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살아있는 역사만화의 탄생!”
누가 역사를 이끌어왔는가? 영웅인가, 백인인가, 남자인가 아니면?…
영웅인물 위주의 서사나 강대국의 패권쟁탈에 초점을 맞춘 역사지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역사의 가치를 느끼고 사유하도록 이끌어주는 역사만화 <피터 히스토리아>가 출간되었다. 역사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는 어린이 청소년 들에게 권하는 첫 역사책으로 기획된 <피터 히스토리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적 격변기를 살아간 십대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와 평화, 평등 같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만화다.
<피터 히스토리아>의 주인공 피터는 기원전 27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살던 소년이다. 영웅 길가메시의 침략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피터는 한 노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그 노인의 마법 덕분에 영원히 죽지 않는 아이로 세계사를 탐험하는 여정에 나선다.
이후 피터는 이야기꾼 아이소포스(이솝)를 만나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고, 예루살렘에서 반로마제국 열심당원들을 만나 예수의 죽음을 목격하며, 중세로 건너가 갈릴레이의 삶을 통해 과학 탄생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어 신대륙에 도착해 식민지 약탈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친구들을 돕다가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왕정이 몰락하는 현장에 참여하기도 한다. 19세기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참혹한 어린이 노동현장을 체험하며 20세기에는 폴란드 레지스탕스운동에 가담했다가 마지막으로 고향 이라크로 돌아와 반전운동에 참여한다.
이처럼 피터가 방문하는 곳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세계사적 현장인데, 그곳에서 피터는 그냥 목격자가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과 함께 역사에 참여하며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세계사적 현장 이면에 숨은 역사적 비밀이 담겨 있다. 가령,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이면에는 반인권적인 노예제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뒤에는 추악한 식민지 쟁탈의 탐욕이 자리한다. 또한 산업혁명의 빛나는 성과 뒤에는 노동하는 어린이들의 신음이, 현대의 자본주의 물질문명 뒤에는 차별과 전쟁이 존재한다.
어린이 청소년이 역사와 만나는 첫 만화가 어떤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역사만화들이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피터 히스토리아>는 그러한 지식보다 역사의식을 더 강조한다. 따라서 로마제국, 신대륙 발견, 산업혁명, 2차세계대전 같은 패권적 역사흐름보다는 노예, 원주민, 노동하는 어린이, 혁명과 저항운동 같은 역사의식적 사건들이 더 중요시된다. 한마디로 제국이나 패권보다는 그 아래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부각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적 지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각장의 말미에 「피터의 세계사 비밀수첩」이라는 도움말을 수록하여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역사적 의미와 생각거리들을 들려줌으로써 생생한 역사교육 자료로서도 손색이 없다.
스토리와 그림체에서도 <피터 히스토리아>는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어느 시대에서건 피터와 그의 친구들이 겪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져 역사를 학습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뛰어 들어가 체험한다는 느낌으로 독서하게 한다. 아이소포스 같은 역사적 인물이나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소설 속 주인공이 피터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신대륙 원주민 소녀와의 사랑과 이별이 펼쳐지는 등 빼어난 상상력으로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또한 호감을 주는 사실적이면서도 친근한 그림체로, 그야말로 “그림은 해설하고, 글은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역사만화의 가능성”(최호철)을 모색한다. 부모들이나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마음놓고 추천하며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하겠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송동근 화백은 각종 만화공모전에서 수상한 실력있는 만화가로, 『생각이 열리는 고사성어』 등 여러 책의 그림을 그렸고 공저로 『몽상만화 지문사냥꾼』이 있다. 글을 쓴 교육공동체 나다는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린 요즘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을 되찾아주기 위해 대안적인 교육활동을 벌이는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