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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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금지품 7세기 역사로 밝히는 세계사의 이면 낭만과 반역 그리고 권력의 역사 실크로드는 어떻게 거대 ‘밀수 통로’가 되었는가? 나폴레옹이 ‘영국 금화’를 몰래 사들인 이유는? 왜 미국은 ‘마약 밀수’ 항공사를 40년 동안 운영했는가?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가 피로 물든 보석이 된 까닭은? “나의 해적은 들으시오. 그대의 함선을 가득 채워서 돌아오시오.” 1568년 잉글랜드 엘리자베스 1세는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하려는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은밀히 불러 이렇게 명령했다. 여왕이 명한 임무는 다름 아닌 당시 스페인이 독점하고 있던 ‘향신료’의 밀수였다. 이 임무에 더해 발포 및 약탈도 허락됐다. 훗날 그의 세계 일주는 ‘탐험의 항해’라고 역사에 기록됐지만, 이 사건 그리고 이로부터 이어지는 많은 다른 항해에서 그는 교역 금지품을 밀거래한 밀수꾼이었다. 181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영국의 밀수꾼들을 위해 프랑스 그라블린(Gravelines)에 위치한 외국인 거주지에 ‘밀수 도시’를 세워주었다. 나폴레옹 1세가 된 이 황제의 목적은 영국 금화 ‘기니’의 밀수였다. 이른바 ‘기니 런(Guinea Run)’의 시작이었다. 제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소비에트 연방은 독일의 문화 유물을 당당히 밀수하고자 ‘트로피 여단(Trophy Brigade)’이라는 이름의 정예 조직을 창설했다. 이들은 예술품과 유물을 확보하고 이를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까지 운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장의 최전방에서 활약했다. 1768년 영국 세관은 와인을 가득 싣고 있던 밀수선 리버티 호를 북아메리카 식민지 보스턴 항에서 압류했다. 관세 납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배의 선장은 밀수꾼 존 핸콕(John Hancock)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 ‘독립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또한 그는 이 행위로 명성을 얻었고 급기야 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 선언문에 최초로 서명한 인물이 됐다. 현재 콜롬비아 과히라(Guajira) 반도에 있는 대부분의 항구는 여전히 ‘밀수 항구’다. 하역되는 밀수품은 주로 담배, 위스키, 의류, 가전제품이며, 트럭에 옮겨 실린 뒤 사막을 가로질러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밀수품 메카 마이카오로 수송된다. 그곳에서 밀수품은 기록이 주어져 ‘합법화’된다. 지금도 멕시코에는 미국으로의 마약 밀수를 신화화하는 ‘나르코 코리도(Narco-corrido)’라는 음악 장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마약 영화 ‘나르코 시네마(Narco-cinema)’ 산업도 번성 중이다. ―밀수, 역사가 ‘감춰온’ 세계사의 주역 밀수(密輸/smuggling)란 “몰래 물건을 사들여 오거나 내다 파는”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매매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다. 직관적으로도 밀수라는 용어는 썩 좋은 어감은 아니다. 불법, 나쁜 짓, 범죄, 사회적 병폐…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것이 밀수를 설명하는 모든 것일까? 만약 밀수가 문명을 전파했고 세계 권력을 좌우했으며 역사 자체를 바꿨다면? 또한 우리 모두가 그 넓은 세계의 일원이라면? 또한 밀수는 우리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통일 신라 흥덕왕 때 중국으로부터 차를 밀수해 들어온 김대렴(金大廉)과 고려 공민왕 시절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밀반입한 문익점(文益漸)이라는 두 분의 위대한 밀수꾼들이 계셨다. 특히 문익점 선생이 아니었으면 한반도에서 털가죽을 가진 짐승들은 씨가 말랐을 것이다. 역사에서 보면 다른 나라가 갖고 있던 고유의 자원이나 기술까지 밀수의 대상이었다. 김대렴이나 문익점의 경우에도 자원에 대한 밀수였다고 할 수 있다. 차와 면화가 가진 잠재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밀수를 역사에 대입하면 놀랍도록 거대한 세계사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이 책 《밀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 역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감춰져야 했던 밀수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시대의 흐름과 권력의 이동에 따라 합법과 불법을 오갔던 다양한 교역 금지품과 수많은 밀수꾼들을 죄다 불러내 이 은밀한 교역에 대해 스케일 큰 그림을 그려낸다. 저자인 사이먼 하비 교수는 밀수를 “무역과 경제의 역사이자 세계화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낭만’, ‘반역’, ‘권력’이라는 세 가지 프리즘으로 밀수의 세계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는 “밀수의 낭만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을 하나의 역사로 서술하는 일은 가능한가?”, “밝음과 어두움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가?”라는 이율배반적 질문을 시작으로 이 방대한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사욕’과 ‘국익’을 넘나든 야망의 역사 《밀수 이야기》는 15세기에서부터 21세기 현재까지의 7세기 밀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유럽 열강들의 제국화가 진행되던 15~16세기를 필두로 권력의 향방이 걸려 있던 밀수의 정치적·경제적·과학적·문화적 역학관계가 오늘날에 이르는 세계 정치경제사에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왔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대항해 시대의 실크·향신료·은에서부터 제국주의 시대의 금·아편·차·고무를 거쳐 현대의 코카인·헤로인과 아프리카의 피로 물든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여정을 묵직한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하비 교수는 “밀수가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이 세계를 변화시켰고 지금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무기와 마약류 밀수가 오늘날 국제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이미 과거에서부터 밀수품은 늘 같은 양상을 띠어왔다”고 설명한다. 요즘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물품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얽히고설킨 정치적 이해관계와 양보할 수 없는 패권 전쟁의 주역이 되는 현장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밀수는 국가의 감시를 피해 몰래 자행한 배포 큰 밀수꾼들의 사적인 거래도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막강한 배후 세력이 있었다. 바로 ‘국가’였다.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이 된 아이러니 역사에서 밀수는 항상 경제적·정치적인 행위였고 그 규모나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따라 항상 지정학적인 영향을 받았다. 달리 말하자면 밀수는 ‘국제관계’, ‘분쟁’, ‘세계화’의 주요 요인이었다. 현재 우리가 강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밀수를 토대로 부를 축적했다. 밀수 강국은 하나같이 그 시대의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했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은 일찌감치 경제 패권을 쥐었고, 17세기 네덜란드는 향신료 독점을 통해 유럽의 대표적인 빈국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환골탈태했다. 다음 주자는 영국이었다. 이 나라는 밀수를 토대로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19세기에 들어서면 북아메리카의 미국이 밀수를 국가의 최우선 사업으로 삼아 영국의 ‘산업 혁명’을 통째로 밀수하면서 새로운 패자로 자리매김했으며 21세기인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미국 또한 다양한 밀수 교역 금지품 중 가장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무기와 마약 밀수에 관여한 적도 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Iran-Contra Scandal)’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CIA를 주축으로 군부와 백악관 참모들까지 개입해 벌인 조직적인 밀수 사업이었다. 이때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적대국’으로 분류한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고 중앙아메리카의 마약 밀수에 개입해 벌어들인 돈으로 니카라과의 사회주의 정권에 대항하고 있던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 ―‘혁명’을 불러일으킨 ‘위험한’ 밀수품들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것들만 밀수품은 아니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녔기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밀수의 대상이었던 무기와 예술 작품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더욱이 인류를 계몽시킨 ‘문화’와 ‘사상’도 당시에는 체제를 뒤흔드는 요소였기에 밀수로 전파될 수밖에 없었다. “밝음과 어두움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능케 하는 대표적인 밀수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