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막말이 놀이가 된 우리 교실, 이대로 괜찮을까?”
학교, 대중문화, 연애, 꾸밈노동, 군대, 미투운동……
청소년이라면 알아야 할 지금, 여기, 페미니즘 이야기
혐오의 시대……
페미니즘이 십대들의 안부를 묻는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혐오의 세상을 페미니즘이라는 혁신적인 렌즈를 통해 이해하고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다양한 일상과 구체적인 고민을 담고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목은 ‘교실’이지만, 일방적으로 기성세대가 가르치고 현재 세대가 배우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지요. 기성세대가 현재 세대에게 보내는 ‘소통을 위한 말 걸기’입니다.
_‘들어가며’ 중에서
『페미니즘 교실』은 혐오와 막말이 놀이가 된 교실로 걸어 들어가, 지금 이 순간 청소년들이 보고 겪는 삽화들을 불러내는 페미니즘 교양서다. 타인을 향한 혐오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청소년들이 안녕하고 행복한지,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거친 말과 행동 이면에 숨겨 놓은 다른 속내는 없는지 묻는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은 열 명의 페미니스트다. 서울시 젠더자문관이자 『나의 첫 젠더 수업』의 저자 김고연주가 엮은이이자 지은이로(3장 ‘사랑과 연애’ 등), 『며느라기』의 작가 수신지가 그린이로 참여했다. 이 밖에 마중물 선생님 최현희(1장 ‘학교’), 『괜찮지 않습니다』의 저자 최지은(2장 ‘대중문화’),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태희원(4장 ‘꾸밈 노동’), 명지대 객원교수 김엘리(5장 ‘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김보화(6장 ‘미투 운동’ 등), 여성학 연구자 김애라(7장 ‘또래 문화’), 인권 활동가 나영정(8장 ‘LGBTI’), 서울대 강의교수 김수아(9장 ‘온라인 문화’)가 저마다 전문 분야의 첨예한 페미니즘 이슈를 청소년 눈높이로 설명한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개념과 역사를 소개하는 개론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또래들 사이에서, 스마트폰과 인터넷과 티비에서 빈번히 보고 겪는 사례들을 놓고, ‘왜’냐고 질문하고 ‘다르게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들은 이야깃거리를 제한하거나 에돌려서 말하는 대신 폭넓은 이슈들의 정곡을 짚는다. 십대들의 일상을 덮친 여성혐오와 소수자혐오, 십대들과 무관하지 않은 데이트폭력, 꾸밈 노동과 탈코르셋, 미투운동과 스쿨미투, 혐오를 분출하는 샘이 되어 버린 군대, 성차별을 전파하고 강화하는 대중문화, 온라인을 기반으로 폭주하는 안티페미니즘, 가해자·피해자·주변인으로서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 등,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페미니즘 이슈들을 제한 없이 다룬다. 청소년들이 그저 보호해야 할 대상이거나 아직은 뭘 몰라도 되는 미성숙체가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며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근심에서 출발했다. 일베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문화 속에 청소년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절박함과 오늘의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이 갈피마다 담겨 있다. 저자들은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와 억울과 슬픔과 좌절을 다독이면서, 페미니즘의 힘으로 혐오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가자고 권유한다. 페미니즘에 따라붙는 남성혐오 논란과 역차별 주장, 페미니즘이 다툼을 조장한다는 마타도어를 걷어 내고, 페미니즘이 정말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끼고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손 내미는 이 책을 청소년들은 물론 청년들과 부모 세대 모두에게 권한다.
페미니즘과 자신의 거리는 여러분이 정하는 것입니다. ‘빨리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할 텐데’라고 조급해할 필요도,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나?’ 하고 부담스러워할 필요도 없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성평등, 다양성, 인간의 존엄성 등 페미니즘의 지향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화두일 것입니다. 페미니즘은 그 길에서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 있을 겁니다.
_200~201쪽(나오며 ― 페미니스트, 넌 누구니?)
책의 내용
■ 1장. 학교: 페미니즘이라는 모험을 함께
『페미니즘 교실』이 맨 먼저 주목하는 곳은 학교다.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라는 인터뷰 이후 예기치 못한 폭풍에 휘말렸던 교사 최현희가 페미니즘이 무엇이고, 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지, 경험과 소신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미니즘이란 ‘당연과 물론의 세계’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관습이라는 안전지대를 떠나’ ‘넓은 시야와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모험’이며, 페미니즘 교육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자 ‘우리 사회의 표준이 아닌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페미니즘 교육을 경험할 기회도, 페미니즘 교육이 바꿔 가는 교실의 구체적인 풍경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페미니즘에 투사(投射)하는 것 같습니다. (……) 남성을 혐오하는 극단적인 교육이라느니, ‘어린’ 나이에 적절하지 않은 세뇌 교육이라느니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페미니즘 교육은 그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표준이 아닌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기도 하지요. 세상의 많은 표준을 누가 정한 건지, 그게 왜 필요한 건지,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질문하기도 하면서요. _23쪽
■ 2장. 대중문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라지는 여자들
대중문화 기자로 일했으며 『괜찮지 않습니다』를 펴낸 최지은은 아이돌, 예능, 웹툰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걸 그룹에 유난히 잘 따라붙는 태도 논란과 여/남 아이돌을 다르게 평가하는 이중 잣대, 여행과 육아에서부터 개밥 주는 것까지 남자들만 나오는 예능, ‘맞아도 싼 여자’를 내세워서 징벌하거나 여성을 성적 객체화하는 웹툰 문제 등을 비판한다. 결론에서는, ‘쓸데없이 진지한 척’해 봤자 소용없다고 비웃는 듯한 차별적인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득세하고 있지만, 재미와 함께 혹은 재미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걸 그룹에게는 ‘표정 논란’이나 ‘태도 논란’, ‘인성 논란’이 유독 자주 발생합니다. 이것은 걸 그룹 멤버들이 보이 그룹 멤버보다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잣대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웃지 않은 것이, 무례한 말을 듣고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것이 정말 잘못일까요?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를 새긴 소품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다고 말한 것은 왜 ‘페미니스트 논란’이 되었을까요? 이 논란들은 한국에서 걸 그룹 멤버라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아야 욕먹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_32쪽
■ 3장. 사랑과 연애: 내 것이 아닌 존재와의 만남과 이별
이 책의 ‘엮은이’이기도 한 서울시 젠더자문관 김고연주는 변하고 움직이게 마련인 사랑의 속성과,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대두될 만큼 심각해져 가는 데이트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글 전반에 걸쳐서 “한 명이 거부하면 연인 관계는 성립할 수 없”으며 “사랑이라는 감정과 연인 관계는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데이트폭력 가해자 8,985명 중 십대가 286명(3.2%)이었다는 경찰청 통계를 소개하면서, 십대들의 연애를 반기지 않는 사회문화 속에서 청소년 데이트폭력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아울러 한국여성의전화가 작성한 데이트폭력 자가진단법과 대처법도 소개한다.
모든 관계와 마찬가지로 연인 관계도 서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