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6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한국어판 예약판매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9월 6일 출간된다. 6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로 화제가 된 이번 작품은 현지 출간과 동시에 책을 구입하려는 독자들의 행렬과 언론의 취재 열기로 주요 서점이 마비되었고, 2개월 만에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거장 하루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8월 28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한국어판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예약판매 즉시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3대 온라인서점의 실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례적으로 예약판매 기간 내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작인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와 비교해볼 때 하루 만에 전작의 3일간 판매량을 넘어선 기록이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문학동네는 예약판매중 급히 중쇄를 결정했으며 9월 4일 기준 3쇄를 제작중이다.
첫 발표 이후 43년, 마음에 품어왔던 소설을 마침내 완성하다.
하루키적 상상력의 모든 것이 담긴 결정적 세계!
“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왔다.” _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집필과 출간에 얽힌 이야기가 특별하다. 1979년 데뷔 이래, 하루키는 각종 문예지에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글을 발표했고, 대부분 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 공식 출간했다. 그중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도 오랜 미스터리로 남은 작품이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했던 중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이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 사이에 벽이 세워지기 시작한 2020년, 그는 사십 년간 묻어두었던 작품을 새로 다듬어 완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 년간의 집필 끝에 총 3부 구성의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세상에 내놓았다. 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70대의 작가가 청년 시절에 그렸던 세계를 43년 만에 마침내 완성한 것이다.
“내가 쓴 소설 가운데 책이 되어 나오지 않은 것은 거의 없을 텐데, 이 작품만은 일본에서도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한 번도 출판되지 않았다. (…) 그사이 나는 서른한 살에서 일흔한 살이 되었다. (…) 어쨌거나 이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서(혹은 완성할 수 있어서) 솔직히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으므로. (…) 그것은 역시 나에게(나라는 작가에게, 나라는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가시였다. 사십 년 만에 새로 쓰면서 다시 한번 ‘그 도시’에 돌아가보고, 그 사실을 새삼 통감했다.” _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작가 후기에서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열일곱 살 남고생인 ‘나’, 열여섯 살 여고생인 ‘너’. 두 사람은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 ‘나’는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소녀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 이야기를 따라 도시의 모습을 상세히 기록해가던 나날, 돌연 소녀가 사라진다. 우연한 사고인지, 무언가의 암시일지 종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던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소녀가 말했던 미지의 도시로 향한다.
소녀가 말한 도시는 견고하고 높은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곳 시계에는 바늘이 없지만 사람들은 자연히 시간을 감각할 수 있다. 도시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그곳 서가에는 책이 아닌 사람들의 꿈이 달걀 모양으로 줄지어 놓여 있다. 그 꿈들을 관리하고 꿈의 내용을 해독하는 것이 도시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도시의 출입구는 단 하나, 그마저 우람한 문지기가 지키고 있어 아무나 드나들지 못한다. 도시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조건이 있다. 바로 자신의 ‘그림자’를 버려야 한다는 것. ‘나’는 그림자를 버리고 그 도시에 들어간 후, 도서관에 출근하며 ‘꿈 읽는 이’가 되어 생활한다. 애타게 그리던 소녀와도 재회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나는 그림자를 버렸다. (…) 문지기는 말했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상당히 기묘하게 보이지. 뭐 저런 걸 애지중지 달고 다녔나 싶을 거야.” 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자신의 그림자를 잃고 말았다는 사실이 아직 제대로 실감나지 않았다. “그림자 같은 건 실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문지기는 말을 이었다. “지금껏 그림자가 자신한테 대단한 도움을 줬던 기억이 있나?” 그런 기억은 없다. 적어도 곧바로 떠오르진 않는다. (본문 66p)
너는 커다란 흰색 헝겊으로 오래된 꿈에 하얗게 쌓인 먼지를 주의깊게 닦아 내 앞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나는 진녹색 안경을 벗고 오래된 꿈의 표면에 양손을 얹는다. 손바닥으로 그것을 감싼다. 오 분쯤 그러고 있으면 오래된 꿈이 깊은 잠에서 차츰 깨어나 표면이 엷게 빛나기 시작한다. 양 손바닥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온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꿈을 잣기 시작한다.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이,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이윽고 걸맞은 열의를 담아서. 그들에게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껍질 밖으로 나갈 때가 오기를 선반 위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려왔을 것이다. (본문 48p)
나와 세계, 진실과 허구, 비밀과 공유, 분리와 결속……
수많은 경계를 직면하며, 그럼에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 시대를 위한 메시지
세월이 흘러 ‘나’는 어느덧 중년이 된다. 오래 몸담았던 출판 유통업계 일을 그만두고, 산간 지방의 작은 도서관에서 신임 관장으로 일한다. 그곳에서 전임 관장 ‘고야스’, 사서 ‘소에다’, 노란 잠수함이 그려진 옷을 입고 매일 도서관을 찾아와 엄청난 속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M소년’과 교류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고야스’의 미스터리한 비밀이 밝혀지고 ‘M소년’이 행방불명되면서 ‘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산간 지방의 한적한 도서관’과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경계에서 부유하듯 살아가던 ‘나’는 이제 이러한 생활에도 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단 하나의 분명한 진실과 현상을 갈구하는 일이 무의미한 경계, 인간의 믿음이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그 경계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본문 684p)
역병과 전쟁의 시대에 소설이란 무엇인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뜻깊은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
무라카미 하루키는 2023년 4월 2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 칼리지에서 「역병과 전쟁의 시대에 소설을 쓰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사람들 사이에 경계심이라는 벽이 생기고, 그 벽을 허물어 정의롭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추구하는 일이 개인의 선택으로 떠맡겨지는 오늘날의 현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이러한 시대에 합치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새아이디
2.5
이카리신지가 에바 안타고 대학 진학해서 데카르트 전공하고 프로이트 부전공하면 무라카미하루키 돼서 이런책 쓸 것 같음.
sean park
3.0
자신이라는 그림자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면 이 텅빈 그리움은 아무도 모르는 꿈을 단 한 번 보여줄 것이다
용량선
3.0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B-Side.” 어떤 부분에서는 《해변의 카프카》의 향기도 살풋 난다. 43년 만에 완성한 세계.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이라고 말하기는 역시 어렵겠다. 하지만 그의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타당할지는 모르겠으나) 소위 ‘빈출 모티프’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루키는 ‘작가 후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진지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제한된 수의 모티프를 갖은 수단을 사용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꿔나갈 뿐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렇다. 그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세계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도, 어쩌면 《해변의 카프카》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서른여섯 무렵의 젊은 작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혹은 일흔한 살의 노작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해 그 형태만이 바뀌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들 하지 않던가. 하루키의 ‘맛’에 크든 작든 ‘무언가’를 느껴버린 나 같은 독자에게 이 소설은 ‘아는 맛의 신메뉴’같은 감각으로 읽힐 따름이다. 하루키는 여전히 하루키다. 그의 작품을 읽는 나 또한 여전히 나인 것이다. 43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것은 그러한 사실 뿐일지도 모르겠다.
거친파도속의할머니
3.0
섹스의 혈기는 사라지고 마침내 첫사랑과 작별하는 길을 알게 된 70대 노작가의 리메이크
김지구
4.0
사과나무 향 장작 블루베리 머핀 뜨거운 커피 쌓이는 눈 벽난로
상맹
4.0
내가 스스로와 타자를 의심하고 진짜를 닿기 위해 세웠던 벽, 그 벽의 끝을 따라 지도를 그려보고 불가능성도 깨달아보고 실패하고. 그 벽을 같이 세운 그림자와 이별하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그 세계가 잊혀졌을 때 초대하지 않은 타인에 의해 그 도시를 인식하고. 낯선자와 서로 귓볼을 깨물면서 그 도시와 벽이 나의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 낯선자가 나를 내쫓을 때 쯤 다시 오래된 숙적인 그림자를 마주하고. 첫 타자를 마주하고. 진짜와 복제 사이의 벽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때 망명하고. 또 다른 축조자인 그녀에게 안녕이라고 하고. 하루키스럽고 하루키스러우면서 하루키스럽다. 내면의 자의식 과잉에서 메타화. 그래도 이제는 화자를 메타화하는 것을 넘어 타자에 의한 변용까지 품는 모습이 노년의 거장에 이르러 삶의 경지에 오른 모습처럼 보인다.
나지수
4.0
독서는 나만의 도시와 시시각각 변하는 벽을 세우는 그 불확실한 작업.
초코파이정
4.0
현실과 비현실 나는 어디쯤 존재할까. “당신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습니다. 높은 벽도 당신 마음의 날갯짓을 막을 수 없습니다. 지난번처럼 굳이 그 웅덩이까지 찾아가 몸을 던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분신이 그 용감한 낙하를 바깥 세계에서 안전하게 받아줄 거리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 지워내지 못했던 과거의 미련과 추억의 벽을 넘어 현실로 돌아온다. 그 벽 안의 세계는 현재의 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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