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 삶의 일부로서의 개와 고양이
동네나 공원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풍경입니다. SNS 등에 자신의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아졌지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요. 반려동물을 키우며 겪는 다양한 경험을 서로 나누는 일은 무엇보다 큰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웹툰, 에세이 등이 큰 인기를 누리기도 하지요. 체코의 ‘국민 작가’라 불리는 카렐 차페크 역시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보고 느끼고 교감했던 경험을 나누고자 했으니, 그 결과물이 바로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입니다. 카렐의 형으로 화가이자 삽화가였던 요세프 차페크의 삽화가 함께 실린 이 책은 1939년에 출간되었는데, 100여 년 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개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어떠했는지 생생히 보여 줍니다. 차페크 형제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와 삽화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바로 눈앞에 영상처럼 두 동물의 온갖 행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개와 고양이의 끝도 없는 말썽, 그로 인한 인간의 노심초사,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동물에 대한 푸념과 애정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려동물과 삶을 함께한다는 것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에서 우리는 카렐과 함께했던 여러 반려동물을 만나게 됩니다. 에어데일테리어로 힘이 좋아 산책만 나가면 카렐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 민다. 네 마리가 마치 4천 4백 마리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난리 법석을 피우며 온 집안을 휩쓸던 강아지 벤, 벤지, 블랙키, 비비. 말썽꾸러기 새끼들을 피해 숨었다가도 새끼가 서글프게 낑낑대는 소리만 들리면 다시 나와 구석구석 핥아 주고 젖을 물리던 이리스. 사진만 찍으려 하면 고개를 홱 돌리거나 폴짝 뛰어 달아나 버리던 강아지 다셴카. 기적적인 생산력을 자랑하며 1년에 서너 번씩 새끼를 세상에 내놓았던 고양이 푸들렌카. 이들을 묘사하는 카렐의 문장에서 묻어나는 애정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또한 카렐은 유행에 따라 어떤 견종은 지나치게 많아지고 어떤 견종은 사라져 버리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무수히 다양한 종류의 개가 존재하는데, 인간의 일시적 유행이나 속물적 변덕으로 사라지는 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행을 따르느라 그 견종에게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 주지도 못하면서 욕심만으로 키우는 것도 경계합니다. 이는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돈이 될 만한 품종을 우선시하고 유행하는 품종만 선호하고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키우기 시작했다 책임감 없이 유기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때이니만큼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장면도 없지 않습니다. 어미의 번식을 방치하고 태어난 새끼를 ‘처리’하는 견주의 행동이나 순종에 대한 선망 등은 개체수를 조절할 마땅한 방법이 없고 나치즘과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카렐 차페크마저 당시를 풍미했던 우생학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적 한계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한계는 있기 마련이고, 지금도 ‘완벽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당시와 현재를 돌아보며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차분하게 돌아보고자 하는 분께 좋은 선물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