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박미소 · 인문학
3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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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 나쁜 사랑의 기록 1부 술꾼, 제 발로 병원에 가다 지각 있고 상식적인 알코올중독자? 넷플릭스와 배달음식과 알코올의 나날들 중독은 아니지만 ‘매일 한 캔’은 포기 못 해! 술 끊는 약의 효과 입맛을 잃은 술꾼의 비애 단주냐 절주냐 포기할 때 잃어버리는 것들 결핍과 중독 사이에서 달리기의 기쁨과 슬픔 2부 나는 왜 마시는가 왜 그렇게 마셔대냐고 물으신다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병 이렇게 얌전히 마시는 내가 중독자일 리 없어! 완벽주의자의 하나뿐인 친구 너 자신을 알라 중독의 기원을 찾아서 중독도 유전이 되나요 중독은 무엇을 바꾸어놓는가 3부 중독을 만드는 사회 고독한 부엌의 애주가들 회식하는 여자들 불안은 여성을 잠식한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올바른 금주인의 자세 취중진상 가난은 중독에 이르는 병 이게 다 소주 탓 작작 마셔, 박 기자! 알코올중독 원더랜드 에필로그 | 또 다른 여정 주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알코올중독 당사자가 쓰는 중독에 대한 종합적인 탐색 한국 사회는 알코올중독이 가시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다. ‘중독’이 문제시되기에는 술과 너무나 친하다. 점차 변화하고는 있지만 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교, 회식 문화,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는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스스로 알코올중독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회식이나 술자리는 많이 사라졌지만 주류 구매율은 오히려 14퍼센트 증가했다. ‘혼술’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같이 마시든 혼자 마시든, 한국에서 술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애주가로 불린다. “나 알코올중독인가?”라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는 사람들은 많아도 치료를 받아야 할 병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잘 없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의 저자 박미소도 그런 ‘애주가’ 중 하나였다.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업계인 언론계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폭음과 과음은 일상이었고, 육아와 일의 고된 병행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는 부엌에 서서 들이켜는 술 한 잔이었다. 술은 힘겨운 일상을 위로해주는 안정제이자 인생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활력소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기력에 빠진 뒤, 음주 습관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 일상을 잡아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느 날 아이를 등교시키고 아침 9시 반부터 와인 한 병을 비워버린 후, 저자는 스스로 정신과를 찾았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는 스스로 알코올중독임을 인정한 저자가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인 동시에, 도대체 무엇이 자신의 중독을 만들었는가를 파고든 책이다. 저자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술을 멀리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뜯어고치는 등 안간힘을 쓰면서도 평생을 함께해온 술에 대한 사랑과 매혹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한편으로 사회적, 생물학적, 환경적 맥락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긴 세월을 이어온 중독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쓴다. 자신의 삶이 술과 맺어온 관계, 중독의 생물학과 심리학,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는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있는 글쓰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알코올중독 문제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로 가져와 보게 된다. 이런 관점은 의사 등 치료자가 쓴 책, 또는 한 발짝 물러나 제삼자의 시각에서 중독을 바라보는 사회서와는 다른 차원에서 알코올중독 문제를 조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사람들은 중독자가 한심한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중독자는 중독의 대상을 향해 확고한 의지를 품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영리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평일의 시간 동안은 내 마음대로 마음껏 고주망태가 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주말이었다. 온 가족이 하루 종일 함께 있으니 술을 마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집에서는 마시기 힘드니 외식을 하자! 그럼 자연스럽게 술을 주문할 수 있으니까. 대낮에도 갈비나 삼겹살을 먹자고 주장하고 치맥을 시키자고 졸랐다. 남편의 불만스러운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태연한 척 술을 주문했다.(23)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마시는 몇 잔의 술이 고된 늪에 빠져 있던 나를 쑥 끌어올려 활기차게 바꿔준다. 일에 치이고 찌들어 우울하고 지친 사람에서 더없이 유쾌하고 명랑한 사람으로 탈바꿈한다. 일을 끝내고 친구와 마주 앉은 저녁 자리에서, 퇴근하고 돌아와 앉은 식탁에서의 맥주 한 잔에 갖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녹아 내려가던 그 느낌. 그 한 모금이, 그 한 잔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져 한 병은 두 병이 되고, 술 마시는 하루는 매일이 됐다.(76) 나는 인생을 온통 불만족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기자를 그만둔 것을 내심 후회했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것 역시 잘한 일인지 확신이 없었다. 이 가정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사람 같았고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내 삶은 결핍의 구멍이 숭숭 뚫린 부실한 골조로 지어져 불만의 무게에 짓눌리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상태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주어진 내 삶에서 충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중독으로부터 나를 영원히 벗어나게 해줄 해답이라는 걸. 하지만 그건 술을 끊는 것보다 더 어려울 거라는 걸.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 걸까.(102-103) 절박함에 종종걸음치며 냉장고를 열었다. 막걸리와 자몽 맛 소주(우웩)가 보였다. 한창 술을 퍼 마시던 시절에 남겨둔 거다. 안주는 뭘 먹지? 언제나처럼 우리 집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지만 배달 앱만 있으면 문제없다. 아침 9시 30분에도 삼겹살이 배달된다는 사실을 평범한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120) 한국에서 평생 한 번이라도 알코올사용장애를 겪는 사람의 비율은 12.2퍼센트(2016년 기준)나 되어 모든 정신질환 종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 병은 입 밖에 꺼내기 조심스러워하는 이슈로 각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127) 내 글들을 읽으며 자기 자신을 언뜻 비춰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타입에 속할 것이다. 일도 가정도 친구 관계도 흠잡을 것 없이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지만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 술자리에 가면 항상 남들의 2배속으로 술잔을 꺾어 결국 자기 주량보다 살짝 오버하게 되는 사람. 그렇다고 해서 큰 사고를 치거나 주사를 부리지는 않으니까 딱히 심각하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항시 어딘가 술 마실 핑계가 없나 기대감에 두리번거린다.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메뉴 그 자체보다는 어떤 술과 어울릴지를 생각해 선택하곤 한다. 혼자 있는 밤, 맥주 한 캔만 마시자고 시작한 게 금세 두세 캔으로 이어져 다음 날 아침 찌뿌드드한 컨디션으로 후회 속에 일어난다. 이건 전부 나의 이야기지만 평범하게 술을 좋아하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씩 은은하게 알코올중독의 기운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141) 다른 사람들이 매일 두려움을 이기고 한 걸음을 내딛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공포에 잠식당해 끝없이 들이붓는 알코올의 물결 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 익사하기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다른 누구도 알 수 없는 틈에 내면에서 서서히 벌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스스로 뛰어들까 봐 두려워 물가에도 다가가지 못했다는 처칠은 정작 매일 매일 술을 들이부으며 작은 자살을 실행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매일 밤 거실 소파 위에서 해오던 것처럼.(159) 중독은 사람을 바꾼다. 술을 많이 마시고 술에 집착하는 것 말고도 성격과 활동, 기능 측면에서 부정적인 변화가 뒤따른다. 정작 중독자들은 내가 그랬듯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지적해도 이렇게 항변한다. “나 원래 이래!” 중독이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진행되기에 성격상의 변화도 느리게 일어나서 어느새 자기 본래의 모습인 듯 굳어버리기 때문이다.(201) 그러므로 내가 쓴 글은 술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인 한편 혼자됨을 택한 사람의 수기다. 알코올이라는 투명한 막에 갇힌 채 누구와의 접촉도 거부하고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던 추락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 모든 술꾼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해 술로 빠져든 것인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져 술로 빠져든 것인지는 각각의 사정일지라도 결국에는 누군가와 이어지는 감각이 이들을 새롭게 살게 한다. 술로부터 건져 올리는 구원이 된다.(337) 저널리스트가 파고든 중독의 과학과 심리학과 사회학 저자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저널리스트로서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스스로를 ‘호기심 많은 술꾼’이라고 표현하는 저자가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대상에 대한 이해’였다. 저자는 어디서부터 중독의 경로가 시작되었는가를 추적하기 위해 책과 각종 학술 자료, 사회적 현상의 이면으로 들어가고, 중독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날카롭게 파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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