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대신 귀여운 알파카를 드리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무익한 웹서핑을 하다보면 ‘대신 귀여운 알파카를 드리겠습니다’, 혹은 그와 비슷한 문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밈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별 대단한 것이 아닌데도 꾸준히 번져 나갔다.
시작은 디시인사이드의 카툰연재갤러리였다. 어떤 유저가 그 곳에 올린 저자의 작품 일부를 잘라 포털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으로 만들었다. 의외로 순식간에 사용량이 늘어났다. 그리고는 2016년 가을, 게이머라면 모를 수 없는 회사 블리자드마저 카드게임인 하스스톤 내에서 패러디하기에 이른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수 있는 난잡한 만화들이 랜선을 타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찾아봐주고 사랑하주기까지 짧은 시간이 걸렸던 것은 아니다. 덕분에 이 책은 팬 여러분들의 후원모금을 통해 시작할 수 있었다. 조금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조금은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모금이 생각보다 빠르게 목표치를 초과하여 달성했다. 남은 것은 팬들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
케장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다시피 절대 기술적으로 잘 그린 그림이나 치밀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만화는 아니다. 어쩌면 무성의함이 돋보일 정도이다. 깔끔하고 느낌 좋은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요즘, 그림판을 사용해 그린 그림이나 대사에는 언제나 사용하는 굴림체가 오히려 돋보인다. 그런 투박함과 무성의함(?) 속에서 엿보이는 매력과 화법이 팬들에게는 와 닿았다.
인디(indie)?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고,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예술작품을 마주하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해야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만화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고, 대중적인 인기는 좀 부족해도 이미 그들을 위한 작은 무대는 마련되어있다. 비주류의 서브컬처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양하고 또 다양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만화들이 책의 형태를 띠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한번쯤 읽어보는 것만으로 그들의 단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고, 혹은 지친 일상 속에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는 만화를 보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냄비받침으로 쓸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