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주의자들' '오스틴 컬트' '오스틴 현상'이라는 용어를 낳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망라하는 현대적 차용의 단골 작가이자 수많은 북클럽을 양산한 대중적 오마주의 중심에 서 있는 문화 아이콘, 제인 오스틴. <설득>은 제인 오스틴이 1817년 영면하기 한 해 전 남긴 유작으로 남녀 간의 현실적인 사랑과 결혼에 대해 탐구한 소설이다.
"교훈과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의 멜로드라마와는 달리 가정을 소재로 한 참신한 사실주의 작품으로서 환영받았던 오스틴은, 이 작품에서 당대 신흥 계급의 부상과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변동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놀라우리만치 일관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결혼 시장의 경제 논리를 그려 당대의 물질지향적인 세태와 허위의식을 성공적으로 풍자해냈다.
시골의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은 부인을 잃고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첫째와 막내는 아름답지만 귀족 근성이 몸에 밴 안하무인의 성격들이다. 하지만 둘째딸인 앤은 두 자매와는 반대로 현명하고 멋진 여인이나 뛰어난 미도도 아니고 이제는 시들어가는 27살 노처녀이다. 앤이 노처녀로 남게 된 이유는 8년 전 그녀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위의 '설득' 때문에 사랑했던 남자 웬트워스와 헤어지고 그 후로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쥔 해군 대령의 모습으로 웬트워스가 다시 앤 앞에 나타난다. 그는 앤에게 받은 상처를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차갑게 굴고, 심지어 아무하고라도 '결단력 있는 여자'이기만 하면 결혼을 하겠다며 앤의 어린 시누이를 만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