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대의 물음에 도전해 온 철학자의 사유 기록! ―소운 이정우의 사유를 집대성한 저작집 1차분(1, 2, 3권) 출간 오랜 기간 동안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써 온 철학자 이정우의 사유를 저작집의 형태로 묶어 펴냈다. 1994년부터 1999년 사이에 출간했던 『담론의 공간』과 『가로지르기』, 『시뮬라크르의 시대』와 『삶, 죽음, 운명』, 『인간의 얼굴』을 각각 『객관적 선험철학 시론』, 『사건의 철학』, 『전통, 근대, 탈근대』라는 제목으로 변경하고, 본문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흩어지고 절판된 그의 철학적 사유를 다시 모음으로써 그리스 철학, 르네상스 철학, 고전주의 철학, 근대 자연과학, 그리고 구조주의와 푸코·들뢰즈 이후까지 쉼 없이 지속되고 있는 그의 사유 여정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소운 이정우는 일찍이 소속 대학뿐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대중 강연을 벌여 왔고, 2000년에는 철학아카데미를 창설하며 본격적으로 철학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을 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2011년 3월에 문을 연 시민철학대학 파이데이아(http://www.paideia21.org)의 학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이라는 제도권에 얽매이지 않고, 또 동·서양 철학과 인문·자연과학 등을 가리지 않고 인문학 전반을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데 열성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 편찬하는 저작집은 이러한 그의 인문학적 활동과 맺고 있는 그의 철학적 사유의 특징을, 즉 사변적 형태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의 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담론적 실천으로서의 특징을 잘 드러내 줄 것이다. 3권_현대인의 정체성을 질문하는 역사철학 ‘소운 이정우 저작집’의 3권 『전통, 근대, 탈근대』는 1999년에 출간한 『인간의 얼굴』을 전반적으로 다듬고, 본문의 보충이 되는 글들을 보론으로 실어 개정한 책이다. ‘전통과 근대, 탈근대’라는 틀을 사용해 우리 시대와 현대인의 정체성 문제를 역사철학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특히 근대성의 극복에 관한 문제의식을 ‘전통으로의 회귀’와 ‘탈근대로의 탈주’ 사이에서 사유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산 정약용의 사상을 검토하여 근대 이전에 그가 내세운 도덕적 주체가 서구적 근대성과는 다른 어떤 새로운 근대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는지 살펴보고, 오늘날을 대중자본주의 시대라고 규정하여 분열적인 현대인의 형상과 그 원인을 파헤치고 탈주의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다산 정약용의 자생적 근대성 다산 정약용이 활동했던 18~19세기는 전근대 시기 중 현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이다. 이 책은 이 시기가 서구적 근대성과는 다른 ‘자생적 근대성’이 형성되는 시기로 보고, 전통의 갈래에 속하면서도 다른 사유와 다른 인간존재론을 내세웠던 다산을 주목한다. 그리고 동양 전통의 개념들 특히 주자 철학과 비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적 근대성과 비교함으로써 그 특이성을 드러낸다. 다산에게 세계는 전통으로부터 근현대로 넘어오는 결정적인 문턱에 위치해 있다. 주자 이후 사상의 도그마를 형성해 온 성리학적 리(理) 일원론의 세계관에 함몰되지 않고, 전통적인 개념들(리, 기, 성 등)을 현실적 맥락으로 소급하여 이해했다. 다산에게 세계란 선험적 구도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좋음과 싫음, 선과 악 등 현실을 떠도는 감성적인 것들, 그것들이 갈등하는 역동적인 장이다. 실천적인 맥락에서도 역시 성리학에서 말하는 본연지성(本然之性)의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리일분수(理一分殊)의 고착된 질서를 타파하는 등의 능동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를 선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성리학적 세계관을 탈피해서 현실과 경험의 우위에서 존재와 세계를 강조했다는 점은 (비록 그가 상제와 같은 초월적 존재를 설파했음에도) 우리에게도 가능했던 자생적 근대성의 단초를 보여 준다. 자본주의 시대의 대중의 얼굴 이 책은 또한 현대 사회의 특징에 큰 몫을 차지하는 ‘대중’이라는 존재양식을 분석한다. 여기서 대중이란 특정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일정 측면 띠고 있는 특성이다. 가령 대학교수는 대학사회에서는 지도층·엘리트이지만, TV 드라마를 볼 때는 대중이다. 음악사의 획을 긋는 실험음악이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인다면 이는 대중의 문화이다. 때문에 현대인은 일정 부분 대중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현대 자본주의 문화는 대중문화로 요약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피상적인 정보와 감각적 이미지가 넘쳐나고 과학과 예술, 사상 등이 대중문화에 의해 희화화되고 속화되는 사회이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대중적 주체를 생산해 낸다. 비판을 거부하고 욕망을 자본주의에 맞게 코드화시키는 데 분주하다. 대중의 모든 욕망을 상품화시킨다. 대중은 대중문화에 의해 길러지고, 대중문화는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면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화폐에 대한 편집증적 욕망이 함축되어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대중문화의 감각과 정보에 휘둘리고, 왜곡된 사고와 소통의 장애물들 속에서 차갑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얼굴을 그려 냄으로써 현재의 배치를 바꾸어 나갈 예비적 학습을 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