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서구 사상/문명 이해를 위한 지름길의 지름길 지금도 그렇지만, 서구 사상의 두 원류는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도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사상에는 양자가 구별이 힘들 정도로 서로 녹아들어 있다. 양자를 모르고선 서구사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 그 합류의 출발점은, 오늘의 모습의 서구사상의 기원은 어디일까? 이에 대한 대답의 하나가 바로 ‘영원의 철학자’로 불리면서 서구 중세 천년을 대표하는 신학자/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5-1274)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당시 정통 그리스도교 사상으로 자리잡은 아우구스티누스주의의 핵심 가르침을 수용하면서도 이것을 당시 새롭게 등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과 학문방법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양자의 종합을 단순히 다른 의견의 나열이나 절충이 아니라, 근원까지 파고 들어 변형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루어냈다. 이 점에서, 서구사상의 두 원류는 그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하나로 종합되어 오늘의 모습으로 변형,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를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 사상의 이해뿐만 아니라, 서구 사상 일반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름길로 가는 지름길인《신학요강》이 드디어 번역되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타고난 명석함 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을 연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개별적 부분들이 정교하면서도 하나의 커다란 조화를 이루는 ‘고딕건축’과 비교되곤 한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그는, 49년의 생애 동안, 불후의 명작《신학대전》(Summa Theologiae)과《대(對)이교도대전》(Summa contra Gentiles)을 포함하여 오늘날의 분량으로 치면 3-4백권에 달하는 유례없이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이 거대한 저작의 산을 올려다보면 누구라도 경탄 섞인 한숨과 함께, 이 거대한 사상을 누군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신학대전》만 해도 그저 한 권이 아니라, 약 60권에 달하는 백과사전급이다. 그나마 그것은 지금 1/8정도만 번역 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항에서《신학요강》(Compendium Theologiae)은 앞의 바람을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의 방대한 저술을 스스로 요약한 이 책에서 우리는 그의 독창성과 주제를 다루는 세밀한 기술을 느낄 수 있다. 유일신의 실존, 삼위일체, 창조, 영혼들, 그리스도론, 최후 심판 등의 내용이 그의 주저《신학대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요점과 증명이 한결 명확하고 간결하다.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우린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의 종합적 면모를 가장 일목요연하게, 그것도 대사상가 본인의 체취를 느끼면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서구사상 이해를 위한 지름길인 토마스 아퀴나스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인 셈이다. 보수적 아구구스티누스주의와 급진적 아리스토텔레주의를 모두 넘어서는 그의 사상을 종합하고 있는 이 책은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교 교리의 본질을 내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3가지 신앙의 덕인,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틀에 맞추어 그리스도교의 기본 사상과 핵심 텍스트들을 배치하려 했다. 아쉽게도 제 2부 10장에서 중단되어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보다 더 중요한 저작은 오직《신학대전》과《대이교도대전》 정도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책은 중요하다. 더욱이 이 책은 공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른 일에 종사하느라 바쁜 사람들에게도 맞추어 저술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해가 용이하다. 가톨릭 사상과 서구사상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은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토마스는 신적 은총의 빛과 인간 이성의 빛을 구분하면서도 양자의 밀접한 연관을 강조한다. 신앙의 빛은 (신이 우리 안에 심어 놓은) 자연적 이성의 빛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앙과 이성의 상호보완 관계는 어디까지나 신앙의 틀 위에서 이루어진다. 철학적 진리는 인간의 구원필요성의 관점에서 볼 때는 부분적이며 불완전한 진리만을 드러내기 때문에, 전체적이고 궁극적인 진리인 그리스도교의 계시에 의해 보완되고 완성되어야 한다. 요컨대 신앙의 한계 안에서의 이성의 진리를 주장한 것이다. 신앙과 이성의 관계는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중심문제이다. '신앙의 지평 내에서의 신앙과 이성의 관계'라는 토마스의 관점은, 계몽주의 이후 ‘이성의 한계 내에서의 신앙과 이성의 관계’라는 문제로 바뀌었고, 오늘날 종교적 근본주의 문제와 함께 이 문제가 다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내지 못하는 근대 형식적-도구적 이성의 실천적 무능력을 개탄하면서 다시 종교의 실천적 힘에 기대를 표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컨대, 이성과 신앙의 관계라는 문제는 우리 시대에서도 여전히 중심문제이며, 이와 관련하여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신학요강》을 통해 그 살아있는 생명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도 뛰어나며, 특히 풍부한 해설과 대단히 상세하고 체계적인 색인자료가 갖추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