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꽃, 술은 그 꽃의 꿀
알고 마시면 더 달콤한 술!
이 세상 온갖 식물이 인간에게 선물하는 황홀한 취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50가지 칵테일 레시피 수록
사케는 쌀에서 시작됐다. 스카치는 보리에서, 테킬라는 아가베에서, 럼은 사탕수수에서, 버번은 옥수수에서 시작됐다. ‘술 취한 식물학자’ 에이미 스튜어트는 각종 작물, 허브, 꽃, 나무, 열매, 그리고 균류를 동원해 독창적인 영감과 필사적인 노력으로 용케 술을 빚어온 인류의 역사를 탐구한다. 보리, 쌀, 밀, 포도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술의 재료는 물론이고 때로는 독특하고 기이하기까지 한 식물들이 발효되고 증류되어 우리가 지금 음미하는 술이 되었다. 이 다채로운 술은 전 세계 애주가들의 전통과 역사에 저마다 독창적인 문화적 풍미를 더해주었다.
가드닝 칼럼니스트인 글쓴이는 “모든 술은 식물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식물학과 생물학, 화학, 그리고 술을 즐겨온 인류의 문화사까지 서술해가며 식물에 대한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 들려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식물을 통해 우리가 마시는 술이 탄생하기까지의 비밀을 천천히 되짚어가는 책이다. 모두 160여 종의 식물이 이 책에 등장한다. 50가지가 넘는 칵테일 레시피가 포함돼 있다. 술의 재료나 가니시(칵테일에 장식으로 올리는 재료)로 쓸 수 있는 식물을 정원에서 직접 재배하는 법을 안내하는 가이드도 수록돼 있다. 이 책을 따라 읽어가며 군데군데 출현하는 각종 식물의 세세한 분류 표, 술에 들어가는 벌레 이야기, 그리고 식물 그림과 단면도까지 마주하다보면 문득 “아니, 이 사람 정말 식물(혹은 술!)에 대한 사랑으로 이 책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배운 후에 우리가 혀끝으로 음미할 수 있는 술은 분명 이전의 술맛과는 다를 것이다. 보통 애주가들은 술만 마시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짬을 내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려고 노력해 얻은 지식은 술자리에서 조건반사적으로 행하는 ‘원샷’을 능가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우리를 취하게 해주기 위해 오크통이나 다른 어딘가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디며 기다려야 했던 기특한 식물에 대해서라면야! 수많은 식물 중 술에 사용되는 식물만을 골라, 그 식물의 탄생부터 양조 과정까지 오직 ‘술’이라는 ‘사심(私心)’으로 식물학을 기술한 이 책이라면 바로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딱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술이 진열된 선반에 꽂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건배!
이 세상에 추수하고 양조해서 술병에 담지 않는 교목과 관목, 섬세한 야생화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식물학이나 원예 과학이 진보할 때마다 알코올이 듬뿍 들어 있는 인간의 음료도 그만큼 발전을 거듭해왔다. 술 취한 식물학자라고? 전 세계의 위대한 술들을 만들어내는 데 식물이 하고 있는 역할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술에 취하지 않은 식물학자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식물의 관점에서 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약간의 역사와 원예학을 다루며, 실제로 식물을 키워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재배 관련 조언까지 제공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포도나 사과, 보리와 쌀, 사탕수수와 옥수수처럼 실제로 알코올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부터 시작할 것이다. 효모의 도움만 받으면 이들 식물 중 어느 것이든 취기가 돌게 하는 에탄올 분자로 변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근사한 진이나 고급 프랑스 리큐어는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허브, 씨앗, 과실로 풍미를 내는데, 증류 과정에서 재료로 사용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술을 병에 넣기 직전에 첨가되는 것들도 있다. 일단 이러한 술병이 술집까지 도달하게 되면 세번째로 민트, 레몬과 같은 혼합용 식물들이 등장하고, 만약 우리집에서 열리는 파티라면 신선한 할라페뇨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맥아 혼합물 통이나 증류기에서 술병과 술잔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따라가는 형태로 이 책을 구성했다.
나는 세계의 풍부한 식물들 중에서 일부를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되도록이면 우리가 마시는 술의 원료 중에서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이국적이고, 잊힌 식물들도 좀 다루고 세계를 여기저기 여행해야만 비로소 만나볼 수 있는 희귀한 술도 몇 가지 소개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책에서 만나게 될 대부분의 식물은 아마 미국과 유럽의 주당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모두 160종의 식물을 다루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몇백 종을 더 소개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식물의 상당수가 식물학과 약학에서, 또 요리법에서도 방대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어 고작 몇 페이지 분량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리 없고, 실제로 퀴닌, 사탕수수, 사과, 포도, 옥수수와 같은 몇몇 식물은 이미 그 중요도에 걸맞게 책 한 권에 걸쳐 심도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바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술집의 카운터 뒤편에 진열되어 있는 그 모든 술병 속에 들어 있는 풍요롭고, 복잡하고, 맛있는 식물들의 삶을 약간이나마 맛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술은 식물에서 출발한다. 여러분이 정원 가꾸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 칵테일파티에 영감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란다. 만약 여러분이 바텐더라면 이 책을 읽고 온실을 짓거나 적어도 창가에 화단이라도 하나 마련할 생각이 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식물원을 산책하거나 산을 하이킹하는 모든 사람들이 단지 초록색 풍경뿐만 아니라 식물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삶의 묘약인 알코올도 떠올리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는 항상 원예학을 기분좋게 취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왔다. 여러분 역시 그러길 바란다. 건배! _본문에서
제대로 술을 음미하는 몇 가지 방법
★ 좋은 테킬라나 메스칼은 고급 위스키처럼 아무것도 섞지 않고 약간의 물이나 얼음 정도만 곁들여 올드패션드 글래스에 담아 맛을 즐겨야 한다. 라임과 소금은 필요 없다. 이 두 가지 부재료는 질이 낮은 증류주의 맛을 가리는 목적으로만 사용한다. (40쪽)
★ 사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어떤 증류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위스키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약간의 물만 첨가하여 마시는 것이다. 스카치 전문가들은 30그램당 물 5~6방울을 첨가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풍미가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진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향미 성분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증류 과정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덩치 큰 지방산인 이 분자들은 수분을 만나면 알코올에서 분리되어 현탁액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부 위스키에 약간의 물을 뿌리면 뿌옇게 변하면서 현탁액에 들어 있는 이 분자 덩어리들이 풍부한 향미를 전면으로 드러낸다.
다음에 술집에 가게 되면 위스키에 물을 첨가해 위스키 안에 긴사슬지방산 분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며 화학 지식을 뽐낸 다음 잔을 들고 즐겨보자. (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