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서 문 한국의 노동시장은 거대한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두 가지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첫째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였으며, 2030년경부터는 이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생률과 사망률 저하에 따른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노동력 공급의 감소 및 노동생산성 저하를 의미한다. 둘째로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들 수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기계적, 물리적 노동을 담당했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위협했다면, 21세기 컴퓨터 공학 및 정보 기술 혁명은 블루칼라 노동자들뿐 아니라 지적, 정신적 노동을 담당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즉, 유·무형적인 기술 발전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함에 따라 노동 수요의 감소와 노동시장의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을 둘러싼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성장과 고용, 그리고 고용과 복지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고임금과 저임금 일자리의 양극화 등 노동시장 내에 존재하고 있는 이러한 차별과 불평등은 젊고 유능한 인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으며 기(旣) 진입한 노동자들에게도 큰 좌절감을 안겨 주고 있다. 실제로 청년들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저하된 사회에서 제대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비정규직 및 저임금직의 남용 속에서 노동의 의욕을 잃어 가고 있다. 갓 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 역시 고용 안정성과 근로시간 등 노동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서 노동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혼돈에 휩싸여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을 둘러싼 패러다임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하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베이비 붐 시대의 풍족한 노동력을 전제로 고안된 고용 및 노동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미래 자본의 형태는 현 노동시장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재설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고용절벽’을 해소할 것이며 어떻게 ‘직업지도’를 변경할 것인지 중장기적인 진단과 해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는 2015년 상반기에 총 10회에 걸친 ‘노동의 미래’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동문제의 본질과 실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노동개혁의 방향에 대한 다차원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여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일조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노동의 미래’ 포럼에서 논의되었던 귀중한 경험과 혜안(慧眼)들을 지면에 옮겨 보다 많은 독자와 청중들에게 전달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은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노동시장의 주요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제1장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력 전망”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및 1990년대 이후 저출산화 현상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분석하고 있다. 노동공급 결정의 생애주기모형에 근거하여 인구그룹별 미래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전망해 볼 때,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2021년 이후부터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아울러, 향후 중고령 노동력의 활용과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대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된다. 제2장 “노동시장의 현황과 과제”는 청년 실업률을 해결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는 현실 인식하에, 노동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높은 청년 실업률의 주요 원인으로 공급자 중심의 교육 내용, 취업 지원에 대한 대학의 관심 부족, 중소기업의 경쟁력 취약 및 청년층 고용 서비스의 부족을 지적하면서, 세계화와 기술진보로 인한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문제와 그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상반된 인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고용·노동정책의 과제와 정책 방향을 조언한다. 제3장 “노동소득분배 추이와 정책 시사점”은 다양한 분석 자료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노동소득분배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하고 하위 50%의 비율이 5%를 차지하는 등 심각한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자리 증가를 주도한 사회 서비스업은 상당수가 여성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이며 이는 노동소득분배 악화 및 성별 임금 격차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소득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득 상위 1% 및 기업뿐 아니라 상위 10%의 소득을 하위 50%에게 이전시키는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4장 “고용의 질(質)에 대한 검토”에서는 고용 안전성, 소득 보장성, 근로시간의 적정성, 사회적 보호의 적정성, 작업 환경의 안전성 등 다섯 가지 차원에서 한국의 고용의 질을 검토하고 있다. 분석 결과, 한국은 다섯 가지 차원 모두에서 고용의 질이 매우 낮은 편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1)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근속기간이 12개월 미만인 근로자 비율도 가장 높으며, (2)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며, (3) 두 번째 장시간 근로 국가에 속하며, (4)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보호 수준이 아직 낮은 편이며, (5) 산업재해율이 1990년대 이후 감소해 왔으나 아직 선진국에 비하여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5장 “기술진보와 노동의 미래”는 미국, 독일, 일본의 노동시장 환경에 대한 사례를 토대로 우리 노동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미국의 신규 창업 시스템 및 실패한 창업자에게 얼마든지 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독일의 제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독일의 ‘일?학습 병행제’ 등을 소개하고,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제6장 “노동계의 입장에서 본 노동시장 구조 개선 방향과 주요 쟁점” 그리고 제7장 “경영계의 입장에서 본 노동개혁의 방향”은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노동 현안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과 주장을 각각 다루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국가 경쟁력 확보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공급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경직된 법 제도로 인한 노동시장의 낮은 유연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영계의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쉽게 해고하고, 임금을 낮추며,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8장 “?‘헬조선’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의 저자는 독특한 발전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고용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우선적으로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하에 한국 고용 시스템이 갖고 있는 내재적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특징들을 설명한다. 고용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교류 및 협력 연구가 절실하며 독과점적이고 기득권 편향의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과 법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9장 “노동시장 개혁의 평가와 향후 과제”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미국 및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과거 개혁 사례를 돌아보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 및 과제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국제 비교에서 두 기준 모두 최하 수준으로 노동시장은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