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자동화된 미래와 새로운 직업 세계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디지털 사회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노동, 그 악몽 같은 미래 “오늘날 디지털 사회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다. 푼돈을 받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인간지능’ 작업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지워져가는 노동자 앞으로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무인매장에 가면 따로 계산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자율주행차가 택시와 트럭 운전사를 대체하고, AI가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될 것이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알고리즘이 우리의 신체와 공간, 사회를 칭칭 감고서, 마치 생각하는 기계처럼 작동할 것이며, 컴퓨터가 만들어낸 지능이 흡사 공기처럼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당연하게 취급될 것이다. 하지만 이 환상의 눈부신 껍데기를 들추면 그 이면에는 소멸 직전까지 착취당하고 있는 비참한 노동자들이 있다. 풍요롭고 스마트한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편리한 세상은 사실상 극소수 IT 공룡 기업이 내세우는 환상이거나, 닿을 수 없는 신기루이다. 이 책은 오늘날 스마트한 디지털 라이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첨단 인공지능이 아니라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노동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검색엔진, 앱, 스마트 기기의 배후에는 언제나 노동자가 존재해왔으며, 이들은 글로벌 시스템의 변방으로 밀려나 인공지능을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단 몇 분, 몇 초 안에 끝나는 초단기 작업, 즉 미세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취업과 실업의 상태를 오가면서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잉여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허상 뒤에 숨겨진 데이터 노동자의 현주소 세계 최대 난민촌인 케냐 다다브의 막사 안으로 한 여성이 걸어 들어간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이곳에서 이 여성이 하루 동안 하게 될 일은 도시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집” “가게” “자동차” 같은 라벨을 지정하고, 짧은 녹취록을 만들고, 알고리즘에게 각양각색 동물 사진을 식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클릭’노동은 작업 시간이 아닌 완료한 작업 건수를 기준으로 임금을 받기에 불안정하고 몹시 고되다.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이곳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극소수의 ‘공식’ 노동에 해당한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시아 같은 범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클릭경제’가 바꿔가고 있는 오늘날 노동과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플랫폼을 통해 불안정한 지위에서 수행하는 단순 작업 - ‘미세노동’에 의존하는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약 2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미세노동을 중개하는 사이트 덕분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현대 자본의 총아인 아마존, 테슬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이 어떻게 빠른 시간에 가공할 만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구글, 아마존, 테슬라, 알리바바,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전략으로 키워온 것이 데이터의 상품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를 통해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화려한 21세기 자본주의의 성공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AI의 연산 인프라를 만드는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빅토리아시대 영국과 19세기 나폴리 거리에서나 볼 수 있던 충격적인 생존투쟁의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로 취급받고 있으며, 초단기 데이터 작업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데이터가 플랫폼의 생명줄임에도 우리는 데이터가 생성되는 과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가 아이폰을 볼 때 그 하드웨어는 눈앞에 실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속을 흐르는 데이터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서 데이터 역시 생산의 대상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 인간의 손과 정신이 만들어낸 것을 영리한 기계의 작품으로 착각한다.” _본문 중에서 노동시장 변화로 지워지고 짓밟히는 노동자 21세기는 금융위기와 만성적 경기 침체 속에서 민주적 제도가 속속 붕괴하고 시시로 기후재앙과 긴축재정에 시달리는 시대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수많은 노동자가 봉쇄령이나 감염에 의해 장·단기적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자본 입장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얼마나 불안정한 수익 창출 수단인지 확인하는 기회로 삼았을 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자가 대거 이동하며 고용이 정체된 현상에 대해 저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왜냐하면 2030년까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 노동의 절반가량이 자동화될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전에는 적절한 수준으로 임금이 지급됐던 일이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비공식화되고 여러 건의 작업으로 쪼개져 건별로 형편없는 임금이 지급되는 불안정한 형태로 변질될 것이다. 심지어 임금과 권리의 기본 요건을 정해놓은 제도의 간섭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뉴욕의 작은 회사가 오늘은 나이로비에서 프리랜서 녹취록 작성자를 고용하고, 내일은 뉴델리에서 또 다른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다. 이때는 사무실이나 공장을 차릴 필요가 없고, 현지 규정에 간섭받지 않으며, 웬만해서는 현지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_본문 중에서 이렇게 임금, 개인의 권리, 능력 등이 짓밟히는 현실이야말로 현재 자동화가 서비스업에 진짜로 끼치는 영향이지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외치는 말들, 이른바 일자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자극적인 말들에 노동자들이 피부로 겪는 현실은 묻히기 일쑤다. 이 책에서는 이 같은 일자리 종말은 그저 연막일 뿐,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점점 더 많은 서비스직 일자리가 긱 노동, 미세노동, 크라우드 노동으로 변질되고, 심지어 그런 ‘일자리’란 것들조차 사실상 실직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격할 역사의 주체는 플랫폼 자본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가 될 것이다 만일 노동이 놀이가 된다면,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딱히 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들은 세련된 청년들이 소파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진을 걸어놓고 만일 우리의 멋진 신경제에도 여전히 노동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옷을 사는 것처럼 재미있는 활동일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암시를 건다. 심지어 ‘노동’이나 ‘노동자’라는 표현이 이런 분위기를 망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직 ‘이용자’ ‘작업자’ ‘플레이어’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이런 행태야말로 미세노동을 마치 어떤 포부를 갖고 도전해볼 만한 멋진 일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노동과 놀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수법에 지나지 않으며, 노동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독자들을 설득해나간다. 오늘날 미세노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은 그것이 건전한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모두가 처하게 될 위기의 불길한 징후로 봐야 하며, 이제라도 우리가 미세노동의 충격적인 생존투쟁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플랫폼들이 기술적 경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첨단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고 서로에게서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