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의 주권을, 내 집이 주는 안정을, 일상의 평화를 찾고 싶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생생한 기록
임대차 관련법 전문 변호사의 꼼꼼한 감수
온 국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화제의 웹툰 <루나의 전세역전>이 임대차 관련법 전문 변호사의 꼼꼼한 검수를 거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평소 ‘루나파크’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인 일상 공감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홍인혜가 7년 만에 선보이는 만화 에세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이 책은 전세로 살던 집이 갑자기 압류되어 경매가 개시되고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인한 공매에 이르기까지 환난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3년간의 ‘전세 사기 극복 기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전세 사기 관련 뉴스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평생 모은 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임대차보호법의 새로운 조항이 신설되고 피해자 구제 대책들이 촉구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상태.
이 책의 저자 홍인혜는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은 사람에겐 정보가 되길 바라고, 나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겐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겪은 전세 사기 사건의 전말을 생생한 만화로 그렸다. 대형 플랫폼이 아닌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자체 연재하며 무료로 공개한 것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다. 해당 콘텐츠는 2023년 8월 현재 누적 462만 뷰에 달하며, 연재가 종료된 지 2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회자되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고 있다. 연재를 예고한 가장 첫 게시물에는 아직까지도 저마다 가까운 친구를 소환해 읽어보라고 독려하는 댓글이 꾸준히 달리며, 전세 사기 극복의 성지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158화 ‘이것은 실화다’ 편에도 출연했으니, 이 만화의 뜨거운 인기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라고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21세기 대한민국 현실 스릴러 ‘전세 사기’
치밀한 스토리 구성, 상세하고 친절한 법률용어 해설
이번 단행본의 감수를 맡은 임대차 관련법 전문 변호사조차 “놀랍다!”라고 표현할 만큼 꼼꼼하고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연재 당시 일부 혼동이 있을 수 있는 용어의 오류를 바로잡고 보다 정확성을 높였다. 전세 사기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학습한 ‘묵시적 갱신’ ‘근저당’ ‘대항력’ ‘당해세’ ‘배분’ ‘법정기일’ 등 생소한 법률용어도 쉽게 풀어 해설하고 있어 친절한 독서를 돕는다. 확정일자 효력 발생 시점이나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경매 관련 정보 공개,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을 열람하는 방법, 경매 매물의 감정평가액, 경매와 공매의 차이점, 공매 입찰 방법과 낙찰 후 잔금 납부, 등기필증 발급 등, 막막하고 복잡한 개념도 일련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만화 역시 연재분보다 조금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한 컷 한 컷 다듬었으며, 특히 페이지 넘김에 불편함이 없도록 재구성하여 편집했다. 더욱이 『루나의 전세역전』은 저자가 오랜 시간 창작 활동을 하며 갈고 닦아온 전매특허 손글씨를 폰트로 개발한 ‘루나파트또박체’가 적용된 첫 번째 책이다. 손그림을 기반으로 한 만화가 주는 아날로그한 감성은 예전 그대로인 동시에 좀 더 단정하고 반듯한 글씨로 가독성과 심미성을 높였다.
여기에 미공개 카툰과 에세이를 추가로 수록하여 당시 현재진행형이었던 전세 사기 사건의 최종 결말도 확인할 수 있다. 매 순간 인류애를 믿고 집주인을 믿으며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는 마치 ‘21세기 대한민국 현실 스릴러’라 불러도 좋을 만큼 오싹하다. 오랜 카투니스트와 카피라이터 생활로 다져진 탁월한 구성력과 재치 있는 대사로 더욱 빛을 발하는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현재 실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어 시나리오 단계에 있다고 하니, 훗날 원작과 비교하며 시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끝나간다, 끝나가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이 지옥이….”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두절미하고, 대한민국 세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물론 독립을 앞두고 있는 예비 세입자에게도 필독서이다. 집이 아닌 감옥에 사는 기분이 들 만큼 붕괴 직전의 삶 속에서도 “이 일이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나를 망치지는 못하게 할 거야.” 굳게 다짐했던 저자의 의연함이 이 책의 곳곳에 담겨 있다. 오직 ‘주거 안정성’을 위하여 차근차근 분투해온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보’가,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던 상황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며,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온갖 정보력을 동원해, ‘전세 사기’ 사건을 인생의 ‘전세역전’으로 삼을 수 있었던 저자의 용기와 노하우가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최소한 몰라서 안 당해도 될 일을 당하지 않도록 이 책은 소중한 전세 보증금을 지키는 데 든든한 역할을 하리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