 했고, TK 출신으로 민주당 정치에 뛰어들어서는 많은 장벽과 맞닥뜨려야 했다. 1980년대 양김 분열 이후 심화된 지역주의라는 망국적인 병폐와 그는 싸웠다. 그것이 김부겸의 개인사이기도 하거니와 대한민국 야당 민주당의 역사이기도 했다.
‘내편 아니면 네편’, ‘내편 아니면 모두가 적’이 되는 분열된 한국정치에서 그를 늘 경계인에 머물러야 했다. 이러한 개인적 고통을 감내하며 그는 한국정치를 관통해온 망국적인 이념과 지역주의라는 균열을 해소하지 않고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며, 심지어 아이들 급식비 문제를 놓고도 정략적으로 싸우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김부겸이라는 한 정치인의 삶과 관점을 통해 격동의 한국사회와 한국정치를 담아내며 한국현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김부겸이 말한다, ‘상생’과 ‘통합’을
이 책에서 김부겸이 궁극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분열적이고 소모적인 정쟁을 뛰어넘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이다. 정치인 누구나 쉽게 상생과 통합을 남발하기에 너무도 진부한 말로 전락해버렸지만, 김부겸의 상생과 통합은 온몸으로 겪어낸 경험적 진리이기에 그 실체와 깊이가 다르다. 갈등, 분열, 냉소, 불신, 적대감, 정쟁 등 한국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안겨준 기존 정치행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고단한 인생사와 20년 정치 역정을 통해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정치권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정치적 사건을 통해 그는 이제 한국 정치인들이 이념과 지역주의의 균열을 이용해 먹고 사는 일을 끝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념적 균열을 뛰어넘는 정책적, 실용적 접근, 그리고 민주 진보세력의 연합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완성하자는 것이 그의 주요한 논지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이에 관한 다양한 해법과 실천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는 ‘이념을 위한 이념 논쟁’을 끝내고 정책 대결, 정책 경쟁으로 상생의 경제와 복지국가로 나아가자고 역설한다.
뚜벅이 김부겸의 인생과 정치
1부는 인생 편으로, 경북 상주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학생운동과 민통련 등 재야운동 시절을 거쳐 한겨레민주당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 그리고 16대 총선으로 등원한 이후 2007년 손학규 지사 탈당 당시까지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운동권 학생에서 현실 정치인이 되기까지 30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따스하고 유머 있는 자연인 김부겸을 만날 수 있다.
2부는 정치 편으로, 2000년 국회의원이 된 후 꾸준히 발표해온 정치 칼럼과 대정부질문 등 정치 사안에 대한 관점을 한 데 모았다. 김부겸의 정치 인식, 철학, 사유를 읽을 수 있다. 인간적 자본주의 및 실질적 민주주의의 방향, 빅텐트론 등 김부겸의 정치 구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및 제언, 한국 정당 개혁, 사회 통합을 위한 다양한 정책 대안 등을 담고 있다.
3부는 정책 편으로, 김부겸 의원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일자리, 교육, 복지 및 통일 분야에서 그동안 전문가들과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리한 내용들을 실었다. 많은 글에서 김부겸 의원은 ‘정책의 과소’라는 말로 한국 정당의 정책 부재를 비판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실질적인 해법이 담긴 다양한 경제 및 사회 정책 대안을 접할 수 있다. 보다 나은 상생의 경제와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일자리, 교육, 복지, 대북 정책 등의 해법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