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문을 열고 첫 번째 스텝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캠핑 라이프
분리수거
꽃 좋은 곳으로 가, 언니
가난한 자의 죽음
황금이여, 언젠가는 돌처럼
오줌 페스티벌
고양이 들어 올리기
지옥과 천국의 문
서가
이불 속의 세계
숨겨진 것
쌍쌍바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
특별한 직업
집을 비우는 즐거움
들깨
흉가의 탄생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
가격
솥뚜껑을 바라보는 마음
화장실 청소
지폐처럼 새파란 얼굴로
호모파베르
왜소한 밤의 피아니즘
에필로그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 에세이
252p



수 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특수청소부의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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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죽기 전 자신의 흔적을 치우는 데 드는 ‘가격’을 문의한 사람
‘너무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던 사람…
특수청소부가 마주한, 서로 다른 고독사의 얼굴들
‘고독사’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요즘. 하지만 관련한 공식 정의나 통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고독사 실태 조사와 예방 계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2020년 3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낯설진 않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도 않는, 막연한 사회 문제로 우리 주변을 떠도는 이슈. 그래서일까, ‘고독사’ 하면 혼자 살던 고령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고 뒤늦게 발견된 모습만 천편일률적으로 떠올린다. 지금은 홀로 살지 않고 고령도 아닌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 동정할 만한 사건 정도로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 고독사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보면 고정관념이 점점 깨진다.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이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 피와 오물, 생전 일상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며 작가는 삶에 대해 사색한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가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탄생한 이유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덜어내고 정리하는 마음속 청소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직업적 아이러니로 생기는 죄책감을 글로 씻어내고 위로도 받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불길하고 음울하게 여겨 언급조차 꺼리게 되는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 이러한 진심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삶과 죽음을 사색해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라는 생각 속에 자신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다독여주었습니다.
_249~250페이지, <에필로그>에서
외로운 죽음과 가난한 죽음
“대한민국은 건강한 사회일까?”
세밀하게 묘사된 현장 이야기를 읽다보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강’을 절로 고민하게 된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한 과학 기술, GDP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력. 하지만 이와 무관한 삶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우편함에 수북이 꽂힌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끊긴 지 오래된 수도와 전기 등. 작가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 적이 없다”며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고 한다. 가족, 친지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여도 채권자들만큼은 채무자의 건강을 악착같이 챙긴다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웃픈’ 감정이 든다.
나 같은 일을 하면서 유족이 시신 수습을 거부하는 상황을 보는 일은 별스럽지 않다. 진작 인연이 끊긴 가족과 생면부지의 먼 친척이 느닷없는 부음을 듣고는 “네, 제가 장례를 치르고 집을 정리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선뜻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혹시 빚을 떠안지 않을까’ 하며 빛의 속도로 재산 포기 각서를 쓴다.
_43페이지, <가난한 자의 죽음>에서
그 밖에도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꽉 찬 집, 오줌이 든 페트병 수천 개로 가득한 집, 고양이 사체 여럿이 널브러진 집….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함께 산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터.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은 평범하게 사는 우리 모두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사회적 고립을 만든 것이 무엇인지, 그런 상황을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직업에 대한 진중한 태도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은 자의 일상은…
“특별한 일을 하시니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숭고한 일이잖아요” 기자, 드라마 작가, 박사, 행정기관 실무자 등. 다양한 사람이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를 기사, 드라마, 논문, 보고서 등에 담고자 찾아온다. 그리고 ‘특수청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흔히들 먼저 ‘힘든 점은 무엇인지’를 묻고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를 뒤따라 물어본다. 간혹 ‘귀신을 본 적은 없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인터뷰이도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담고 있다. 수없이 받은 질문에 대해 관련 에피소드로 제시되는 답변을 읽다보면 ‘직업 정신’ ‘일의 철학’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고된 일을 마친 뒤 작가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는 노력, 투철한 직업 정신 때문에 생긴 해프닝 등에선 작가의 따스한 휴머니즘도 느껴진다.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_139페이지, <특별한 직업>에서
단단한 필력 역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생생한 현장을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아낼 수 있었던 데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글을 썼던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 직업을 대하는 태도까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읽어가며 말이다.



장태준
3.5
죽음속에서 삶을 보았다. 죽음과 가까게 지내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동질감도 느껴지지만, 워낙 감성적인 글이라 또 한편으로는 괴리감도 느껴졌다.
차노스
4.0
공수래 공수거지만, 남기고 가는 그 많은 것들, 그것들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삶 . 2020년을 마무리하며... 모두들 버텨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백준
3.5
21.4.5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고인이 지내던 시골집을 치우러 따라간 적이 있다. 새엄마 라는 호칭보다 계모라는 늬앙스에 더 걸맞는 사람이셨기에, 가족과는 이렇다 할 연정같은 건 없었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지청구 소리. 그리고 흡연으로 생긴 헛 가래 기침 정도가 나에게 새겨진 그네의 기억이었다. 한가지 더, 본인 생신 때 마을에 돌렸던 성함 석 자가 수놓아진 수건도. 그렇기에 망자가 된 조모의 빈 집에서 내가 느꼈던 헛헛함은 나에게는 꽤나 당황스런 경험이었다. 비어있는 안방, 식어버린 스탠드 난로. 먼지가 켜켜히 쌓인 위패나 상이라던가, 열릴 일 없는 서랍꼭지 같은 게 눈에 보였다.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고인의 아들들은 별 말이 없었고, 나 역시 그랬다. 남아있는 일말의 정 같은 것을 정리하는 듯한 몸짓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육각 박스에 들어있던 성냥과 5-6개비 남아있는 라일락 담배를 서랍 속에서 발견한 뒤, 뒤뜰에 나가 성냥불을 붙여 피웠다. 검은 연기를 한 뭉텅이 삼킨 듯이 목이 얼얼하여 헛 가래 기침이 자연히 나왔다. 남은 담배를 태울 더미에 던져놓은 뒤에야 그녀를 보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서운함과 짐작과 소심한 앙심 같은 것까지. 마음에서 쓸고 닦듯 내보내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덮은 후, 오랜만에 할머니가 떠올랐다.
빵먹는잉여
1.5
온전히 소재에 끌려 읽게 된 책. 그래서 그런지 소재말고는 남는 것이 없다. 첫 챕터부터 지나치게 장식적인 문장에 흠칫했는데 끝까지 그 텐션을 유지한다. 자신의 감정에 심취한 일기를 읽는 느낌. 어쩌면 특수한 직업에서 오는 고충일지도🤔?
이진영
2.5
소재는 너무 좋았지만 반복되는 문체와 몇몇 이야기는 조금은 마무리가 되지 않는 느낌? 그렇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 좋았다.
Stella
3.0
너무 많은 비유를 쓰는 문체와 관념적인 표현들이 머리를 피곤하게 한다. 이해하고 읽는데 시간이 걸린다.
아무개
3.0
제가 생각하기에 이책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어떤 교훈이나 화두를 대놓고 던지는 책이라기 보단 작가가 경험한 일을 감상적으로 일기장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더라구요. 시를 전공한 작가가 본인이 쓸 책의 소재를 찾아 일본에 가서 어쩌다가 죽은자의 흔적을 청소하는 것에 관심이 가는지에 대해. 저는 그 단서가 '가난한 자의 죽음' 이라는 에피소드에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이렇 게 묻죠. '가난해지면 필연적으로 더 고독해지는가?' 이 말을 곱씹다보면 결국 왜 가난해지는가에 대한 물음이 나오더라구요. 분명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가난이 가난을 낳고 고립되어 더 가난해지는거다'라는 생각이 나더라구요. 결국 사회적 문제가 인간을 자해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거라 생각이 되더라구요. 아마 작가도 우연한 경험들과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며 이러한 죽음의 흔적에 대한 소재에 관심이 가지 않았나 합니다. 작가가 이러한 소재를 통해 얻은 자신의 철학을 이책에 담진 않았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순간순간 느낀 감정들을 전달해줌으로써 저도 마치 제가 거기 있었던것 처럼 느끼게 되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것 같습니다.
김현승
3.5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 상자 안에 남겨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제출합니다." / 어떠한 상상도 없이 그저 일어난 사건들을 나열한다. 필자의 등장이 곧 비극을 전제하기 때문에 반전 없이 평이하다. 필자도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은유나 연상법을 최대한 많이 활용한다. 다만 그 은유나 연상의 정서가 들쑥날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흠인데, 매우 감상적이다가도 말장난을 치며 장난끼가 넘치기를 갈팡질팡한다. 정서가 이렇다보니, 하나의 주제를 기승전결을 통해 표현해야 하는데, 파편적인 에피소드의 나열이 되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영민씨에게' 에피소드가 보여준 울림과 다큐멘터리 '사마에게'처럼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고 진술한 것은 내 취향에 꼭 맞았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필자는 죽음을 직시한다. "심장을 옥죄던 어둠은 ‘실체의 구체적인 직시’라는 강렬한 태양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곤 합니다. (중략) 자, 이제 전등을 끄겠습니다." 필자는 죽은 사람의 흔적을 바라본다. 죽은 이는 이곳에 없지만 불을 켜고 바라보는 필자의 행위는 마치 죽은 이가 이곳에 아직 존재하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시선은 언제나 피상적인 물체 너머의 본질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이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생각은 글 이곳저곳에서 나타난다.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 우리는 이 시간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p25 자살 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중략) 그 상황에서 대체 무슨 심정으로?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p35 침묵은 때때로 상대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를 줄이거나 보탬 없이 그대로 전하는 힘이 있다. p78 모든 희망을 버려라, 여기 들어오는 자들이여. - 단테의 신곡- p80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그 속담 뒤에 스며 있는 명예 지상주의와 지독한 인간 본위의 세계관이 늘 못마땅했다. 이름과 가죽을 남기는 일 따위가 죽음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p84 고양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는 정설을 깨뜨리러 세상에 왔다. - 슬립낫의 베이시스트 폴 그레이 - p125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 여러 사연은 이윽고 거대한 봉투에 담겨서 몇 주 동안 여러 폐기물 처리 시설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한 줌도 못 미치는 보잘것없는 회색 재가 될 것입니다. P129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 상자 안에 남겨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제출합니다. P191 “고인이 집에서 며칠 만에 발견되셨나요?” 이 질문에 문득 상대가 침묵한다. P231 인간 자살의 아이러니가 있다면 무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P249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경도되고 그 엄숙함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죽음에 관한 언급 자체를 불경한 일로 여겼습니다. (중략) 하지만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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