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기금’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치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과거사 해법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지난 1995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발족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 실제는 ‘국가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임을 치밀하게 추적한《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젠더》(스즈키 요코 지음, 이성순ㆍ한예린 옮김)가 번역 출간됐다.
국민기금은 아시아 각국의 위안부 피해여성에게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돈으로, 일본 정부는 국가 보상이 아닌 국민의 위로금 형식으로 성격을 규정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책은 국민기금이 시작되던 1995년에서 1997년 사이에 저자인 스즈키 요코가 집중적으로 발표한 원고들로,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부인하는 우파 정치가들과 자유주의사관 학자들, 특히 국민기금 관련자들에 대해 젠더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기금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국민기금이 추진했던 역사청산 과정과 실천사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일본 정부는 죄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죄한 뒤 법적인 배상을 행하는 정당한 길을 택하는 게 아니라 죄를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본 국민의 ‘위로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기금을 포장했다”며 “국민기금은 발족 이후에도 피해당사자나 지원단체 사이에 갈등이나 불신,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서 우리에게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제4부 ‘성과 침략’에 기술된 가라유키상이다. 1900년 전후 일본에서는 가라유키상 수출이 성행했는데, 이는 매매춘을 목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던 일본 여성을 말하며 밀항부(密航婦)로 불리기도 했다. 저자는 당시 후쿠오카 일간지에 실렸던 해외밀항부 관련기사를 분석, 일본 정부가 식민지 점령에 앞서 성 침략을 감행했다는 점, 여성의 성을 해외로 수출하자는 성산업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위안부 문제를 고찰할 수 있다는 점을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난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수요집회가 오는 4일로 929차례를 기록하고, 2007년 7월 30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미 하원의 만장일치 결의안이 채택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일본 정부는 진정성 있는 반성과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