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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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세계에 건설된 아름다운 가능성의 황무지 201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철와 오크』를 통해 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인 송승언의 두 번째 시집 『사랑과 교육』이 민음의 시 26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인간의 운명으로는 감당치 못”하는 기계장치의 세계 혹은 나라는 주체가 제거된 세계에서의 없는 것들의 정체를 그려 낸다. 그리하여 뇌와 몸을 드러낸 영혼들이 모닥불 주변에 모인다. 이 “창백한 가능성의 공터”(황인찬)에서 없음은 반복되고, 이 반복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당신의 (없는) 영혼에게 나직이 말을 건다. “이제 모든 일이 시작될 거야” ■ 정신과 물질을 태우는 모닥불 인간을 만들었다 여겨지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인간의 운명으로는 감당치 못한 기계장치의 세계 -「내가 없는 세계」에서 송승언의 첫 시집이 의미와 세계를 무한히 확장했다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그런 건 없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사랑해 마지않는 세상이 불타 없어졌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내가 어떤 궤적을 그리며 걷고 있구나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송승언이 내미는 손은 쉬이 악수할 수 없는 손이다. 다른 손은 일종의 기계장치라 할 수 있는 ‘램프’를 들고 있는데, 우리는 그 램프에 의지하여 사물과 세계를 봐야만 한다. 우리는 손을 맞잡기를 포기하고 불타는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모닥불에 인간의 영혼과 진짜라고 믿었던 세계가 불타 없어지는 상황을. 원래 없었던 것이 되는 기이한 장면을. 못 견디어 고개를 돌리면 거기에 시(詩)라는 형식의 램프를 든 시인이 있다. 이 건조한 낭만주의자가 이끄는 곳으로 더 멀리 가고만 싶어진다. 설령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 최대치로 아름다운 황무지 누군가 유리의 숲이라고 명명한 곳에는 그것들이 있습니다. 있는 것들이 모여 없는 것들이 되는 사이를 잘 살펴 주십시오. -「유리세계」에서 그 길 끝에 모종의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많은 인간은 아름다움의 기원에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송승언은 영혼을 분쇄하고 삶의 의지를 배반하며 한국 시에 기억될 만한 황무지를 건설한다. 불에 타 텅 빈 공간에서 시인은 재배치를 시도한다. 대관람차와 납골당, 시인 두엇 앉아 있는 빠찡코와 폐가뿐인 마을…… 앞서 모닥불에 세계가 불타 없어지는 장면을 목도한 우리는 시인이 마련한 새로운 공간에 입장하여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유리의 숲에 당도하여 조각조각 깨진 유리를 본다. 조각의 숫자만큼 갈라진 진실에 맞닥뜨린다. 쏟아지는 빛이 각각의 조각을 투과한다. 송승언이 만든 황무지는 이토록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는 찰나에 시인의 만듦은 중지되고, 그는 만듦의 중지가 곧 만듦이었음을 담담하게 밝힌다. 돌아보니 또다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독자는 서 있을 것이다. 멀리에 잉걸불이 보인다면, 이 독서는 조금이나마 성공한 것이리라.