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과 창문이 안쪽에서 단단히 잠긴 방에서 일어난 교살 사건!
마술사 탐정 그레이트 멀리니가 마술 같은 추리력을 발동시킨다.
세계 10대 걸작 밀실 미스터리
희생자는 마술사다. 그의 시체를 발견한 저녁 시간의 방문자들 역시 모두 마술사이다. 호머 개비건 경감의 용의자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 역시 모두 마술사다. 마술사를 잡기 위해서는 마술사가 필요하다. 특히 탈출 방법이 전혀 없는, 안에서 문이 잠긴 방에서 교살당한 오컬트 신봉자 세자르 사바트 박사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곤경에 빠진 개비건 경감은 마술사이자 아마추어 탐정인 그레이트 멀리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범인은 티베트의 공중 부양자일까, 모든 문을 열 수 있다는 전설적인 괴물 수르가트일까. 살해된 마술사의 비밀을 풀어 가는 마술사 범죄학자 멀리니와 개비건의 경감의 고뇌가 깊어 간다.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에 대한 클레이튼 로슨의 대답!
영미 미스터리 관계자들이 뽑은 역대 10대 걸작 밀실 미스터리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은 오컬트, 마술, 복화술, 보드빌, 서커스라는 흥미진진한 요소를 담고 있다. 밀실 트릭은 오랫동안 추리작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고, 그 분야에 있어서는 존 딕슨 카가 유명하다.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에서 기데온 펠 박사가 밀실 트릭에 관해 설명하는 유명한 부분은, 본 작품에서 멀리니가 호머 개비건 경감에게 수사 협조를 하는 과정에서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더욱 정교하게 설명한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의 초창기이자 라디오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에 발표되었다. 20명 이상의 출연진들과 수 톤에 달하는 소품과 공연 장비 및 의상들을 보유한 카르모, 단테, 마스켈라인, 후디니 같은 일급 마술사들의 거대한 순회공연이 성행하던 시절이다.
이 책에서 묘사한 강령술, 서커스 무대 뒤의 묘사, 보드빌클럽의 분위기, 미국 마술쇼의 충격적인 피날레는 독자들에게 당시의 흥미로운 모습들을 생생하게 선사한다.
불가사의한 두 건의 교살 사건!
오컬트 신봉자 세자르 사바트 박사를 방문한 세 명의 마술사들.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간 방에는 사바트 박사가 활개를 펼친 자세로 교살당해 있었다. 창문도 모두 잠겨 있지만 범인은 어디에도 없다.
또 다른 마술사의 집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역시 교살당했다. 외부와의 통로는 출입문과 창문뿐. 출입문에는 경찰이 지키고 있었고 창문이 열린 채 사다리가 걸쳐 있다. 범인은 창문으로 도망쳤는가? 그런데 밖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있고 범인의 발자국은 전혀 없다.
독은 독으로 제압하는 법. 마술사 용의자들 사이에서 궁지에 몰린 개비건 경감은 당대 최고의 마술사 멀리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술처럼 사라진 범인은 과연 마술사 멀리니의 눈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을 파는 마술사 탐정
5대째 이어온 ‘말타는 멀리니가’의 그레이트 멀리니는 순회공연을 하던 차에서 태어나 세 살 때부터 무대에 서서 세계 각국을 돌며 훌륭한 마술사로 성장하였고, 뉴욕에서 마술사들을 상대로 하는 마술 도구 상점을 경영한다. 작품 속에서도 심령현상과 마술에 대한 해설과 실례를 빈번하게 읊조리며 사건과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존 딕슨 카의 밀실 강의로 유명한 작품 『세 개의 관』에 나오는 밀실 강의를 보다 세밀하게 설명하는 멀리니는 범죄자들에게는 큰 산일 수밖에 없다.
멀리니는 종종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 갑자기 입을 뗄 때가 있는데 그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마술로 속임수를 쓸 때면 간단히 관객의 주의를 옆으로 돌리고 일순간에 현혹시켜 버리는 것이다. 늘 천연덕스럽고 아이러니하며 유머러스한 그의 언변은, 때때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최면술이나 다름없는 설득력 있는 말투로 바뀌곤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든 팔 수 있다. 그는 불가능을 파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마술사가 너무 많다!
이 작품은 쇼비지니스의 일부였던 마술사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일반인들이 갖지 못한 탁월한 능력을 범죄의 트릭에 끌어들인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라 하겠다. 따라서 애거서 크리스티, 밴 다인, 엘러리 퀸 등 지식인 계급에 속한 탐정들이 우아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이 전문 기술을 발휘하여 매우 드라마틱한 환상의 세계를 창출한다. 사실 추리소설의 범죄는 공연 마술과 본질적으로 같다. 현실의 질서를 위협하는 비이성의 세계처럼 보이는 것이 알고 보면 몇 가지 단순한 속임수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다. 마술 공연은 관객의 눈을 현혹시키는 수많은 현란한 미스디렉션들 속에 숨겨진 작은 트릭 몇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것을 행하기 위해서는 고된 훈련과 뛰어난 신체 능력이 필요하다.
이 작품이야말로 랜덜 개릿의 소설 제목대로 ‘마술사가 너무 많다’이지만 여기 나오는 마술사는 실제로는 두 가지 유형, 즉 직업적인 공연 마술사 그리고 사이비 과학으로 분류되는 심령학자 또는 심령술사로 나뉜다. 마술이 속임수임을 잘 알고 있는 마술사가 전자에 해당하고 끊임없이 거짓을 진실이라 주장하며 타인을 트릭으로 기만하는 마술사가 후자에 해당된다. 달리 본다면, 전자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추리소설, 후자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공포, 환상소설에 속하는 셈이다.
-장경현(추리문학 평론가, 번역가, 화요추리클럽 운영자)
심리적인 허를 찌르는 밀실 트릭의 진수
‘밀실은 피하라. 오늘날 그것에 신기함과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천재밖에 없다.’
밀실 트릭은 현재에도 몇몇 작가들이 면면히 도전하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에 미스터리 평론가 하워드 헤이크래프트는 『오락으로서의 살인』에서 ‘밀실은 피하라. 오늘날 그것에 신기함과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천재밖에 없다’고 주의를 주고 있을 만큼 어려운 테마가 되었다. 본 작품이야말로 그런 밀실 트릭의 추리소설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며 심리적인 허를 찌르는 밀실 트릭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훌륭한 밀실 트릭뿐 아니라 작가의 추리소설관도 엿볼 수 있는데, 화자인 하트가 작중에서 ‘나는 왜 추리소설을 쓰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추리소설의 현황에 대해 쓴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추리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이 작품과 동시대에 발표된 유명 작품들에 대한 유쾌한 비아냥도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