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새를 찾아 지구를 수백 번 여행한 어느 조류학자의 관찰기 “묵묵히 살아가는 새들의 자연스러움, 가벼움 속에서 그들이 가진 철학을 발견했다“ 아주 오래된, 작은 철학자 새. 이 가볍고 보드라운 생명체는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만 우리 중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귀 기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나치고 있을 뿐. 새를 사랑한 조류학자와 철학을 공부한 작가가 함께 쓴 이 책은 오랫동안, 매일매일 새들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얻은 결과다. 신중한 태도로, 고요한 침묵 속에서, 더없이 다정하게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새들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 인간의 이야기다. 이 책의 작가들이 새들의 삶을 지켜보며 얻은 스물두 가지 철학적 이야기는 인간과 인간의 삶이 세상 모든 것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허술하고 보잘것없는지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가장 자연적 존재를 다시 되찾는 길을 알려준다. 우리에게는 가끔 우리 자신보다 작은 존재가 필요하다. “새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 의심과 의문이란 걸 모른다. 새의 심장은 단 한순간도 멈추는 일이 없다.” “새들은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저 행복을 경험한다.” “새들은 죽기 전에 몸을 숨긴다. 오랜 질병도, 정신적 쇠퇴도 없다.” 오늘날 우리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다룰 줄 아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자연 속에서는 새끼 새만큼이나 약한 존재일 뿐이다. 더욱이 현대의 인간은 변화하는 자연, 밤하늘 위의 별, 사방에 펼쳐진 풍경을 더 이상 읽을 줄 모르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우리를 둘러싼 침묵하는 배경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를 관찰하고, 자연이 아낌없이 전해주는 지혜와 교훈에 귀 기울이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를 낮추고, 새들이 우리에게 가만히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가 왔다. 새들은 그들의 생활과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사는 법을, 매 순간에 가장 깊이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새들에게는 인간에게는 없는, 또는 지금은 잃어버리고 없는 어떤 놀라운 감각이 있는 걸까? 큰되부리도요는 알래스카와 뉴질랜드 사이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동한다. 땅이나 나무 위에 발 한 번 내려놓지 않은 채, 그 긴 비행시간 동안, 큰되부리도요의 뇌는 반만 잠든다. 그런가 하면 새끼 뻐꾸기는 어느 아름다운 6월의 저녁, 둥지를 떠나 아프리카를 향해 야간 여행을 떠난다. 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어린 뻐꾸기가 가본 적도 없는 아프리카 중서부의 숲으로 홀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여섯 달을 보내고 뻐꾸기는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도대체 이런 일들은 어떻게 가능할까? 새들과 달리 우리는 우리에게 있던 빛나는 능력들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거세지는 바람, 살갗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햇빛조차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무미건조한 삶을 사느라 이 빛나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삶이 무감각한 회색빛일 때는 고개를 들어 새들을 보자. 새들은 삶이 회색빛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새들은 또한 기다릴 줄 안다. 털갈이의 시간, 하늘을 나는 힘조차 잃어버리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시간을 인내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능률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서 스스로에게 공백과 재생의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그리하여 근원의 힘과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 새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힘들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