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착하게, 똑똑하게 완벽해야 했던 여성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
최근 ‘소극적 완벽주의’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다. ‘소극적 완벽주의’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늦잠을 자서 9시 수업에 지각할 것 같으면 아예 결석하거나, 한 권의 아기자기한 일기장을 쓸 수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 말이다. 게으름의 핑계 같은 이런 행태는 실은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 요구는 놀이터에서 남자아이들이 땀과 흙 범벅이 될 때 여자아이들은 예쁜 리본이, 드레스가 망가질까 봐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여성은 놀이에서 교육, 직업 선택, 외모나 행동거지,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하는 데 이르기까지 무엇을 하든 그녀들의 선택이 항상 핑크빛이어야 한다고 배운다. 완벽하게 예뻐야 하고, 미소를 지어야 하고, 똑똑해야 하고, 활기가 넘쳐야 하고, 누구에게나 착해야 하고 동시에 털털해야 한다. 여성의 미덕은 ‘결점 없음, 완벽함’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완벽함을 요구하는지 그 역사와 이로 인해 그녀들이 포기해야 했던 것들 그리고 완벽의 덫에서 헤어나고 용감해지기 위한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레시마 소자니는 인도계 이민자 2세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법조계, 금융계에서 최고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성취감을 느낀 건 의회 진출 실패를 경험하고서였다. 처음으로 정답의 틀을 깨뜨린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걸스 후 코드Girls who code’라는 비영리 단체 설립을 통해 소녀들이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도록 돕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그녀와 뜻을 함께하는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의 이야기와 완벽 강박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시도하며 깨우친 그녀만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완벽의 덫에 걸렸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보고, 이 시대 여성들의 키워드인 ‘용기’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백조가 꼭 내 모습 같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 남모르게
이 책에는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님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려고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서 전과목 A를 받거나 체육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점프 동작을 하다가 넘어지는 모습을 누군가 볼까 봐 운동하기 싫은 척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도 기가 세다고, 싸가지 없다고 욕을 먹을까 봐 고심하여 ‘적당한’ 단어를 선별하는 것 말이다. 이 책의 여성들처럼 많은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대담한 선택을 하지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도 못한다. 완벽한 학생이자 딸은 후에 완벽한 전문직 종사자, 여자 친구, 아내, 엄마가 되려고 애쓸 뿐이다.
누군가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완벽의 목적이 자신의 안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주어진 거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완벽함을 자신의 가치를 증명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완벽주의에 사로잡힌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들이 완벽을 강요받았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완벽하려고 애쓸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착한 아이가 돼야지, 이렇게 해야 예쁘지, 예의 바르고 우아하게 해야지’라고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내면의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는지 살펴야 하는 것이다. 아직 그 목소리를 의심해보지 않았다면 이 책은 당신 안에 깃든 완벽 강박에 눈 뜨게 해줄 것이다.
완벽하지 않다면 차라리 시도조차 안 하겠다고?
얼마나 더 손해를 봐야 할까
“그냥 밀어요!” 수영장 미끄럼틀에서 자신의 딸이 주저하자 멀리서 바라보던 엄마가 선생님에게 외쳤다. 이 엄마가 너무한 걸까? 왜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용기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포기라는 배려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일까? 왜 여성들은 자신들이 연약한 존재가 되는 것을 용인하는 걸까? 여성들은 잘하지 못해서, 혹은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서 수많은 제의나 경험, 역할을 거절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마음가짐이 고위 경영진, 중역 회의실, 의회 등 많은 곳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달성 불가능한 완벽의 잣대에만 머물러 있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그 ‘완벽’은 어떻게 해도 달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쳐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완벽을 추구하고 실패를 피하려고 애쓰면서 자리 잡은 완벽 추구 사고 회로를 리셋해야 한다. 한 번에 조금씩 오직 자신을 위한 도전과 선택의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 달라질 수 있다. 분명 실패와 실수가 따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용기 근육은 단련되고 있다. 용기 근육은 단련될수록 실패에 쉽게 회복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새로운 용기를 낳는다. 용기의 선순환 구조에 익숙해지면 삶과 사회 생활, 인간관계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 사람의 용기에 비례해서 수축되거나 확장된다”는 말처럼 시도하지 않으면 어떤 파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수해도, 실패해도, 넘어져도 괜찮아
여자가 그럴 수도 있지, 여자는 그러면서 크는 거야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며 살아왔던 저자는 의회 진출 좌절이라는 인생 가장 큰 실패를 경험하고서 가장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 성취의 답은 선거 유세 중 방문한 남학생들로만 가득한 컴퓨터 수업에서 보이지 않던 여학생들에 있었다. IT 업계의 지식이 전무했던 그녀는 관련 지식을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걸스 후 코드Girls who code’였다. 걸스 후 코드를 통해 완벽주의에 사로잡힌 소녀들을 만났다. 언두Undo를 클릭해보면 이미 코드를 잘 입력했는데도 완벽하지 않을까 봐 과제로 제출하지 못하거나 대학원까지 진학해서야 자신이 완벽주의에 사로잡혔음을 깨닫고 진로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는 젊은 여성들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남성처럼 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억눌려 화려한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는 수많은 경단녀들이 있었다.
이미 여성들은 사회 곳곳에서 남성들과 동등하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세상은 여성들이 연약하다, 감정적이다는 이유로 그녀들의 이름을 지우려고 한다. 앞으로의 소녀들을 이런 세상에서 성장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남성적’이니 ‘여성적’이니 구분할 것 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다. 여자답게 용감하게 자신의 용기를 드러낼 때 세상은 변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용감하게 사고하는 연습을 통해 용기 근육을 단련하기를 권하고 있다. 용감해지는 것은 매일 진행되는 과정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용감해질 수는 없다. 매일 언제나 새로운 역경과 더 큰 도전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런 난관에 대처하려면 용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