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식물을 사랑하는 다정한 마음과 제대로 지키려는 절박함으로, 집요하게 추적하고 꼼꼼히 들여다본 풀의 기록(草錄), 나무의 기록(木錄) “우리가 무엇을 나누어야 한다면 부디 이 책처럼만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_박준(시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저자) ★★★ 박상진(경북대 명예교수),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이유미(前 국립세종수목원장), 박준(시인) 추천! 자신을 ‘초록(草錄) 노동자’로 규정하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가 풀과 나무를 따라가며 얻은 기록들을 엮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이 땅의 사라져가는 식물을 지키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저자는 ‘제대로 지키려면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국의 산과 들과 강을 누비며 식물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의 언어로 꼼꼼히 옮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나무의 심장과도 같은 겨울눈과 암그루 홀로 후대 생산이 가능한 종자를 맺는 ‘무수정결실’, 암수한그루도 아니고 암수딴그루도 아닌 ‘기능적암수딴그루’ 같은 식물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은 물론, 지구상에서 오직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식물 모데미풀과 댕강나무와 눈측백 같은 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까지 우리 땅 식물들의 놀랍고 절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식물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비무장지대나 국가보안지역, 무인도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숲을 헤매고 암벽과 고목을 오르는 식물분류학자의 일과 꿈도 엿볼 수 있다. 조곤조곤 설명해가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식물을 향한 저자의 사랑에 동화되어 식물과 함께 웃고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오늘도 식물의 실체를 추적하며 산과 들과 강과 랩에서 분투하는 식물분류학자 “이 맛에 내가 초록(草錄) 일을 하고 연구한다” 식물분류학의 목적은 세상 모든 식물을 명명하고 그 식물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 오늘도 식물분류학자들은 산과 들과 강에서 식물을 만난다. 강원도 오지 마을의 할머니들로부터 학교 수업에서는 배우지 못한 산나물의 지혜를 얻고, 출입이 쉽지 않은 군사보호시설이나 상수원보호구역 같은 국가보안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무인도의 암벽과 고목을 오르고, 지뢰를 탐지하는 군인들과 같은 복장으로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기도 한다. 연구실에서 식물을 만나는 방법도 다양하다. “부위별로 외부 형태를 낱낱이 측정하고 글과 그림을 통해 빠짐없이 기록하거나, 자르고 갈라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해부적 형질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구조를 현미경으로 살피거나, 아예 식물체를 짓이겨 진공의 기계에 넣고 DNA 사슬을 인위적으로 증폭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구조를 밝히기도 한다.”(75-76쪽) 저자는 이런 식물 공부를 ‘식물과의 연애’라고 하며 나날이 깊어가는 사랑을 표현한다. 찾고자 하는 식물을 발견하고는 한 발짝만 떼면 절벽이란 사실도 잊고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봄꽃을 먼저 만나고자 봉화에서 거제를 경유해 변산반도를 거쳐 다시 봉화까지 도합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하루에 달리는 것, 무더위에 마스크를 쓰고 숲을 헤치고 산을 오르내리면서도 식물의 생존을 확인하여 그 핑크빛 꽃을, 그 꽃내음을 한 번이라도 들이켤 수만 있다면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식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들의 생존을 염원하며 재회를 빌고 또 비는 것은 분명 ‘사랑’이다. “돌아보면 내 주변에는 언제나 식물이 있었다. 식물은 별다른 능력이 없는 나에게 밥벌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이자 애인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때때로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었다가 내 삶을 지지해주는 벗이었다가 아픈 나를 달래주는 약이 되어주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자랐던 유년기와 식물 곁에서 보냈던 20대를 통과한 나는, 아직도 식물에 대한 물음표로 가득한 30대를 사는 중이다. 식물을 향한 내 사랑이 날마다 깊어가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식물을 촘촘하게 알아가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식물과 연애하는 사람이니까.” _11쪽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식물학자가 전하는 우리와 함께 살아온 풀과 나무의 경이로운 지혜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 너무나 많다” “왕대, 솜대, 이대는 있지만 ‘대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는 없고,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는 있지만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없는 것”처럼 ‘들국화’라는 식물은 없다. 이 책에는 이런 상식에서부터 “소나무처럼 암수한그루도 아니고, 버드나무처럼 암수딴그루도 아닌 ‘기능적암수딴그루’라는 특이한 번식 방법” 같은 보다 전문적인 식물학 지식까지 다양한 수준의 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얼레지’(얼룩덜룩한 무늬의 잎과 먹는 나물이라는 뜻이 더해진 ‘얼러+취’가 변형된 이름), ‘철쭉’(‘머뭇거릴 척躑’에 ‘머뭇거릴 촉躅’이 변한 이름), ‘낙지다리’와 ‘쇠무릎’(각각 낙지의 다리와 소의 무릎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의 이름 이야기,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등 우리 전통 의학 서적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의 쓰임새와 효능에 관한 이야기, 배후습지와 울릉도와 석회암 지대와 석호 같은 서식지 이야기 등이 서로 어우러져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우리 땅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자생식물에 주목한 점이 눈에 띈다. 그 배경에는 2014년 10월 발효되어 각국의 생물과 그 유전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원산지에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나고야의정서’가 있다. 생물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것을 제공하는 국가의 승인을 받고 로열티도 따로 내야 하는 등 외국 원산의 재배식물을 키워 쓰는 데 제약이 많아진 것이다. 수입 식물인 레몬그라스의 대체 식물이 될지 모를 자생식물 ‘향유’의 쓰임, 꽃도 차도 일본의 수국에 의존하는 지금이지만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우리 자생식물 ‘산수국’의 가치, 우리나라에도 가로수로 많이 심은 북미 원산의 대왕참나무 대신 겨울에도 모든 잎을 반듯하게 유지해서 결코 휘거나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무수정결실’이라고 하는 신비로운 번식 능력까지 지닌 ‘감태나무’가 지닌 가로수로서의 가능성, 무화과보다 사람을 현혹하는 단맛은 떨어지지만 특정 질병에 대한 내성을 품은 ‘천선과나무’의 신비로움까지, 저자는 자생식물을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때라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기후변화, 개발과 남획으로 영영 사라져버릴지 모를 식물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좇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의 언어로 옮기는 것” 코로나 사태 이후 식물을 키우며 정서적 안정을 얻으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반려식물’과 ‘식물집사’, ‘플랜테리어’는 일상어가 되었고, 식덕(식물 덕후), 풀친(식물로 알게 된 친구들), 풀멍(식물 바라보기), 식테크(식물+재테크) 등의 신조어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저자는 이런 근래의 식물 열풍이 반가우면서도 염려스럽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 그들을 인간의 삶에 들이는 문화가 번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와 개발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식물들을 소비와 향유의 대상으로만, 심지어 경제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결국 서식지 훼손으로 이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독자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소멸해가는 식물들의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눈측백과 분비나무와 주목 같은 침엽수가 숲을 이루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리왕산에 ‘생태복원’이라는 허울 좋은 조건을 걸고 들어선 스키장, 모데미풀과 댕강나무를 비롯해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는 멸종 위기종 서식지에 아무 조치도 없이 진행된 도로 확장 공사, 천연기념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