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천재 화가라고 생각하는 열한 살 누니의 유별난 일상
이 책은 자신을 천재 화가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엉뚱한 열한 살 누니가 학교에서 열린 그림 그리기 대회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누니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픔을 지닌 아이다. 누니가 유치원에 다닐 때 화가였던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슬픔에 잠긴 아빠는 누니를 이모네 집에 맡기고 먼 나라로 일을 하러 떠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갑자기 혼자가 된 누니는 그림을 그리는 일과 보고 싶은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랜다. 또한 누니는 천재 화가인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돌아가신 엄마와 유명한 화가들의 삶을 담아 놓은 책《우리 시대의 걸작》의 화가들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천재 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 집에서 떠나고 싶다.
하지만 누니는 학교에서 열린 그림 그리기 대회를 계기로 이모네 가족이 자신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 그림에는 털끝만큼도 재능이 없지만 수학 천재인 르노가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 늘 질투했던 모범생 수 앤에게도 아픈 가족사가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늘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툴툴거리던 누니가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누니는 늘 벗어나려고 했던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누니의 정체성 찾기; 청색 시대, 보라색 시대, 물방울무늬 시대
누니는 자신의 화가 인생의 몇 가지 중요한 시기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우선 엄마의 죽음 즈음에서 시작된 청색 시대는 누니의 슬픈 자의식이 고스란히 담긴 시기다. 누니는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칠 것 같은 어둡고 칙칙한 파란색으로 듣도 보도 못한 끔찍한 병에 걸린 자화상을 수도 없이 그려 아빠에게 편지로 보낸다. 또한 아빠가 보내 준 엄마의 보라색 그림과 함께 시작된 보라색 시대는 누니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가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도기 같은 시기이다.
누니는 자신의 그림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결심할 만큼 자존심이 강한 아이다. 하지만 누니는 환상 속에 나타난 엄마와 유명한 화가들을 통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에 대한 확신과 열정 그리고 용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누니는 보라색 시대보다 훨씬 뛰어날 물방울무늬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렇듯 누니는 엄마가 남긴 그림과 아빠의 편지, 그리고 이모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잃지 않고 뛰어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조금씩 성장한다.
작가는 너무나 매력적인 누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넉넉한 이해와 관심의 테두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려 준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펜과 잉크, 수채화 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그려 낸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이다. 누니의 변화무쌍한 청색 시대, 보라색 시대, 물방울무늬 시대가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