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선언했지만,
왜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을까
회사에 다니던 시절, 온종일 마감과 밀당하며 야근과 연애하던 때가 있었다. 야무지게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더 잘 보이고 싶어 무리해서 애쓰던 시절이다. 시간이 지나며 연차도 쌓이고 연봉도 조금씩 올라갔고, 더 높은 직급도 얻었지만, 매번 일에 지쳐 잠들고, 자신 인생 밖의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을 받던 나날이었다. 결정적 계기는 건강에서 왔다. 자신을 돌볼 새도 없이 일에 휘감겨 살다 심하게 아프고 나서야 현재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았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릴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계속 소진되고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일을 줄이거나 다른 방식으로라도 탈출해야 하는데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일은 어디서부터 줄여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결국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마음을 다잡고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일이 들어오지 않아 계속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며 불안함에 떨었던 시간이 있었다. 어느 순간 일이 꾸준히 들어오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보니, 직장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프리랜서가 되고 알았다. 여전히 내일을 불안해하고, 마감과 야근으로 여전히 일찍 잠들 수 없다. 밀려 있던 작업료가 한 번에 몰아 들어올 땐 조금 마음이 놓이지만 비용 지급이 늦어지면 순식간에 노심초사다. 언젠가 일감이 떨어져 굶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함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가끔 드는 '회사에 남았더라면' 질문에도 답할 수 없는 건 여전하다. 만약 회사에 더 다녔다면 어땠을까? 돈도 더 모았을까? 회사에 남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도 할 수 있었겠지?
항상 통장 잔고를 걱정하는 것도 직장인이나 프리랜서나 여전하다. 게다가 프리랜서 일은 보통 '적은 작업료' '많은 작업량' '빠듯한 일정'이 세트로 딸려 온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월요일 오전 아홉 시의 무한 수정을 보다 보면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로 답하며 작업하고 있다. 빨리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을 받아들이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일흔 살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일이기에 프리랜서로의 삶이 지치지 않게 늘 스스로 마음을 다독인다.
프리랜서로 사는 삶
자유로움과 불안함 사이에서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에서는 직장인으로서 살던 시기의 이야기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지금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담겨 있다. 현재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 앉은자리에서 먹으며 일할 수 있는 빵으로 식사를 대체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을 하느라 지칠 때쯤엔 퇴근 후 동료끼리 술 한잔을 기울이는 낙도 있었다. 직장 정치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직장 동료와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시간이 그리운 날도 있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눈치를 보면서 해야 했던 정시 퇴근도, 자발적 주말 출근도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출퇴근이 모호해져 버렸다.
프리랜서를 떠올리면 흔히들 생각하는 이미지로는,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심리적으로 자유롭고, 자주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정을 스스로 세울 수 있어 자신의 스케줄을 자신이 정하게 된다. 일이 몰렸을 땐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마감 일정을 정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 언제든 쉴 수 있지만, 동시에 일이 많을지 적을지는 본인이 정할 수 없어 휴가 날짜를 미리 정할 수도 없다. 일이 많아지면 수입도 늘어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때로는 해야 한다. 적어도 비수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 다만 일이 몰렸을 경우엔 노트북과 태블릿을 챙겨 호스텔 로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가며 일할 것도 각오해야 한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헷갈리는 프리랜서 혼돈 라이프는 여전하다.
그 고민 많고 걱정 많은 프리랜서에게도 즐거운 것들은 가득하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이야기도 함께한다.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에서는 프리랜서만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일러스트로 보여준다. 바빠서 지나쳤던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 비수기의 장기 여행, 평일 낮의 여유로움, 직장인과 다른 시계로 움직이는 것의 자유로움,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정해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고민 가득한 삶 속에서도 고른 프리랜서의 삶이 그리 고달프거나 힘들지만은 않은 이유다.
프리랜서로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만의 중심을 잡으며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1장 '프리랜서로 살고 있습니다만'에서는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만큼 즐거운 프리랜서의 일상을 다룬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 잠시 거쳤던 프리 백수 시절의 이야기부터 혼자만 '프리'한 통장 잔고 이야기까지. 회사 생활을 접고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이야기한다.
2장 '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에서는 자유롭게만 보이는 프리랜서가 일하는 과정을 말한다. 프리랜서가 일하는 모습 또한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랜서가 되어도 먹고사는 걱정은 그대로이고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문제, 마감과 야근도 꾸준히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니 일이 힘들 때는 생라면을 와그작와그작 부숴 먹기도 하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가끔 일에 지칠 때 시작하는 덕질도 하며 오래도록 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3장 '내가 나를 다독여야 합니다만'에서는 이 길이 맞는 걸까? 고민하는 프리랜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는 것도, 직장이 주는 안정적인 소속감도 없이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끊임없이 진로 고민을 하게 된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외로움도 친구로 만들기도 하며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간다.
4장 '언젠가는 여행했습니다만'에서는 프리랜서의 프리미엄 복지 혜택인 '가고 싶을 때 가는 여행'에 관해 이야기한다. 장기 여행을 가서도 호스텔 로비에 앉아 열악한 와이파이를 잡으며 클라이언트의 수정 요구를 들으며 작업해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외국 친구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택하고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해외 여행이 아니더라도 낮에 동네를 순회하며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하거나 평일 오전에 전시회를 관람하기도 하는 일상의 소소한 여행도 함께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