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간절히 그리운 날에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는 감성 시인 최돈선의 사람과 사랑, 그리고 인생! 가을은 깨어 앉아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기에 알맞은 계절 가을, 책을 곱씹고 또 곱씹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은 옮겨 적어보기도 하는 이 눈부신 날에 어울릴 만한 시집이 출간됐다. 196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 「봄밤의 눈」으로 등단한 이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해온 시인 최돈선이 차곡차곡 쌓아온 서정시 가운데 직접 선별한 88편을 모은 서정시집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는 내면의 고독, 사랑, 관계 등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의 공통 정서를 소재로 하여 동시대 사람들뿐만 아니라, 젊은 연령층의 독자들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책이다. “그래, 너는 쓸 수 있을 거다. 그 말 한 마디가 나를 소설가로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지기인 소설가 이외수가 펜화를 곁들여 시의 맛을 더해 소장본으로서 손색이 없다. <1부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가 되어 온다>는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엮은 것으로, 상대를 향한 절절한 감정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심정을 묘사한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를 비롯하여 아련한 그리움을 엷은 아지랑이에 빗댄 「아지랑이」 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2부 어깨가 쓸쓸한 사람끼리 눈 맞춰 한 줌 메아리로 부서지리라>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시들을 모은 부분으로 저마다 고독한 사람들을 섬에 비유한 「섬」, 이제는 화석이 되어버린 영원한 시간의 풍경을 담아낸 「백 년 동안의 그네타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3부 어머니 이제 우리는 밥 잘 먹고 잠 잘 자요>에서는 어머니, 할머니, 동생 등 가족의 애틋한 정을 소재로 한 시들을 모았다. 밥에서 모락모락 자라나는 풀을 보며 어머니를 추억하는 「밥풀」, 세상에 자꾸만 지쳐가는 누이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가수」 등의 시가 저마다 향수를 품고 지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만가만히 어루만져 준다. 마지막 <4부 스무 날 책을 읽어도 모르겠어>에는 시인으로서 겪는 산고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아직은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능력을 고백하는 「스무 날 책을 읽어도」와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잘 드러난 「그림자 일기」 등이 이러한 시인의 의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먹다 남은 술병은 시이다”라고 나지막이 고백하는 시인 최돈선의 작품들은 소주 한 잔 걸치며 달고도 쓴 인생살이를 풀어내기에 적당한 가을날,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어만큼이나 매력적인 양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