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용中庸』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의 작作이다. 이것은 사마천司馬遷이'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아무도 이 말을 문자 그대로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21세기에 이르러 이 사마천의 언급은 사계의 정설로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출토된 대량의 간백簡帛 문헌들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사라는 인물도 구체적인 역사적 인물로서 새롭게 조명 받게 되었다.
『중용』은 현존現存하는 유가 경전 중에서 가장 분량이 적지만, 그 내용과 사유의 웅혼한 스케일로 말하자면 가장 거대한 경전이라 말할 수 있다. 주희朱熹도 사서四書의 독서법讀書法을 논함에 있어, “『대학大學』을 먼저 읽어 유학의 강大綱을 정립하고, 다음으로 『논어論語』를 읽어 근본根本을 확립하고, 다음으로『맹자孟子』를 읽어 『논어』의 주제가 발전되어 나가는 그 논리를 파악하고, 최후로 『중용中庸』을 읽어 고인들의 미묘한 사유의 세계를 추구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함으로써 『중용』이 가장 최후의, 가장 지고의, 가장 미묘한, 가장 압축된 경전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또 말하기를, 『중용』은 본시 읽기가 어려운 책이며, 『대학』, 『논어』, 『맹자』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책이라고 말하였다.
도올이 주석한 이 『중용』은 자사라는 역사적 인물이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할아버지 공자의 어록 파편과 자신의 “성誠”이라는 사상을 융합하여 공자를 유교儒敎의 조종으로 만들기 위하여 치밀하게 모든 언어를 오케스트레이션한 작품이라는 전제하에서 새롭게 모든 동·서·고·금의 주소를 망라하여 역주한 웅장한 결과물이다. 공자의 사상은 이 자사의 작업을 통하여 비로소 “유교”라는 체계적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세계문명의 주축이 이동하고 있다. 인류 근대성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19세기 유럽축은, 20세기 미국축에서 만개되었지만, 이제 21세기에 이르러 그 축은 서서히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문명의 과제상황은 개혁· 개방의 실질과 사회주의의 건강한 명분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있다. 그 명· 실 상부의 새로운 접합점은 전통적 가치관 속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고 중국의 지성들은 말한다. 그런데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중용』이다. 『중용』처럼 선진문명 모든 사상의 갈래를 결집시키고 있는 신테제는 없다. 한국문명은 『중용』의 가치를 먼저 구현함으로써 중국문명의 선구적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세계문명을 향도할 수 있다고 도올은 확신한다. 이 책은 그러한 철학적 사명감 속에서 집필되었다. 33장에 불과한 근소한 『중용』텍스트에 원고지 3천매가 넘는 방대한 주석을 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