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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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_헤럴드 블룸 셰익스피어와 함꼐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이 남긴 마지막 소설 제인 오스틴은 ‘제인주의자들’ ‘오스틴 컬트’ ‘오스틴 현상’이라는 용어를 낳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망라하는 현대적 차용의 단골 작가이자 수많은 북클럽을 양산한 대중적 오마주의 중심에 서 있는 문화 아이콘이다. 『설득』은 제인 오스틴이 1817년 영면하기 한 해 전 남긴 유작으로 남녀 간의 현실적인 사랑과 결혼에 대해 탐구한 소설이다. “교훈과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의 멜로드라마와는 달리 가정을 소재로 한 참신한 사실주의 작품으로서 환영받았던 오스틴은, 이 작품에서 당대 신흥 계급의 부상과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변동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놀라우리만치 일관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결혼 시장의 경제 논리를 그려 당대의 물질지향적인 세태와 허위의식을 성공적으로 풍자해냈다. “제인 오스틴은 소설을 쓰는 셰익스피어다.” _조지 헨리 루이스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 색깔을 고민하는 젊은 처자나 사냥개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젊은 향사, 낭만시에 심취하여 격정적인 시구를 읊조리는 해군 장교가 들려주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독자들이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것일까?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표현 그대로 “2인치의 상아”에 “섬세한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정교한 필치로 그녀가 가장 잘 아는 세상사를 그려낸다. 그 속에는 당대의 생활상과 풍습, 사고, 습관이 지극히 사실적으로 재현되어 있으며, 첫 무도회의 두근거림이나 동네 사교 모임의 무료함 같은 소소한 경험이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는가 하면, 격식과 예의범절 뒤에 감추어진 졸렬함과 이기심, 허영과 시기, 질투, 편견 등이 적나라하게 포착되어 있다. 그리고 상아 세공 속의 세상을 통해 옷감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남편감을 고르는 일에 이르는 모든 선택과 결정이 영국 사회의 계급 변동이나 젠더 이데올로기, 식민지 경영 같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단단히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당대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오스틴식 세상 읽기는 기존의 역사서나 전통적인 문학의 잣대를 들이대며 여성 작가의‘연애 소설’을 폄하하던 당시 사람들의 편협한 시각을 향해 던지는 오스틴식 출사표라 할 수 있다.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인『설득』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오스틴은 예외 없이 그러한‘우여곡절’이 어디에서 기인하며 그 토대는 무엇인지, 나아가‘결혼’과‘행복’이 과연 양립 가능한 것인지를 집요하게, 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묻는다.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주인공 앤 엘리엇이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워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오스틴은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첫사랑이었던 웬트워스 대령과 헤어진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앤의 이야기는 암울한 결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신중함’과 ‘낭만적 사랑’의 판타지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빚어내는 온갖 ‘부자연스런’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파혼당했던 웬트워스 대령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재산을 모아 금의환향한 뒤 결혼 시장에서도 빠지지 않는 존재로 부상한다. 그런 그를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 변화를 아이러니로 그려내는 오스틴의 붓끝은 예외없이 날카롭다. 오스틴의‘소설 쓰기’는 거실과 가정의 벽은 물론 여성작가와 소설 장르에 대한 당대의 편견을 넘어 그녀의 소설을 읽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행위였다. 오스틴의 독자들은 오스틴이 들려주는‘연애 이야기’를 통해 200여 년의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남은 ‘낭만적 판타지’와 새롭게 조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변하지 않는 오스틴의 인기도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대중적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뒤집어보면 그것은 오스틴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끈질기게 묻는 물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